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독교지도자 오찬 “그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은...”

[데일리서프라이즈 하승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독교 지도자들과 오찬을 갖는 자리에서 현재의 국정 위기 상황을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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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발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과 덕담을 나누던중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문제는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사안이란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날 화제가 한미 FTA 문제로 전환된 것은 김장환 목사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머무르고 있는 경남 봉하마을에 다녀온 일화를 소개하면서부터였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김 목사는 "3일 전에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청와대에 계셨다면 어떻게 대응했겠느냐'고 물었더니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시더라"고 운을 뗐고, 조용기 목사는 "일은 그 때 다 벌여 놓은 것"이라고 말을 받았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 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지"라고 말했고, 조 목사도 "그 때 처리됐으면 문제가 안 생겼을텐데"라며 거들었다.

하지만 현재의 총체적 위기상황은 한미 FTA 문제 전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기 보다는 이 대통령이 부시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국에 대한 일종의 선물로 쇠고기협상 조기 타결을 지시했고, 그로 인해 외교통상부나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이해할 수 없는 졸속협상을 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시국인식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전 정권에서 졸속 처리했으면 그 비난을 전 정권이 받았겠지만, 이미 알려진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이 문제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30개월 이상된 소를 도축한 쇠고기 수입을 거절하기 위해 협상을 늦추고 있었던 점까지 감안한다면, 이 대통령은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책임의식이 전혀 부재한다는 지적을 받을만 하다는 것.

이날 김 목사가 "촛불시위의 저의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하자 이 대통령이 "세상을 밝게 하려고 그런 점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대답했다고 청와대 측은 밝혔다. 또한 임명규 목사가 "얼마나 심려가 크십니까"라고 염려하자 이 대통령은 "걱정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나라가 잘 돼야 한다"며 "그 분들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촛불집회 현장의 목소리는 정권 퇴진이다. 과연 이런 목소리를 듣겠다는 자세가 있는지도 의문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전광표 구세군 대한본영 사령관, 김선도 광림교회 원로목사, 엄신형 한기총 회장, 임명규 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권오성 한기협 총무, 김장환 극동방송 사장 겸 수원중앙침례교회 원로목사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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