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교사들의 반교육정책 톺아보기- 하태용 살레시오여고 교사

이명박 정부의 반교육정책 특집연재를 시작하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공교육 파괴가 갈수록 강도가 높다. 자립형사립고, 국제중 설립, 교원차등성과급 제도에 이어 급기야 일본식민사관에 뿌리를 둔 뉴라이트들의 역사왜곡이 근현대사 교과서 개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망국'의 근본 원인인 입시위주 교육에는 어떠한 처방도 내놓지 않은 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공교육 현장에 도입하려는 것. 여기에 해방과 제주4.3, 4.19, 5.18 등 근현대사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단하려 하고 있다. 본지는 현 정부의 반교육정책을 광주지역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안별로 특집연재 한다. /편집자 주


③돈 없으면 학교도 못 간다- 하태용 살레시오여고 교사

광주광역시에서도 자사고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국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이 광주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300개가 넘는 특성화고교를 설립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지역마다 국제중, 자사고 등을 설립한다고 난리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나라 교육의 수준이 올라가고 사교육비도 절감할 수 있으며, 부모들의 교육비 부담도 크지 않고,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권이 보장되는 것처럼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백약이 무효다’라고 할 정도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역대 정권에서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수많은 정책들을 내놓았고, 그때마다 그 정책만 시행되면 교육문제는 해결될 거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런 무수한 정책들은 이미 실패했다.

역대 정권에서 내놓은 정책은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좋겠지만....”이었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그렇게 되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화된다!”는 확신이 서는 것은 왜일까? 얼마 전 교육과 관련한 국민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교육에 대한 인식부족은 그런 확신에 무게를 더해준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교육문제의 원인은 ‘입시지옥’으로 대변되는 지나친 대학입학시험 경쟁이다. 분명 교육의 문제이다. 그래서 교육정책을 바꾸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벌이게 되는 이유가 학벌에 따라 임금차이가 너무 크고, 학벌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 가난했던 시기에 성장만을 중시하고 분배는 등한시했던 인습의 답습에서 기인한다. 해결책이 자명하지 않은가? 우리의 경제수준은 이미 국민소득 20000 달러 시대에 들어섰는데 의식수준은 200 달러 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나는, 우리나라는 가난하다.’는 생각에 갇혀 대학만이 살길인 것처럼 죽기살기로 입시에 매달리고 있다. 아니 정부에서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

역대 정권이 교육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교육정책으로 해결하고자 해서 실패했다면, 현 정권은 오히려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자사고·국제중 설립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자사고는 1년에 1천만 원 이상, 국제중은 2천만 원 이상의 경제적 부담을 준다. 가난한 학생은 학교에 가지 말란 말이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 계층간 불화를 조장하고, 가난한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여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그렇잖아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사교육비 부담을 증가시킬 것은 자명하다. 경제력 등 교육여건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 공교육에서 더 많은 교육적 투자를 하여도 학업성취를 역전시키기 힘들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소외 계층의 학생들을 위한 정책수립을 고민해야 할 국가가 자사고·국제중 설립과 같은 특권층에게 유리한 교육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국민을 위한 국가가 아닌 기득권층을 위한 국가임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교과부에 묻고 싶다. 국제중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의 목적이 국제사회의 훌륭한 일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소위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서인지? 특목고에 입학하는 학생의 목적이 그 학교를 설립한 특수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명문대에 입학하기 위해서인지?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을 당신들만 모르고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국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행태를 그만두었으면 한다.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행복한 학생들의 모습을 하루빨리 학교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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