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박재승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 다 끝난 것 아닌가”

[데일리서프라이즈 김재훈 기자] 통합민주당이 4·9 총선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좌초위기에 직면했다. 박상천 공동대표를 비롯 당내 옛 민주당계 인사들이 17일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당 공천심사결과에 일제히 강한 불만을 터뜨린 것.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이날 오후 ‘공천심사결과 무효’를 선언키 위한 비상대책회의까지 예정한 상태여서 그 파열음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복시위’는 박 대표가 우선 당겼다.

박 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원(元) 민주당은 지난 5년간 가장 피해를 받은 야당으로 있었다. 그런 바람에 당내 유능한 사람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었다”며 “그래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을 하면서 원 민주당이 상당한 열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손학규 공동대표와) 전략공천에 대한 합의를 했었다. 이것을 통합합의문에 ‘균형있는 공천’이라고 표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균형 있는 공천을 위해 처음에는 9곳을 신청했지만 신당 측(대통합민주신당계)의 사정을 이해해 5곳으로 전략공천 지역을 조정했으나 이것이 지연되고 그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며 “한없이 늦추면 통합민주당의 공천확정에 지장이 올 것 같아 권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유’라는 완곡한 표현을 쓰긴 했으나 사실상 옛 민주당 측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실력행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셈.

이어 박 대표는 호남 일부지역에 대한 자신의 전략공천 주장이 ‘제식구 챙기기’라는 언론의 지적이 거슬린 듯 “(전략공천 대상자로) 거론되는 호남 도당위원장들은 당에 기여한 것을 고려해 명단에 넣은 것”이라고 해명한 뒤 “마치 (이들과) 특수 관계가 있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그런 가운데 옛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자, 시도당위원장, 중앙위원, 당직자 등은 이날 오후 ‘균형공천쟁취를 위한 원 민주당비상대책회의’(비상회의)를 예정, 이를 통해 사실상 공천결과 수용불가 입장을 천명할 계획이어서 민주당 내 계파간 적지 않은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이들은 비상회의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공심위는 초기의 개혁공천 칼날을 세우며 국민적 지지를 얻어낸 듯 했으나 1, 2차에 걸친 공천압축과정에서 밀실코드공천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증거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각 지역의 참신하고 유능한 인사들이 어이없이 탈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이들은 “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통합과정에서 양당대표는 균형 있는 공천을 국민 앞에 약속했으나 수도권 및 호남권 공천결과는 반 통합적 ‘도로열린우리당’ 공천의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들은 비상회의에서 ‘공천무효 선언’과 함께 △공천과 관련한 기초자료 공개 뒤 공심위원들의 전원사퇴, 분당 가능성으로 읽히는 △수도권 및 호남에서의 독자적 중대결단 등에 결의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옛 민주당계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사기통합”으로 규정해 눈길이 쏠린다.

이 관계자는 “손학규·박상천 두 공동대표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통합합의문에 균형 있는 공천을 명시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소수파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며 “하지만 공심위는 이를 무시하고 있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박재승 위원장은 당내 존재해 있는 계파가 없다고 한다. 양당이 통합됐는데 왜 계파가 없다고 하나”라고 반문한 뒤 “균형 있는 공천이란 각 계파들에 대한 보호 장치다. 손 대표도 합의한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손·박 두 공동대표가 균형 있는 공천에 합의한 만큼 손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 소수파(옛 민주당계)를 보호해 줘야 하는데 소극적”이라며 “손 대표도 박 위원장에게 편승했다. 신의 없는 행동이다. 우리는 양당의 통합을 사기통합으로 규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옛 민주계가 몰살됐을 때 수도권에서 통합민주당의 효과가 반감 될 것이고 치명적인 상처가 될 것”이라며 “한 선거구에 (옛 민주당 지지자들이) 몇 천 명씩 된다. 소수파를 이런 식으로 몰살하고 다수파가 독식한다면 ‘도로열린우리당’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당산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심위회의에 앞서 박 대표의 전략공천 주장에 대한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 “더 논의할 여지가 없다. 다 끝난 것 아닌가”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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