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딸

  [광주시청 비정규직 복직투쟁 1년째... 해고노동자의 딸이 보내온 편지]

안녕하세요. 광주시민 여러분! 그리고 시청에서 나랏일을 하시는 높으신 분들 보아주세요.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서 1년 동안 투명인간처럼 존재하는 그 분들이 누구인지. 기억하고, 알고 계시나요?
제가 말하고 있는 그 분들은 누구일까요? 전 광주 시청이 새로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의 시청으로 거듭나기까지 함께 동고동락 했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어버린 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보셨나요? 하얀 소복을 입고 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발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며 호소하고 있는 그 분들의 모습을 보셨나요? 한번이라도 그 분들을 눈여겨 보셨더라면. 한번이라도 그 분들의 노고와 고초를 이해하고 느꼈더라면.

당신이 정말 용기 있는 광주의 시민이라면 소리 높여 이야기 했을 것입니다. 대체 왜 저 사람들은 봄,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가도록 1년 내내 소리없는 시위를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도대체 광주시청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말입니다.

시청사 접근금지로 손발이 묶이고 제발 우릴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했더니 그마저도 벌금 1150만원으로 자물쇠를 채워 버린 광주의 현실. 저는 언론의 힘을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언론이나 예술의 힘은 공권력 아래 이빨빠진 호랑이더군요.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비참하고 가혹한 현실 속에서 대체 무엇을 위해 내 삶을 살아야 하며, 대체 무엇을 위해 성공해야 할까요..? 물론 그 분들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는 미친듯이 공부해 성공할수밖에 없다고 누구들은 말합니다. 매정한 현실을 어쩔수없이 체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나만 잘산다고 해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잔다고 해서 그게 삶의 전부이거나 행복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 분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돈한푼 나오지 않는 시위를 왜 한해가 가도록 이어가고 있을까요? 차라리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뼈가 시리도록 매서운 바람과 눈초리를 참아가면서도 버티는 것은 그 분들 이후에도 수없이 생겨날 비정규노동자들의 더 나은 삶과 권리를 위해 버티는 것입니다..

외국인들은 한국사람들을 냄비라고 비유를 합니다.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 모두들 입방아를 찧곤하지만 이내 이슈가 식어버리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잊어버리기 쉽상이지요. 광주 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윤리적으로 비도덕적으로 비인간적으로 내몰았던 시청 직원들과 우리 어머니들의 모욕과 아픔을 잊어버리고 계시지는 않는지요?

그 분들이 만약 복직이 된다면 그 동안의 고생이 다 치유되고 보상된다고 생각하면 안될것입니다. 사람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 분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피흘리며 싸운것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가슴에 박혀버린 사람 자체에 대한 상처와 분노는 어떻게 치유해 줄것인지요? 그들은 슬픔과 아픔, 고통을 모르는 신이 아닙니다. 그들도 나와 같은 희노애락을 느끼는 사람일뿐입니다...

1년이 지나도록 원만한 해결을 하지 못하는 시청은 정녕 광주 시민을 위한 , 약자를 위해 존재하는 곳인지 다시 한번 되묻게 됩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어제 아침 그 분들이 길 한폭판에 서서 추위와 싸우시는 모습을 보고. 이 글을 남깁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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