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선거철은 돌아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유력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순위 수석과 차석은 장애인의 차지이다.

한나라당은 빈민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강명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를 1번, 한센인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임두성씨를 2번, 장애여성인 이정선 전 서울시의원을 5번에 배정하였다. 통합민주당은 박은수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사장을 2번, 민주노동당은 곽정숙 전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상임대표를 1번, 민주노동당에서 갈라진 진보신당은 박영희 전 장애여성공감 대표를 비례대표 1번으로 확정하였다.

자유선진당역시 비록 당선권은 아니라고 하나 이영자 고려대 장애인교우회장을 15번에 배정하였다. 이렇듯 유력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상위번호를 장애인이 차지하는 것은 언제부턴가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나는 그 이유가 참 궁금하다.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이고 장애인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기를 바라는 선량한 시민의 입장에서야 그 후보의 정치성향을 떠나서 그래도 ‘홀아비 심정은 과부가 안다’고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 국회의원이 나을것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꼭 장애인이라고해서 장애인 정책을 잘 세우는 것도 아닐 것이고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정치력이 뛰어난 것도 아닐텐데, 결국은 구색맞추기가 아닐까.

인터넷 장애인 신문 <에이블 뉴스>에 따르면, “2007년 3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201만560명. 우리나라 인구를 4천800만명이라고 잡을 때 국민의 4.2%, 게다가 까다로운 장애인 등록 기준과 장애인 등록을 꺼리게 만드는 환경 등을 감안하면 장애인 인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산하고 있는 장애인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10. 장애인계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를 480만 명쯤이라고 예상. 장애인을 포함한 3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1천440만 명, 4인을 기준으로 하면 1천920만 명.” 이라고 한다. 장애인과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가족을 합한 수가 무려 2천만명에 육박한다.

장애인의 문제는 당연히 가족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같은 값이면 장애인 정책을 잘할 것 같은 정당에게 표를 주는 것은 인지상정. 거기에다 각종 교육기관 및 시설, 단체 등에 관련된 사람들을 합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시민의 표로 명을 이어가는 정치인들은 본능으로 표가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찾아낸다. 그렇다.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언론은 관심 있는 독자층이 적어 수익성이 떨어지나 그래도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미명하에 어쩔 수 없이 구색맞추기 정도로 장애인 관련 기사를 실을지 모르나 정치인들은 한 수 위다.

정치인들은 정확히 알고 있다. 장애인들을 잡지 않고는 권력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나는 4월 9일, 현실과 미래를 볼 줄 알아 장애인에게 아부할 줄 아는 가장 눈치 빠른 정당에게 나의 한 표를 꾸욱 눌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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