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2008년 10월 9일 한글 창제 562돌을 맞이하여

시교육청, 우리 말과 글을 소중히 하는 국어교육 강화 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 안순일 교육감 취임 이후 이벤트성 성과 중심, 타시도 실패 영어교육 정책 추진에 노력하고 있어
- 우리말 퀴즈 대회, 노래가사바꿔부르기, 국어교사 대상 심화연수 등은 찾아보기 힘들어
- 초등 영어교사 선발시 영어능력 평가는 전교과를 지도하는 초등교육의 본질을 모르는 것


내일 10월 9일은 한글 창제 562돌을 맞이하는 날이다. 우리 한글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전세계적으로 과학성과 우수성이 인정된 문자이며, 수천년 내려온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담겨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따라서 우리 말과 글을 아끼고 사랑하며,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인터넷, 휴대폰, 메스미디어 등의 범람으로 속어, 은어, 줄임말 등이 넘쳐나고 있으며, 아이들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현장 어디에서도 우리의 한글을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흔적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올해 연초 대통령인수위 시절부터 논란이 되었던 영어몰입교육을 포함, 이명박 정부의 무분별한 영어교육강화 정책으로 일선 학교에서 국어교육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사교육비는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교육청 또한 이명박 정부와 함께 이벤트성 성과 중심 사업 이외에 타시도에서 실패한 영어교육 정책들을 추진하며 영어교육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안순일 교육감 취임 이후 세계화․지식정보화 운운하며 추진되고 있는 영어교육 강화 정책과 달리 국어교육 홀대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광주의 경우, 영어교육을 위한 예산이 2007년도 13억원에서 2008년도 30억원으로 121%나 증가하였으며, 영어교육활성화를 위하여 영어캠프, 영어역할놀이, 영어노래경연대회, 영어교과서암송대회, 영어철자암기대회, 거점영어체험센터, 영어마을조성지원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외에 원어민영어보조교사 운영과 영어교사 심화연수․국외연수, 외국교원멘토링연수 등에 대해서도 지원이 되고 있다.

한편 타시도의 경우, 이미 조성된 영어체험센터나 영어마을의 교육적 효과가 미미하여 더 이상 새로운 시설을 만들지 않고 있으며, 현재 시설의 유지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영어역할놀이, 영어노래경연대회 등은 성과 중심의 이벤트성 사업이며, 교과서암송대회․철자암기대회 등은 영어교사 양성 기관에서 더 이상 활용하지 않는 구시대적 교수 기법이기도 하다.

우리의 한글과 모국어를 가꾸고 발전시키기 위한 시교육청의 노력은 매우 미미하다. 영어활성화를 위하여 추진되고 있는 것과 같은 우리말 퀴즈 대회나 노래가사바꿔부르기 등의 이벤트성 사업도 없고, 국어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심화연수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김원본 교육감 시절,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하여 도서관 담당 인력을 대폭 증원․배치하였으나 현재는 공공 부문 구조조정,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교무보조원, 사서보조원, 과학보조원을 통합하여 운영하도록 시교육청의 지침을 변경하면서 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 사서 인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2009학년도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에서 영어수업실연 및 영어면접을 평가 요소로 반영하면서 대학교 교사 양성 단계에서부터 임용고사 대비를 위한 영어 사교육이 대폭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교과에 걸쳐서 다양한 교육내용을 지도해야 하는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초등교육에 대한 교육당국의 무지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한글 창제 562돌을 맞이하여 이명박 정부와 안순일 교육감 취임 이후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는 영어교육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영어교육 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 임용 과정에서부터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초등교사 양성 대학의 교육과정을 비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으므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광주국어교사모임과 전교조 광주지부는 우리의 말과 글을 아끼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사업들을 고민하고 이를 시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에 제시하여 교육현장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부디 시교육청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으로 우리 말과 글을 소중하는 국어교육 정책이 수립되어 추진되기를 당부한다. 2008년 10월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광주국어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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