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분석] ‘경제 로드맵’ 제시…남북관계는 실용의 잣대로

[데일리서프라이즈 문용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사를 통해 ‘실용’과 ‘선진화’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이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고 청와대에 입성하게 된 만큼 취임사에 담긴 내용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 부문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도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마인드가 녹아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경제, 복지, 교육, 환경, 문화, 외교, 남북관계, 정치 순으로 향후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실현해 나갈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이 경제 부분에서 가장 강조한 점은 역시 자율과 규제혁파, 그리고 ‘작은 정부’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꼭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겠다”며 “공무원 수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는 빠른 시일 내에 혁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구상해 왔던 금산분리와 총액 출자제도 폐지 등의 경제정책을 밀고 나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장문에 걸쳐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은 “노(勞)와 사(使)는 기업이라는 수레를 움직이는 두 바퀴”라며 노사분규가 현격하게 줄어든 선진국의 예를 들어 “노사문화의 자율적 개선은 선진화의 필수요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담보돼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 대통령이 노사분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향후 민주노총 등 노동계 및 진보진영과의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또한 “수출산업이 경제의 큰 몫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부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의 빠른 처리를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는 실용의 잣대로 풀어간다?

이 대통령이 치켜든 ‘실용’의 기치는 비단 경제부문에만 머물지 않았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 10년만의 보수정권 출범인 만큼, 이전보다 다소 경색될 것으로 보이는 남북관계를 ‘경제’로 풀어가겠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또한 이같은 발언은 이전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지켜왔던 남북화해, 협력의 기조는 그대로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는 견해들도 많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새 정부 출범으로 북한이 긴장할 이유가 없다”며 “새 정부는 남북한이 화해하고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북한 측에 ‘손’을 내민 바 있다.

이날 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해 향후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도 열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선 핵폐기, 후 경제지원’의 원칙을 분명히 해 ‘원칙없는 대북 퍼주기’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북 강경론자로 평가받는 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과 맞물려 참여정부 때와는 다른 대북정책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다” 야권에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

외교분야에 있어서는 대미관계를 가장 먼저 언급한 점이 특징이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다소 멀어진 ‘전통적’ 대미관계를 복원, 강화시킬 것을 천명한 것. 미국도 상․ 하원이 공히 이 대통령에 대한 ‘당선 축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향후 대미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은 바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이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고루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점은 향후 이명박 정부가 ‘4강 외교’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 “자원과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에도 힘쓸 것”이라고 밝힌 부분은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가 ‘실용외교’에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정치의 근본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살맛나게 하는 데에 있는데 정치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가 변하지 않고서는 선진일류국가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간 이 대통령이 강조해 왔던 ‘탈 여의도 정치’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언급한 셈이다.

“소모적인 정치관행과 과감하게 결별하자”며 “여와 야를 넘어 대화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현재 이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늦추지 않고 있는 통합민주당 등 야권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이날 취임사에서 남북관계와 외교 등에 앞서 복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 이 대통령이 ‘친 기업적’인 생각 뿐만 아니라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www.dailyseop.com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