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의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심위원장에 대한 5개항 공개질의 

금고 이상 인사 공천배제 발표 이후, 저는 박재승 위원장께 공개토론을 제안하였습니다. 박 위원장이 공천혁명을 원하는 민심에 부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 논리와 원칙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한다는 지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권고도 들었습니다. 과거에 경험했듯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을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위원장의 공천방식과 논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까닭은, 현재 여론의 지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한 문제점들을 방관하고 침묵할 경우, 우리 사회가 겪어야 하는 후과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부당하다고 확신할 때는 단호하게 노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정권 심판으로 붕괴한 구여권의 회생을 위한 공천혁명의 명분축적에 엉뚱한 희생자들이 제물이 되고 있습니다. 이명박독주에 대한 견제력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공천혁명의 본령은 괘도를 벗어났습니다. 원칙에 입각한 비전없이 단칼 정치의 포퓰리즘적 흥행성에 의존하는 정치는 칼춤이 끝나고 관객들이 흩어지면 그만입니다. 그런 정치는 정치발전과는 거리가 멉니다.

공개토론의 핵심쟁점을 공개질의합니다. 드레퓌스사건의 재심을 요청한 에밀졸라는 결국 승리했습니다. 박위원장께선 국민과 당사자 앞에 정정당당히 응답하기를 촉구합니다. 공천혁명의 대의 앞에 일부 문제가 있어도 박위원장의 손을 들어주고 덮는 것이 좋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치열한 상호토론이야말로 민주적 건강성의 토대라고 확신합니다.

1. “억울한 사람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억울함을 풀어주어야 할 정치의 본령을 포기한 것 아닌가? 위원장께선 공천혁명의 대의와 급박한 정치상황 때문에 억울한 선의의 희생자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며, 개별심사 없는 무조건 일괄배제를 결정했습니다. 고도의 종합적 판단을 요하는 복잡한 심사 대신, ‘판결문재확인’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엄격한 도덕적 원칙을 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고차방정식을 풀 자신이 없다는 포기선언입니다.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아무리 복잡해도 풀어주는 것이 정치고 정의 아닙니까? 그것이 박 위원장에게 공천심사의 과업을 맡긴 이유 아닙니까? 그런데 오히려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위원장의 논리에는 자신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의를 앞세워 소수의견과 개인인권을 무시하는 위험한 독재와 전체주의의 맹아가 숨어있습니다. 그런 논리가 일시적 여론을 업고 극대화된 포퓰리즘이, 무수한 희생을 낳은 파시즘과 문화혁명, 이 나라 민주세력을 분열시킨 노무현식 개혁파행이었습니다.

도둑 잡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잡힌 사람이 과연 도둑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걸 제대로 가려내지 않고 전체 사회의 치안이라는 대의를 내세워 누군가를 도둑이라고 잡아놓고는 범죄척결의 실적으로 내세워 자랑한다면 그야말로 인권유린이고 법률적 횡포 아닐까요?

혁명의 대의만으로 억울한 사람들을 단두대에 세울 수는 없습니다. 억울해도 도리 없다는 논리 하에 민간인이 전쟁에서 희생당하고, 환경과 원주민들이 개발독재의 희생물이 되었고, 농촌이 산업화에 희생되었습니다. 이런 논리가 정당화된다면, 이 나라는 억울한 희생자들을 만들어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잔혹한 정치를 계속 강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2. 사법부의 판결은 다 옳다는, 편협한 구시대적 사법권위주의에 빠져있는 것 아닌가?

사법적 판결을 받은 과거가 있으면 심사대상도 안 된다는 위원장의 원칙대로라면 전과자, 부도를 낸 사업가, 이혼경력자에겐 재도전의 기회를 줘선 안 됩니다. 단 한 번의 사법적 징벌을 이유로 한 영구적 처벌의 시작이요, 당사자를 무한한 좌절의 늪으로 빠뜨리고 재기를 봉쇄하는 냉혹한 사회의 시작입니다. 한 사건을 두 번 처벌하는 이중처벌이기도 합니다. 법정에서 변호는 그렇게 하셨을 리 없지 않습니까?

