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정두언 충격폭로 의미와 전망 “의도달성 쉽지 않을듯”

[데일리서프리이즈 서영석 정치전문기자]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시작됐나." 취임 100일만에 사상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핵심 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7일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기자 등과 만나 폭로한 정권의 실상은 충격스럽다.

▲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청와대의 모 수석을 비롯한 실세3인방들의 행태를 지하철에서 공갈협박하는 건달에 비유한 정 의원은 이로 인해 모욕감을 느낀 모 장관은 "분하다. 억울하다"는 자필 기도문까지 썼다고 폭로했다.

뿐만 아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고지를 점령하자(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자) 몇명이 자기 혼자 전리품을 독식하려고 같이 전쟁에 참가했던 동료들을 발로 막 차서 고지 근처에 오지 못하게 했다고까지 말했다.

그 전리품은 인사(人事)로, 장-차관 자리나 공기업 임원자리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이고 이권(利權)이라고 정 의원은 설명했다.

한 비서관은 대통령 주변의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음해하고 모략하는데 명수라고 정 의원은 폭로하면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그 분야에서는 정말로 엑설런트하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어느 한 고위공직자는 정 의원에게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거야~잉, 알았지~잉"이라는 기막힌 언설까지 내뱉았는데, 실제 이들 청와대 실세3인방의 합작으로 이 인사는 고위직에 임명됐다는 것이 정 의원의 설명이다.

과거 정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 이하의 행태들이다. 이런 행태들을 이 미묘한 시기에 정 의원이 폭로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정 의원이 정의와 상식에 의거해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실에서 공무원 노릇을 하다가 경기고 선배인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에게 스카웃돼 배지를 달았고, 이후 말을 바꿔 타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물로 꼽힌 사람이다. 즉 그가 올곧은 심지에 의해 이런 폭로를 할만큼 일관된 정치노선을 걷지 않았다는 얘기다.

조선닷컴에 따르면 정 의원의 인터뷰는 지난달 즉 5월19일에 진행됐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6일자 신문에 보도됐다. 그것도 신문 본지에는 한줄 보도가 없고 토일 섹션판에 보도됐을 뿐이다.

본지에 보도하지 않은 것은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나 시점 선택은 절묘하다. 청와대 비서관의 일괄사표가 예정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 의원의 폭로는 일종의 꼬리 자르기 처방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로부터 국정수행을 잘한다는 평가를 단 4.2%밖에 받지 못한 것은 물론 일반 여론조사에서도 10% 대에서 계속 하향일로인 이 시점에서 "대통령은 잘 하는데, 밑에서 보좌를 제대로 못해 국정이 난맥상을 이루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국민들에게 주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는 얘기다.

정 의원의 이같은 의도는 도처에서 엿보인다.

그는 "대통령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른다"고 했다. 또 정 의원은 "몇몇(청와대 실세 3인방)이 대통령의 말을 어기고 자기들 (인사) 장사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있는 실세 3인방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내각을 일대 쇄신하면 앞으로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이 정 의원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 역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나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1~2년내 진전을 보게 된다면 그 지지자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 의원의 의도와 일맥상통하는 언급이다.

이런 전략은 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른바 도마뱀 꼬리자르기 전략이다. 꼬리만 자르고 본체는 슬쩍 도망간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는 근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선물을 주기 위해 쇠고기 협상을 졸속으로 하라고 지시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집권 이후 최악의 아마추어 행보로 일관해온 대가가 지지율 하락과 촛불집회로 표출된 것이란 얘기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마저도 이들의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관측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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