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인사위 구성·절차·결과 모두 허점투성이… 노조 총파업 저울질

YTN의 조합원 무더기 해고와 대규모 중징계 강행 직후인 지난 6일 밤 열린 긴급 조합원 총회에서 조합원 다수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지금이 총파업 수순에 돌입할 때라며 노조 집행부에 파업 시기와 방법을 확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파업 동력이 뜨겁고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조합원들로부터 파업의 시점과 방식을 위임받은 만큼 적절한 시점에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당장 ‘총파업’에 들어가지 않는 것은 파업을 마지막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인사위원회의 기습적인 대량해고와 징계가 단행됐던 지난 6일 밤을 꼬박 지새우고 다시 낙하산사장 출근저지투쟁을 위해 모인 대다수의 YTN조합원들은 7일 굳은 투쟁결의를 다지면서도 한편, 아직 전날 밤의 충격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YTN 하반기 언론 투쟁 구심점 될 것= 노조가 회사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투쟁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해고 등을 결정한 회사 징계 방침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회사의 징계 결정으로 구 사장의 입지는 되레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의 비판이 쏟아졌고 정치권에서도 구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이 이어졌다. 무더기 대량 징계가 발화점이 되면서 YTN 사태는 하반기 언론계 투쟁의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국감 사흘 앞두고 징계 한 이유=YTN 안팎에서는 구본홍 사장이 조합원 징계를 강행하더라도 그 시기는 국감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징계를 강행할 경우 국감에서 구 사장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해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 사장은 국감을 사흘 앞두고 징계를 단행했다. 구 사장이 징계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노조는 “구씨가 정치권으로부터 ‘최종 시한’으로 부여받았고 그 시한은 국감 전이라는 얘기를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다”며 “구 사장은 여당의 불신보다는 야당의 질타를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여권 인사에 보고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일부 부·팀장들이 노조와 의견을 같이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이 발표되기 전에 유출되면서 구 사장이 격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노종면 지부장에 따르면 노조는 사태 해결을 위해 구 사장에 단계별 협상안을 제안하고 부·팀장과의 면담을 벌이는 등 물밑접촉을 해왔다. 지난달 말 노 지부장은 일부 부·팀장들과 면담을 하고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 내용이 사전 유출됐고 이를 안 구 사장이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구 사장은 ‘주말동안에도 노사 의견이 오갔다’고 말했으나 ‘이제는 인내력이 고갈됐다’며 6일 오전 심의 명단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지부장이 구 사장에 수정 의견을 보낸 6일, 구 사장은 답을 하지 않았고 결국 이날 오후 6시10분께 징계가 공고됐다.

▷인사위 과정·결과 지적 잇따라= 노조 조합원들은 YTN 인사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진행 과정, 결과를 문제 제기했다. YTN 상벌규정 22조에 따르면 ‘징계 대상 사건과 관계된 사람은 해당 징계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노조는 “인사위에 참여한 이들 중 일부가 노사 대치 상황에서 회사 의견을 대변한 인물”이라며 해당 위원들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노조는 또 “인사위원들이 지난달 29일 시내 한 호텔에서 오후 5∼10시까지 5시간 동안 징계 수위와 범위를 확정했다”며 “마감에 임박해 제출한 서면소명은 참고하지 않은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서면으로 소명한 이들 대부분은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았다. 노조는 “상식과 절차를 무시한 인사위를 징계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 불복종’과 ‘업무방해’를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된 33명의 징계 강도가 다른 점 역시 허점으로 지적됐다. 똑같이 인사를 거부하고 구 사장의 출근을 막았는데 이들 중 일부는 해고, 일부는 정직이나 경고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황선욱 기자는 “동일한 사안의 징계 결과가 조합원에 따라 다르다는 점은 인사위가 결과를 정하고 심의를 진행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조합원들은 징계 받은 조합원의 징계 사유를 근거로 자신의 참여여부를 취합해 문제제기하기로 했다.

▷조합원 해고는 협상 위한 카드?=구 사장이 강도 높은 징계를 결정한 것에 대해 한 회사 간부는 “여러 의견을 올렸는데 구 사장은 중징계 없이는 협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조 역시 구 사장의 결정에 대해 “일부에서 의문을 품는 것처럼 징계 결과를 손에 쥐고 또는 발표를 하더라도 철회를 미끼로 노조를 압박해 협상하려는 것”이라며 “구 사장이 9일 국감 증인 출석을 앞두고 어떻게든 노조를 압박해 대화의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국감 위기 모면용 술수’”라고 풀이했다.

구본홍 사장과 노종면 지부장이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점에서 YTN노사는 또 한 번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