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기고]  40대 민주당원이 DJ에게 보내는 편지

존경하는 DJ 선생님, 정치 통합을 이루어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를 막으려는 호남인들의 열망이 한데 모아지고 있고, 다가오는 4월 9일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 역사적 사건을 기대하는 마음이 설레이고 있습니다.

꼭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겨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이룬 남북평화를 지키고 발전시켜 민주주의세력이 옳았다 평가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런 바람이 최근 들어 더 강해지고 실제로 조그마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공천심사 위원들이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정치판을 새로운 그림을 그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특히 호남에서는 현역의원을 포함해서 과거 낡은 기득권과 결합한 정치인들을 좌판에서 내치겠구나하는 긴장감도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고 돌아선 민심을 다시 회복시키기 이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작년 말 세상에 5백만 표나 지다니 하는 통한의 눈물을 훔치면서 다시는 ‘정치에 정’자도 꺼내기 싫었는데 어느새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쥔 내 모습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저는 이렇게 올려진 두 주먹을 내리지 않으려고 당신에게 한 장의 편지를 쓰려합니다. 희망이 없을 때 호남인들에게 당신은 언제나 희망을 밝히는 등불이었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배 형님들은 이럴 땐 당신을 선생님이라 생각하면서 갈 길을 묻고 그렇게 갈 길을 정했다 들었습니다.

당신은 목숨을 다섯 번이나 이 나라에 바칠 뻔 하면서 민주주의와 이 나라의 평화를 위해 싸워서 마침내 민주주의의 희망을 한 단계 완성했습니다. 그렇게 소망했고 그럴 자격이 있었던 당신은 노벨 평화상을 우리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자랑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당신과 결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으로서 당신은 이제 자격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재작년인가, 당신은 당신의 고향에 당신의 둘째 아들을 국회의원으로 내보냈습니다.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것도 당신의 둘째 아들 자유겠지만 우리는 당신의 얼굴에 차마 침을 뱉을 수가 없어 둘째 아들을 받아 들였습니다.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했지만 당신은 선생님이 아니라 장사치처럼 호남의 장래나 민주주의 장래가 아니라 오직 당신의 권력이 중요하다고 말 한다고 느껴져 너무 걱정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당신이 정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솔로몬 왕이 타락하여 영혼을 잃어버린 것처럼 저에게서 아무런 감동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런 타락한 왕처럼 당신의 가신과 아들을 위해 노구를 이끌고 당신은 다시 점령군처럼 목포를 찾고 그들을 장사치로 내세워 정치장사를 하려는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 지울 수 없었습니다. 민주당에서 당신을 팔아 겨우 연명하는 동교동의 유령이 공천을 심사하는 여의도를 떠돌고 있습니다.

동교동의 유령이 부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김홍업이나, 권노갑, 한화갑, 박상천이나 동교동이라 칭해지는 사람들 모두 동교동 유령이라 말하면 억울하겠지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이해할 만합니다.

역사는 억울한 것이 많습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억울한 죽음이 많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다 숨진 독립군의 자식들이 3대를 빌어먹고 독립군을 팔아넘긴 반역자는 3대를 호의호식하는 것을 보면 그렇고, 광주항쟁에서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을 생각하면 그렇고, 민주화 운동하다 지금도 가난한 선배들과 형님들을 보면 억울한 것은 더욱 많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분열시킬 때 동교동이여 부활하라고 외칠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열린 우리당을 만들 때 하나 희열을 느꼈던 것은 동교동이라는 썩어가는 정치집단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서였습니다.

동교동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다고 김대중이라는 거인이 사라진다고 믿는 사람은 없었지요. 그러나 동교동이 유령으로 부활하는 이 중대한 순간에 저는 DJ가 유령들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음을 똑똑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유령과 함께 사라져가는 DJ 선생님과 결별하는 것은 살아가려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입니다. 선생님은 이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정치적 유혹을 느끼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씨앗으로 당선되기를 바라는 국회의원 후계자들 말입니다.

실제로 당신의 후계자들은 민주당 안에 많이 있습니다. 당신의 후계자들은 공천심사 위원들을 정치가 이러니, 정치가 저러니 하면서 훈계하면서 우리 호남인들이 염원하는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공천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공천심사위원들도 아마 당신과 동교동 유령을 무서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공천심사위원들과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중대한 역사적 순간에 유령을 두려워한다면 아마 두고두고 우리 후손들이 저를 비웃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이제 마지막 부탁이 있다면 딱 하나입니다.
인생은 무상한 것입니다. 권력도 무상합니다. 당신도 무상한 것입니다. 버림으로써 얻는 정치 거인의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당신의 마지막 유혹에서 벗어나 당신 평생을 지원하여준 호남인과 국민에게 이제는 마지막 빚을 갚으십시오. 호남인의 혼을 미혹하는 유령의 굿판을 걷어 치우십시오.

DJ 선생님, 당신에 대한 마지막 호남인의 바람이 부디 충심으로 받아지길 바라며, 선생님께 올리는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부디, 건강한 노후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2008년 3월 1일 

              당신을 존경하는 유재석 민주당원 (40.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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