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호남 중진에 ‘입김’…정동영도 동작을 출마 선언

[데일리서프라이즈 김재훈 기자]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 종로지역 출마를 공식화 했다. 손 대표의 측근들도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불과 수 시간 전에 통보받았을 만큼 전격적이었다.

우선 손 대표의 이러한 결단은 수도권에 대한 바람몰이를 전면에 나서 이끌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정치1번지’로 통하는 종로에 당 대표가 출마했다는 상징적 의미도 크다.

그래서인지 손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당이 아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오는 총선에서) 한 석 이라도 더 얻기 위해 희생·결단·헌신하는 자세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12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종로 지역구 출마를 밝혔다. ⓒ민주당
이는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있는 당 중진들에 대한 압박차원의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당선이 불명확한 지역에 스스로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도미노 결단’을 이끌기 위한 것. 이와 관련 손 대표는 “호남(지역구)에서 (수도권 지역구로)올라오실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짧게 언급하기도 했다.

종로는 내리 3선 고지를 밟기 위한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단수 공천신청 지역. 하지만 한나라당은 전략공천 등을 이유로 공천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가운데 정몽준 최고위원의 전략공천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해당 지역구는 박 의원이 3선에 나설 만큼 한나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손 대표의 이날 결단이 당 중진 및 핵심인사들의 수도권 진출에 ‘자극제’로 작용할 개연성은 크다. 또한 손 대표의 갑작스런 종로출마 선언은 당 공천심사과정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인식, 이를 일거에 잠재우려는 속내도 읽힌다. 총선진용을 갖추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못한 까닭이다.

손 대표는 “(당이) 공천혁명을 통한 환골탈태의 변화의 길을 걷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조직을 위해 희생과 고통을 겪고 있는 여러 동지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메인다”며 “그러나 쇄신만이 당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길이며, 국민의 여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승 공심위원장의 어깨에 힘을 싣는 대목이자 공심위의 결정에 대한 ‘재론불가’의 원칙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손 대표에게 있어서는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 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당 지지율이 10%대 초·중반을 맴돌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11일 발표한 결과(전국성인남녀 700명 대상, 95% 신뢰도에 표본오차 ±3.7%p)에 따르면 민주당은 12.7%에 머물렀다. 동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46.9%를 기록한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아울러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심리를 비롯 지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거둔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에서 엿볼 수 있는 민주개혁진영에 대한 심판여론 등을 감안했을 시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손 대표의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전망이 밝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와 함께 손 대표의 한나라당 탈당경력이 본격적인 총선국면에서 ‘꼬리표’로 따라다닐 것이 분명해 지는 만큼 ‘금뺏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해당 지역에서의 손 대표 활약이 미진할 시 자칫 총선 막판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점도 신경이 쓰인다.

손 대표의 종로출마를 바라보는 당내 불편한 시각도 부담거리다. 해당 지역 예비후보자로 등록돼 있는 유승희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3년 간 불철주야 지역의 출마를 위해 준비해 온 여성정치인으로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있다”며 “당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당차원의 대안과 조치를 강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손 대표의 출마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 비춘 것.

같은 지역 정흥진 예비 후보 역시 유 의원에 이어 기자회견을 통해 손 대표의 출마에 대한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대표가 총선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뒀을 시 빈약하기만 했던 당내 입지를 확고히 함은 물론 정치적 ‘롱런’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볼만 하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조심스럽게 새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민주당에게) 기회다. 한나라당 지지율도 빠지고 있다”며 “손 대표가 선두에 선 바람몰이가 성공한다면 (손 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와 더불어 거대여당 출범에 대한 ‘견제론’이 그에 대한 ‘기대심리’에 비해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할 지에 손 대표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손 대표와 함께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오후 3시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 동작을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 전 장관은 이군현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하게 된다.

손 대표는 출마 선언 직전 정 전 장관에서 전화를 걸어 “내가 종로를 출마해 한강 북쪽 벨트를 맡을 테니 남부 벨트를 맡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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