정치지도자가 될 사람에겐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사법적 잣대를 요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큰 책임에 엄격한 자격이 요구된다는 논리는 옳습니다.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에겐 공산당 활동으로 사형선고, 노무현 대통령에겐 청문회에서 막말을 하고 명패를 던진 과거, 이명박 대통령에겐 선거법위반, 부시대통령에겐 마약복용의 전력이 있습니다. 사법적 잣대 하나로 정치인의 자질을 다 재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과거보다 국민의식과 도덕기준이 상향되었기 때문에 사법적 판결이 정치인 자격심사의 절대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반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첫째, 기준이 된 사법적 판결이 절대적으로 옳은가 하는 것입니다. 재판결과가 절대적으로 옳아야 그나마 이를 기준으로 삼는 것에 일정한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사법적판결만을 절대기준으로 원천배제하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습니다.

대법원판결을 거친 적지 않은 국내사건들이 오랜 시간 후 무죄로 뒤집혔습니다. 사법부 오판의 가능성이야말로 국제적인 사형폐지론의 논거 중 하나입니다. 판사출신인 박 위원장께선 우리나라 사법부의 역대 판결이 다 옳다고 생각하십니까? 대법원판결이 난 사건에 대한 항변과 이의제기는 경청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런 사법우월주의와 절대주의야말로 극복되어야 할 구시대적 권위주의사고가 아닙니까?

둘째, 만일 사법적 판결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전제하더라도, 지금처럼 공천심사조차 원천봉쇄하여, 헌법상 보장된 정당 활동 권리와 피선거권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으로 확대해석해도 옳은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법부의 해당 판결은 그 특정사건에 제한된 판단입니다. 박위원장의 논리가 정당화된다면, 향후 대한민국의 사법적 판결은 해당 개인의 정치적 사망선고까지 포함하는 판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법판결에 의한 정치보복의 유혹은 더 강화되지 않겠습니까? 법조인인 박위원장은 위헌적 요소마저 담겨있는 이런 발상이 타당하다고 믿습니까? 사법부의 권위가 그런 초헌법적인 수준으로 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박위원장은 사면권 남용에 의한 사법권 침해를 비판하고 일반인은 우유 하나만 훔쳐도 징역을 살고 사면혜택도 못 받는다고 주장하는 등, 사법권 옹호의 강한 개인소신을 갖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사면권 남발의 문제점 해결에 대한 소신이, 사면권의 법적효력을 부정하고, 정치인에 대한 부당한 인권침해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셋째, 박위원장은 당사자들에게 이번 18대국회 입성만큼은 희생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박위원장이 사법적판결을 절대기준으로 만들어버리는 한, 그 무리한 논리의 희생자들은 향후 원천적 정치무자격자가 될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박위원장이 함부로 휘두른 칼을 다른 사람들이 그 희생자들에게 다시 휘두를 겁니다. 게다가 박위원장은 그 희생자들의 19대 국회도전과 입성을 보장할 자격도 권한도 능력도 없습니다. 박위원장의 사법우월주의적 개인소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무리한 희생을 요구하실 자격이 있습니까? 이 논리의 현실적 위험에 대해 숙고해보셨습니까?

넷째, 박위원장의 논리는 대법원판결이 난 경우는 심사대상도 안 되고, 2심까지만 확정된 경우는 공천확정이라는 코메디같은 현실을 결과하고 있습니다. 박위원장의 사법절대주의는 대법원절대주의입니까? 2심판결까지는 안 믿어도 되고 대법원판결만 믿으면 됩니까? 이것이야말로 태산명동에 서일필 아닙니까?

이처럼 박 위원장의 법 논리와 법철학은 많은 위험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무런 반론 없이 침묵하고 계실 수 있을까요?

3. 박재승 위원장의 정치적 정체성은 “도로열린우리당”인가?

박위원장께선 공천의 목표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견제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민주세력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핵심원인은 무엇입니까? 문제가 된 11명의 형사금고 전력 때문입니까, 아니면 참여정부와 열린 우리당의 실정 때문입니까? 이 초점이 흐려지면 향후 정치발전의 진로를 설정하는데 중대한 오류가 생기게 됩니다.

