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총선 예비후보만 77명 난립 ...“언론과 시민단체, 검증 자리 만들어야”

20일 현재 선관위 등록한 광주광역시 총선 예비후보자는 모두 77명. 역대 총선 역사상 가장 많은 수다. 그러나 난립한 후보 수에 비해 눈에 띄는 쟁점은 없다. 전문가들은 “쟁점 없는 선거는 자칫 특정세력의 독주와 대중의 정치무관심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일부 후보 토론제안에 ‘무대응, 무대답’ 
▲ 선거 때마다 여성후보 몫의 할당공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민의소리

#사례 1. 광주 남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윤정 후보. 그는 “모든 정당이 약속했던 ‘여성후보 30% 공천’을 실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지방정치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광주지역 여성계 인사들만이 함께 목소리를 맞췄을 뿐이다.

이 후보는 “정치개혁의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제안한 것인데도 여성인 내가 주장하니까 선거전술 정도로 치부 하더라”며 씁쓸해 했다. 이 후보는 “토론을 기피하는 정치는 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며 “당락을 떠나 대의를 위해 당당하게 토론하는 정치인들의 자세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사례 2. 광주 광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민형배 후보. 민 후보는 “장관출신, 재선, 3선의원이면 무조건 큰 인물이냐”며 “진정한 인물론과 지역발전론이 무엇인지 토론해보자”고 제의했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민 후보의 이 같은 제안에 한 후보 측은 “의도를 알고 있다”며 “좋은 정책으로만 대결하기 위해서 대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민 후보 측은 “토론을 통한 검증을 피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후보로서 검증받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견제론’ 독주 속 ‘묻지 마 투표’ 우려

역대 가장 많은 예비후보가 난립하고 있으면서도 특별한 선거쟁점이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강기정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론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인물론 등 다른 이슈가 상대적으로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서 우리도 ‘누가 이명박 정부를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적임자냐’로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호남지역 주민 77.3%가 견제론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어도 호남에서만큼은 통합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광주경실련 집행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찬영 교수는 “광주에서 선거쟁점으로 견제론이 고착화되는 이유는 이명박 신정부의 호남정책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 정부 진용에서의 호남인사 홀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재검토 등 일련의 MB진영이 보여준 호남정책이 광주시민을 비롯한 호남인들에게 ‘신 호남홀대’의 징후로 읽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하지만 해당 지역 고유의 자생적 쟁점이 없는 선거는 자칫 특정세력의 독주와 대중의 정치무관심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또 “견제론의 쟁점 독점은 ‘묻지마 투표’로 이어져 다시 호남을 특정정치세력의 ‘텃밭’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영덕(전남대 5.18연구소 전임연구원) 박사는 “대선 뒤 바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견제론’외의 다른 쟁점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박사는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국정방향과 과제에 대해서 견제를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사람이 제대로 된 견제를 할 수 있을 것인지 토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박사는 특히 “그런 견제론에 대한 실질적 검증과 토론의 자리를 시민단체나 언론이 앞서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안매체총선공동취재단. 오마이뉴스 이주빈 기자

*대안매체총선공동취재단에는 <시민의소리><오마이뉴스><광주인>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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