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송기숙 교수 등 교육 선언 관계자 90여명 참석

   
  ▲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는 26일 오후 전남대 인문대 1호관에서 열린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해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사건이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들이 참여한 ‘유신독재타도’ 운동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줌뉴스  

유신체제 시절 교육민주화 운동의 시발점이 됐던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기념비 제막식이 26일 오전 전남대학교(총장 강정채) 교내에서 열렸다.(우리의 교육지표 선언문 아래)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제막식에는 교육지표 선언을 주도 했던 송기숙 전남대학교 명예교수를 비롯해 강정채 총장, 이홍길 5.18기념재단 이사장, 강기정 의원, 배은심 여사, 전남대 동문 및 재학생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송 명예교수는 회담사를 통해 “박정희 정권이 폭압통치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지도’라는 명분으로 교수들에게 회유하라고 하자 전남대 교수 11명이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고 교육의 올바른 지표를 밝힌 사건이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사건”이라며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들이 참여한 ‘유신독재타도’ 운동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교육지표 선언 직후 학생들의 유신철폐 및 연행 된 교수와 학생들의 석방을 외치며 시작 된 학생시위가 5.18광주항쟁으로 이어졌지만, 신군부의 만행으로 광주는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구속 되거나 제적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역사가 전남대를 5.18항쟁의 진원지라 부르는 것을 전남대 모든 구성원들이 자랑스럽고 영예로운 전통으로 삼고 늘 가슴에 새기고 있음에도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에 대한 연구와 교육이 소홀했다”며 “교육지표 선언 기념비 건립을 계기로 지금까지의 태도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 송기숙 교수, 이홍길, 5.18기념재단 이사장, 강기정 의원, 최석만 5.18연구소장, 송정민 호남학연구단장, 김명제 평의원회 의장, 박상희 총학생회 부회장 등 제막식 관계자들이 커팅식을 갖고 있다. ⓒ줌뉴스  

   
  ▲ 참석자들이 커팅식이 끝난후 기념비를 둘러 보고 있다. ⓒ줌뉴스  

   
  ▲ 기념비는 전남대 인문대 2호관 앞에서 세워졌으며 앞면에는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 내용이 뒷면에는 기념비 건립취지가 새겨져 있다. ⓒ줌뉴스  

‘우리의 교육지표’선언은 1978년 당시 송기숙 전남대 교수, 성내운 연세대 교수, 백낙청 서울대 교수 3인이 주축이 되어 국민교육헌장의 비교육적, 비민주적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합의해 시작 됐으나 전국적 규모의 서명이 무산 된 가운데 1978년 6월 27일 전남대 교수 11명이 서명한 ‘우리의 교육지표’라는 선언문이 외신을 통해 국내외에 발표됐다.

이 사건으로 송 교수 등 전남대 교수 11명 전원이 연행 돼 조사를 받거나 해임됐으며, 교수들의 연행에 항의해 전남대, 조선대 학생들이 시위를 벌여 24명의 학생이 구속 되거나 제적당했다.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문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 한마디로 인간다운 사회는 아직도 우리 현실에서 한갓 꿈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바로 알고 그것을 개선할 힘을 기르는 일이야말로 인간다운 인간을 교육하는 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역시 이 사회에서는 우리 교육자들의 꿈에 머물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마구 누르고, 자손대대로 물려줄 강산을 돈을 위해 함부로 오염시키는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진실과 인간적 품위를 존중하는 교육은 나날히 찾아보기 어려워가고 있다. 무상 의무교육은 빈말에 그치고 중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도 과밀교실과 이기적 경쟁으로 몸과 마음을 동시에 해치고 있으며 재수생 무제와 청소년범죄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온갖 시련과 경쟁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는 진실이 외면되기가 일쑤고 소중한 인재가 빈번이 희생되고 교육적 양심이 위축되는 등 안타까운 수난을 거듭하고 있다.

대학인으로서 우리의 양심과 양식에 비추어볼 때 오늘날 교육의 실패는 교육계 안팎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자발적 일치를 이룩할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에 우리 교육이 뿌리박히지 못한 데서 온 것이다. 국민교육헌장은 바로 그러한 실패를 집약한 본보기인 바, 행정부의 독단적 추진에 의한 그 제정경위 및 선포절차 자체가 민주교육의 근본정신에 어긋나며 일제치하의 교육칙어를 연상케 한다. 뿐만 아니라 그 속에 강조되고 있는 형태의 애국애족교육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날의 세계역사 속에서 한때 흥하는 듯 하다 망해 버린 국가주의 교육사상을 짙게 풍기고 있는 것이다. 부국강병과 낡은 권위주의 문화에서 조상의 빛난 얼을 찾는 것은 잘못이며, 민주주의에 굳건히 바탕을 두지 않은 민족중흥의 구호는 전체주의와 복고주의의 도구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 능률과 실질을 숭상한다는 것이 공리주의와 권력에의 순응을 조장하고 정의로운 인간과 사회를 위한 용기를 소홀이 하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교육이 선행되지 않은 애국애족교육은 진정한 안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실천이 결핍된 채 민주주의보다 반공만을 앞세운 나라는 다 공사주의 앞에 패배한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지 않는가?

이때에 인간다운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우리는 격동하는 국내외의 역사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슬기롭게 생각하고 용기 있게 행동할 사명을 띠고 있다. 이에 우리 교육자들은 각자가 현재 처한 위치의 차이나 기타 인생관, 교육관, 사회관의 차이를 초월하여 다음과 같은 우리의 교육지표에 합의하고 그 실천을 다짐했다.

1. 물질보다는 인간을 존중하는 교육, 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하여 교육의 참 현장인 우리의 일상생활과 학원이 아울러 인간화되고 민주화되어야 한다.
2. 학원의 인간화와 민주화의 첫걸음으로 교육자 자신이 인간적 양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현실적 정열로써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배워야 한다.
3. 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며, 그러한 간섭에 따른 대학인의 희생에 항의한다.
4. 3.1정신과 4.19정신을 충실히 계승 전파하여 겨레의 숙원인 자주평화 통일을 위한 민족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을 한다.

                                                            1978년 6월 27일 
                                                                                           전남대학교 교수
 

  김두진 김정수 김현곤 명노근 배영남 송기숙 안진오 이방기 이석연 이홍길 홍승기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