박위원장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정책임에 대해 무감각하게 외면하고 있습니다. 박위원장이 내놓은 1차공천자 명단에는 역대 열린우리당 의장들과 총리의 이름이 줄줄이 있습니다. 민주당 분당책임,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정 책임, 여야간 당적이동 등 민주세력의 신뢰저하를 야기한 근본문제들을 형사금고와 마찬가지로 절대적 탈락의 잣대로 전혀 제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용도폐기해버린 금고이상 배제규정을 따라할 뿐, 정작 중요한 실정책임에 대해선 문제제기조차 못하고 은폐하듯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 아닙니까?

반면에, 노무현 정부 심판론에 책임을 질 이유가 없는 상당수 인사들을 도리어 심판대상으로 만들어 정치적 단두대에 세웠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책임전가입니다. 금고이상 11명이 모두 노무현 정부 심판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금고이상 배제라는 기준의 절대화는 민주세력붕괴의 근본원인분석에 근거한 노무현정권 유산청산이라는 과제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명분은 원칙과 ‘법대로’이지만, 현실은 진정한 극복대상들이 여론의 표적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도로열린우리당만들기에 복무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위원장의 기계적인 ‘법대로’ 원칙에는 민주세력의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몰인식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대북특검으로 무고한 옥고를 감내한 사람은 오히려 가산점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못해 보셨습니까?

일각에선 박위원장을 공천특검이라 부른다지만, 현 상황은 노무현대통령이 ‘법대로 하니 어쩔 수 없다’며, 남북대화추진을 일순 범법행위로 전락시킨 대북송금특검을 비호하고 한나라당 지지층에 영합해 민주세력의 정체성 혼선을 방조하던 때와 본질적으로 같지 않습니까?

유권자는 과거의 사법판결 전력 하나로 지지여부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통합 민주당이 사는 바른 길은 노무현 정권 유산을 청산하고 서민과 대중을 위한 실력 있는 정당으로 다시 서는 것입니다. 박위원장의 공천 기준에는 노무현 정권유산의 청산도, 올바른 노선의 확립도, 차세대지도자의 양성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고 있기 때문에 여론의 갈채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4. 일방통행식 독선으로 당의 지도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 아닌가?.

박위원장의 공천기준은 바로 이런 이유로 통합민주당의 지도력을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박위원장은 공심위 운영과정에서 일관되게 정당운영의 기본을 무시하고, 사퇴압박을 무기로 당지도부를 압박하거나 무력화시켰습니다.

최고회의 재심요구권의 무력화, 비례대표공천 개입요구, 당지도부의 고유권한인 전략공천권 부정, 금고이상 해당자에 대한 당지도부의 수차례의 개별심사 요구 묵살, 공천관련 여론조사 자료독점, 심지어 지도부의 전략공천요구 일부수용과 연계하여 공심위 심사결과의 자동확정장치 요구 등, 이러한 태도는 도를 지나쳐 비합리적이고 오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조차 이런 독점적 권한행사는 없었습니다. 박위원장의 이런 행태는 비민주적행태로 비판받을 수준이라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일각에서는 공심위 활동을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하는 조건이 마련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공심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심위는 정당 기능과 조직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총선전략 수립의 주체도 아니고, 총선 이후 당을 책임지지도 않습니다. 이런 공심위가 주제파악에 실패하고 당의 전략적판단을 장악하려는 독단을 행사하면 정당의 종합적 판단능력은 중대한 훼손을 당하게 됩니다.

이미 공심위에 독립성을 보장해주지 않았냐고 항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심위의 독립성은 위임된 업무의 공정한 처리를 위한 독립성입니다. 박위원장과 위원들의 권한은 전당대회의 선출을 통하거나, 일반선거의 국민적 검증을 거친 것이 아닌 당의 위임에서 나온 권한입니다.

위임된 권한의 궁극적 소유주체는 당입니다. 이것은 법적인 위임이론의 기본이라는 것은 박위원장이 모르는 바 아니시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박위원장은 일반적 법원칙과 반하는 재심관련 조항 관철 등을 위하여 사퇴압박을 남발한 것이 옳은 자세라고 생각하십니까?

