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1일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7기 1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후진타오(胡锦涛) 중국공산당(이하 ‘공산당’) 총서기의 집권 2기를 함께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었다. 홍콩에 기반을 둔 반(反)중국 또는 반(反)공산당 매체에 의해 살포된 다양한 예측과 억측이 당 대회 몇 달 전부터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지구촌을 흥미진진하게 달궜지만 ‘역시나’로 끝을 맺고 말았다.

당의 내규에 따라 68세 이상이 된 우관정(吴官正), 루오간(罗干), 그리고 후진타오와 함께 권력을 분점하고 있으면서 유임이 유력시되던 쩡칭홍(曾庆红)도 물러났으나, 오히려 전임 총서기 지앙쩌민(江泽民)의 측근으로 퇴진이 유력하게 예상되었던 지아칭린(贾庆林)과 리창춘(李长春)은 유임되었다. 공산당의 차기 지도자로 확실시되는 시진핑(习近平)과 리커치앙(李克强)을 포함한 4명의 새로운 상무위원을 포함한 전체 상임위원의 면면을 보면 후진타오가 자신의 집권 2기에도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여 년에 걸친 꾸준한 개혁개방 정책의 실시는 중국의 경제-사회 분야를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시켰고, 주요 국가기구인 국무원(행정부)과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무원은 최근 비공산당원 인사들을 정부부처의 장관직에 임명하면서 공직사회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있으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도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는 각 종 법률들을 정비하는 등 과거 ‘당의 거수기’의 모습을 지우고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인민의 대표기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각 부문의 이러한 다양한 변화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국가권력의 기반이자 핵심기관인 공산당은 시대의 변화에 호응하지 못한 채 오히려 발전과 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론 후진타오 집권 이후, 지난 5년 동안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임기가 규정되지 않았던 공산당 총서기에 대한 임기제한이 국무원 및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고위직과 같은 기간으로 당의 강령에 명문화되고, 또한 내부적으로 규정되었던 공산당 각 직급의 간부 선출 시 연령상한 기준이 이번에도 지켜짐으로써 신-구 지도부의 교체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었다.

둘째, 일부 최고 지도자의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방식이 정치국상무위원회 또는 정치국 전원의 투표에 의한 결정으로 전환되면서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성이 확립되었다.

셋째, 그 동안 유명무실했던 중앙위원회의 기능을 회복시켜 정치국과 정치국상무위원회의 주요 결정사항을 중앙위원회에 보고하고 의견을 구하게 하였다.

위와 같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7차 당 대회에서의 최고 지도부 선출은 여전히 공산당이 변화에 주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국과 정치국상무위원 등 당의 최고 지도부 선출은 여전히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계파 간 안배와 몇 몇 인사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고, 당의 절대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체제도 구축되지 않고 있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 사건은 민심의 이반을 불러일으키고 공산당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빠르게 지구화가 진행되고 있고, 30여 년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중국도 이미 지구화 과정에 깊숙이 편입되었다. 몇 달 후면,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것이고 전 세계의 이목이 중국으로 집중될 것이다. 30여 년의 성과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인지 아니면 걸림돌이 될 것인지는 중국의 이런 변화를 계획하고 주도하는 공산당의 역할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후진타오 집권 2기에 주변국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독점한 권력, 견제당하지 않았던 권력들의 교훈을 누구보다 깊이 명심하고 있을 후진타오 체제의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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