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예술활동만은 기득권과 긴장관계에 있어야 한다

[데일리서프라이즈 하재근 문화평론가] 가수 이은하 씨가 ‘한반도 대운하‘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내용은 이렇다.

우리나라 아름다운 산천과 물줄기가 있는데
그 경치를 이제까지 버려두고 있었네
모두가 버려진 물줄기 속에(새로운 희망이 있어)
모두가 노력 한다면(우린 웃을 수 있어)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그 물길 하나)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 함께 웃을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어(할 수 있어요)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그 물길 하나로)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 함께 웃을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어(할 수 있어)

전국에 울려 퍼지는 건강한 웃음소리 되찾고 소외되고
노령화된 시골이 이제 다시 젊어지겠지

버려진 물줄기 속에(새로운 희망이 있어)
모두가 노력 한다면 (우린 웃을 수 있어)

*1000만년을 이어나갈 우리의 꿈이 담긴 한반도 대운하(그 물길 하나)
다시 살아나는 경제 다함께 웃을 수 있어 우리 할 수 있어(할 수 있어요)

국민 모두가 바라는 건 아름다운 금수강산 한반도 대운하
소외된 사람들의 휴식처 대한민국 방방 곡곡 사랑이 넘쳐 흘러
내가 원하고 후대 후손이 바라는 한반도 대운하


확실히 찬양가다. 80년대 ‘아 대한민국’보다 더 노골적인 정권찬양가다. 이은하 씨는 ‘그 물길 하나로’ 웃을 수도 있고, 희망도 있지만 이런 이벤트를 보는 나는 함께 웃기가 힘들다.


1. 가수의 정치참여?

좋은 일이다.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참여는 모든 시민의 의무다. 연예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모든 시민이 정당, 시민단체, 노조 활동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될 것이다. 가수도 얼마든지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단 원칙적으로만 그렇다.

여기는 불행히도 한국이다. 한국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 대한민국’으로 상징되는 문화의 정치 선전도구화를 겪었던 나라다. 그때 언론학살, 문화조종 등을 감행했던 정권과 현 정권이 이어진다. 인수위 때부터 ‘국보위’라는 단어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지금/여기에서 정권찬양을 순수한 정치적 의사표현으로만 보기 힘든 이유다.

2. 순수와 찬양 사이

아직도 낙하산, ‘빽’, 연줄, 줄 서기 등의 단어가 통용되는 사회다. 새 정부는 극심한 코드인사정책을 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은하 씨가 아무리 순수한 뜻으로 찬양가를 불렀다 해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번에 나온 음반 관계자들의 행보는 앞으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정권찬양가로 인해 받는 주목은 한국 사회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정치참여와 정권찬양은 구분되어야 한다. 정권찬양은 이권을 매개로 한 거래 아니냐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 현대사가 그렇고, 현 정부의 이력이 그렇기 때문이다.

정치참여를 한다면 비주류, 소수, 비기득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부터 해나가는 것이 좋다. 이런 식의 참여는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 이런 것들부터 시작해 한국사회 선진화와 함께 차츰차츰 정권지지행동까지 정치참여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좋다.

신해철, 윤도현 씨 등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후 노무현 정권 찬양가를 발표하진 않았다. 명계남 씨는 ‘나는 순수하다’느니 ‘오해를 말아달라’느니 하는 가면을 벗고 정식으로 정치활동을 했다.

이은하 씨는 순수한 뜻으로 정치적 입장보다는 곡이 좋아서 노래를 불렀을 뿐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은하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었고,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을 낸 동네방네예술단은 이명박 지지 연예인들의 모임이다. 순수하다고 할수록 순수하게 보기 힘든 그림이다.

이 음반에는 ’아름다운 청계천‘이라는 노래도 있고, 고려대의 응원가도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 모두가 단지 순수한 뜻이라고 한다면 당황스러울 뿐이다.

3. 정말로 아쉬운 것은

한반도 대운하를 만든 사람은 힙합 그룹 ‘거리의 시인들‘ 출신의 노현태 씨다. 노현태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진영의 로고송 작업을 했던 이다.

힙합 음악인이, 그것도 이름에서부터 비주류의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의 시인들’ 출신이 부자정권, 5% 주류 정권을 비호하는 것은 개탄스럽다.

락이 배고픈 음악이라고 하면서 전혀 배고프지 않은 행색으로 다닌 (것처럼 알려졌던) 문희준 씨는 네티즌으로부터 증오에 가까운 공격을 받았었다. 비주류와 저항의 힙합 음악인으로서 부동산 부자 정권의 선전수 역할을 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괴롭다. 전통가요 음악인만 됐어도 이런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상업적으로 기획된 아이돌들이 힙합을 하고 펑크락을 하는 것보다 더 기이한 풍경이다.

4. 정권보호는 이다음에

주류 사회인은 기업인 및 땅부자, 교수, 관료, 유명 교회 목사님 등으로도 충분하다. 예술인의 예술활동만은 기득권질서로부터 탈주하려는 창조적 일탈로 제도권과 긴장관계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예술창작은 자유고 정치적 의사표현도 자유의 영역이다. 다만 일부러라도 예술창작에만은 비주류적 감수성을 화두로 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입시, 재테크, 땅투기 등 주류질서 편입 광풍의 사회에서 그것만이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언젠가 이 땅에 약자를 대변하는 비주류 정권이 들어선다면, 정조가 그랬듯이 주류로부터 맹폭을 받게 될 것이다. 정권보호는 그때까지 유보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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