공심위가 민주당 분당이나 실정의 책임을 져야 할 수도권의 열린우리당 당의장 출신들과 고위 책임자들을 공천한 명분과 현실은 그들의 경쟁력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금고이상 11명 중 당선가능한 수도권 인사들의 지역구에 대한 대안은 있습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야말로 종합적 판단력이 없는 것 아닙니까?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종합적 판단력이 요구되는 것 아닙니까?

호남을 뺀 수도권 선거는 피를 말리는 접전이 될 것입니다. 명백히 확보 가능한 의석 몇 개를 손쉽게 버리면서 구체적 대안도 없이 막연히 분위기 상승효과만 노린다는 것은 무책임하지 않습니까? 박위원장이 여러 지역구의 구체적 상황과 복잡한 민심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박위원장은, 민심을 모르는 정치권은 자신보다 하수라는 식의 독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박위원장이 살리기를 표방하고 있는 통합민주당 당원과 지도부에게 깊은 상처와 좌절감을 안겨다주는 자해행위가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 박재승 위원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명예로운 희생이 아니라 일방적인 처단에 불과하다.

박위원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거론하셨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합리적 대의에 자발적으로 승복한, <명예로운 자기희생>입니다. 부패비리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까지 획일적으로 부패정치인으로 몰아붙이는 일방적인 희생양 만들기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과 상반된 명예박탈이자 모욕입니다.

금고이상 11인 가운데 조직과 상황의 희생자가 있다면 왜 이들에게만 유독 두 번의 희생을 요구해야 합니까? 정치인들에게 사면의 혜택이 남용되는 것도 잘못이지만,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희생을, 그것도 재차 감수하라는 것도 인권유린이자 정치적 폭력입니다. 박위원장께선 판결문을 낭독하듯 한 냉혹한 일괄배제 결정 외에 당사자들의 명예로운 희생을 위해 어떤 설득과 노력을 하셨습니까?

저는 박위원장께서 사회나 조직을 위해 그동안 어떤 희생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다른 사람에게 요구할 만큼의 희생을 해 오셨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하는지는, 과문인 탓인지 아는 바 없습니다. 제가 민주화 운동으로 옥고를 치룰 때에도, 우리 사회의 격변기에도 박재승 변호사의 이름을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박 위원장 스스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위해 해 오신 희생에 대해서 이 기회에 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박 위원장은 혹시 알고 계신지요? 박 위원장이 지금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요구하고 있는 적지 않은 당사자들은 그 개인의 역정, 그 가족의 삶에서 적어도 박위원장 이상의 희생을 감당해온 사람들입니다. 과거의 일을 훈장처럼 달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박위원장의 냉혹한 노블레스 오블리제에 타인의 인생에 대한 배려나 고뇌가 전혀 담겨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지금 박위원장에게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엄격한 공개적 자기검증과 철저한 민주적 태도일 것입니다. 전무후무한 정치인 생사여탈권을 부여받은 공심위가 최소한 공천대상자에게 요구되는 수준으로 자기 자신도 검증하고 공개하는 방안을 스스로 제안하신 적은 없습니까?

그래서 타인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자신들의 수준에서는 이 정도는 하고 있다고 큰 소리 치실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럴 때만 공심위의 도덕적 권위가 확립될 것입니다. 박위원장께서는 최근 일부공심위원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경고를 접수하신 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의 시정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하셨습니까?

박위원장께선 공심위 외부인사들을 카르텔식 별도모임으로 운영하셨습니다. 금고이상 배제문제도 처음엔 합의제를 표방하다 표결방침으로 전환하고, 그도 여의치 않자 급기야 위원들의 발언을 녹음하고, 언론을 활용하여 여론압박이라는 방식으로 본인의 의사를 우회해서 관철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합리적 논의의 과정이 가져야 할 중립적 분위기를 소멸시킨 것입니다. 저는 20여년의 정당과 조직생활 동안 박위원장이 했던 것 같은 비민주적인 조직운영의 사례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본인의 이런 태도가 일관성이 있거나 민주적인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박위원장은 조직 내부의 의견이 중대 사안에서 팽팽하게 대립될 경우 요구되는 거부권에 관한 일반적 법원칙을 무시하고, 위원장직 사퇴압박을 무기로 당 지도부의 재심요구권을 무력화시켜, 공심위 아니 사실상 박위원장 개인의 단독결정권을 확보하였습니다.

