KBS 시청자위 "이명박 대통령 발언 날마다 단독꼭지 보도"

KBS 뉴스가 친정부적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언론계에서 뿐 아니라 KBS 시청자위원회에서도 터져나왔다.

KBS 시청자위원회(위원장 고현욱)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 1회의실에서 열린 10월 시청자위원회에서 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가 지난달 말부터 지난 11일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이 대통령의 발언을 단독꼭지로 보도한 것을 들어 "땡전뉴스의 회귀에 대한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시청자위원회 "KBS 매일 이명박 대통령 동정 보도…땡전뉴스 회귀 기우아님 보여줘"

17일 시청자위 보도·스포츠분과가 제시한 10월 의견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분과의견서를 통해 KBS의 친정부적인 보도에 대해 문제점을 짚은 바 있지만 9월29일 이후 지난 11일까지 메인뉴스인 <뉴스9>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뉴스를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단독꼭지로 보도하고 있다"고 제시했다.

-9월30일 <뉴스9> '이 대통령, 금융위기 선제 대응 잘해'
-10월1일 <뉴스9> '이 대통령, 외화 유동성 공급해 시장불안 막아야'
-10월2일 <뉴스9> '이 대통령, 초당적 협력당부'
-10월6일 <뉴스9> '이 대통령, 한중일 금융정상회담 제안'
-10월7일 <뉴스9> '이 대통령, 외환위기 때와 달라'
-10월8일 <뉴스9> '이 대통령, 달러 사재기 욕심 가져선 안돼'
-10월9일 <뉴스9> '이 대통령, 주례 라디오 연설 추진'
-10월10일 <뉴스9> '이 대통령, 국민 단합하면 극복가능'

시청자위는 "같은 기간 타 방송사에 비해 3∼4차례가 더 많이 매일 같이 보도했다"며 "최근 경제위기 속에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겠지만 구체적인 대안제시가 결여된 대통령의 발언을 선전하듯이 매일같이 보도하는 것은 과거 '땡전뉴스'의 회귀에 대한 우려가 단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청자위는 "더욱이 10월2일 이 대통령 팬클럽인 '명사랑' 정기택 회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기사는 메인뉴스에는 제외돼 친정부적 보도태도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시청자위는 이밖에도 최근 한창인 '2008 국정감사'와 관련해 "KBS 보도는 국회의원들 간의 정쟁을 부각하고 정부의 정책집행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만을 덧씌우는데 일조했다"며 지난 11일 방영된 <뉴스9> '초반 국감, 긴장의 핵 여성 의원맹활약' 등을 들어 "국가정책에 대한 검증과정보다는 국회의원들의 진행방법과 관련된 보도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국정감사도 정책은 없고, 공방만…'싸우고 욕하고 질책' 부정적 측면만 강조"

시청자위는 "싸우고 욕하고 질책하는 장면을 반복하는 등 국정감사에 대한 부정적 측면만 강조한 보도 프레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며 "그 결과 정부나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를 냉소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시청자위는 또 지난 2일 사망한 탤런트 최진실 사망 보도에 대해서도 △10월2일 5건, 3일 5건, 4일 3건, 5일 2건, 6일 1건, 7일 1건 등 지나치게 많은 시간 할애 △최씨의 기구한 인생 40년 조명해 자살 조장 △자살방법에 대한 사실적 정보를 반복적으로 제시 △자살원인에 대해 '악성 댓글' 때문이라고 단정적 보도 등을 제시하며 비판했다.

시청자위는 "공신력있는 공영방송에서 과도하게 스타의 역정을 미화하면 '스타와 같은 극적인 삶도 허무하게 마무리한다'는 생각이 삶의 허무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며 '악성 댓글이 최진실씨의 자살을 부추겼다'는 경찰 발표를 부각시킨 점을 들어 "마치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생각하도록 할 가능성이 많고, 그 원인이 자신에게 문제로 다가올 경우 심리적으로 자살의 원인으로 직접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BS가 YTN 해고사태를 단신처리한 것에 대해서도 시청자위는 "70∼80년대도 아닌 21세기에 이르러 언론종사자의 대량해직 사태가 발생해 권력의 방송장악의 대표적 사례임에도 KBS는 단순 사실위주 보도에 그쳤으며, 앞서 사원들의 단식농성이나 회사측의 33명 징계조치에 대해서도 단신보도만 했다"며 "지난 9일 국정감사에서 구본홍 사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선규 청와대 언론2비서관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지만 여야의 공방('YTN 사태 공방')으로 처리했다. 같은 방송사로서 방송독립성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면 그와같이 보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YTN 사태도 단신,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보류도 단신"

YTN사태 외에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보류(지난 10일 방영) 건도 단신처리된 것을 두고 시청자위는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안의 본질을 인터넷을 통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KBS의 보도는 '정보'의 의미보다는 '포지셔닝'의 측면이 크다"며 "이는 수신료 인상 등 KBS의 중장기적 위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전화 번호이동제 시행'에 대해서는 지난 1일과 11일('집 전화시장 지각변동') 같은 내용을 두 차례나 보도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시청자위는 방통위의 인터넷 전화번호이동제 시행에 대한 KBS 보도를 두고 "두 뉴스를 비교해볼 때 인터넷 전화사용자가 지난 1년 동안 160만 명이 늘었다는 점과 KT의 대응책에 대한 내용만 다를 뿐 인터넷 전화의 이용요금이 저렴하다는 점과 정보검색을 비롯한 부가서비스 등 인터넷 전화에 대한 홍보성 내용은 똑같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병순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보도 등이 양과 질적인 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며 "외부에서 저평가되는 부분이 있다. 타사보다 오히려 양도 더 적고 질적으로 보더라도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덜하다. 더 넓은 기간 동안 보도태도를 분석해 보고서를 만들어서 다음 회의 때 제출하겠다. 다시 논의합시다"라고 답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YTN 단신처리 건에 대해 이 사장은 "뉴스 마감 직전에 알게 돼 한계가 있었다"며 "미디어포커스를 통해 보완이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시청자위는 앞서 지난 9월 열렸던 위원회에서는 △중국산 멜라민 파문 정부 발표 받아쓰기에만 급급 △자극적인 경제위기 보도 △촛불시위 참가자 식칼테러 누락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비판 실종 △섣부른 금융위기설 보도 △정부 정책홍보성 종부세 보도 △친정부 기관 편향보도 등을 지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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