사법질서에서도 3심이 존재하는데, 재심의 기회도 막아버리는 것은 자신의 견해가 최종적이라는 오만입니다. 여기에는 이런 사태를 초래한 당지도부의 잘못도 있습니다만, 지금이라도 이런 문제점을 인정하고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을 생각은 없습니까?

저는 박위원장의 태도에서 ‘법대로’ 이미지로 국민의 갈채를 받다가 결국 독선과 고집으로 빠지고 국민을 실망시켰던 다른 정치권 노선배들의 그림자를 봅니다. 칼을 가졌다고 그걸 자기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여기는 순간, 역사는 그 오만을 심판해 왔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박재승 위원장의 원칙과 철학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개인적 차원을 떠나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견제 받지 않는 독선과 권력은 반드시 실패합니다. 박재승위원장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당 내부의 독선도 견제 하지 못하면서, 이명박 독주를 견제한다는 건 자가당착입니다. 포청천이 아니라 포청천 할아버지라도 틀린 건 틀린 것입니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캄캄한 터널을 헤쳐 왔습니다. 이명박후보에게 서울시장낙선, 노대통령에 반대한 후보단일화추진, 여성후보에 양보한 지역구이동, 탄핵역풍에 의한 총선낙선, 정치자금법재판 등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고독함과 답답함 속에서도 다시 국가를 위해 일할 시간을 기다리며 쉬지 않고 준비해왔습니다.

20대에 정치를 시작한 제가, 30대에 6년 국회의원을 하고, 6년을 쉬어 40대 중반에 이르렀습니다. 나이에 비해 비교적 풍파도 겪었고, 스스로의 양심에 비추어 비리에 물들지 않았고, 이젠 진정한 견제세력, 대안세력의 새로운 중심을 만들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노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지난 몇 년간 찬바람을 맞았던 제가 노무현정부의 실패가 국민적으로 확인된 지금, 노대통령 당시 표적수사의 굴레 때문에 새로운 난관을 맞이한 것을 생각하면 쓴웃음조차 나옵니다. 저는 당장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재승식 공천개혁에서 도로열린당 만들기, 그리고 노무현식 개혁에서 초래됐던 민주세력 정체성 혼란의 재판을 예감합니다. 그런 불행이 되풀이되어선 안 됩니다.

저는 박재승위원장의 부당한 태도에 굴복하고 침묵하여 국가와 당을 위해 일할 책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원칙적인 입장에서 정면으로 대처해나갈 것입니다. 국민여러분과 당원 여러분의 깊은 헤아림이 있으시기를 진심으로 호소하는 바입니다.

박 위원장께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제 문제제기에 답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 당사자에 대한 도리고 의무이며, 박 위원장의 표현을 빌면 ‘must'입니다.

성의 있는 답변을 재차 촉구합니다.

보론)

제가 관련된 이른바 정치자금법 위반사건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간단히 밝히고자 합니다.

제가 SK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이 사건은, 실은 중앙당의 서울시장선거 지원과정의 잘못에 대한 법적책임을 후보로서 진 것입니다. 중앙당이 SK에 요청하여 선거본부로 온 후원금을 제가 선거본부 담당실무자에게 그대로 전달하여 선관위에 신고 되는 공식비용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제가 요청하지도, 사적으로 쓰지도 않았다는 점을 법원도 인정하였습니다.

노대통령대선자금을 수사하던 검찰이 대선자금수사와 무관한 정치인 중 유일하게 김민석 관련내용을 진술하라고 압박하자, SK 임원이 “이건 중앙당 요청인데, ......젊은 사람 앞길 막는 건 아닌지.......”하며 진술한 것을 입건한 사건입니다. 노무현 후보를 반대했던 저에 대한 명백한 보복성 표적수사였습니다. 노대통령이 배려했던 다른 사람들처럼 사면특혜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2008년 3월 11일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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