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가장 불행한 대통령” 범여권 반응도 ‘떨떠름’

[데일리서프라이즈 김혜영 기자] 청와대는 22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 등에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린 데 대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

1987년 개헌으로 헌법재판소가 설치된 이래 현직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헌법소원의 주체는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개인 노무현’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노 대통령은 최근 발언 등에 대해 선거중립의무 위반을 결정한 선관위의 준수요청으로 인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천 대변인은 이어 “참평포럼 강연, 원광대 강연, 한겨레 인터뷰 등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선관위의 조치로 국가공무원법상 정치활동이 인정된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제9조에 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며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을 제약하는 것은 선진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9조는 규정 자체가 모호하고 이를 확대 해석해 온 결과로 현실과 괴리되어 있어 이번 기회에 정치공세에 대한 반론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고 정치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선관위 조치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해철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헌법소원을 청구하기에 앞서 브리핑을 갖고 공권력의 주체와 국민의 한 사람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대통령이 헌법소원 청구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에 대해 “선거라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선출된 정치적 헌법기관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 또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의 주체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전 비서관은 이어 “선관위 조치는 대통령의 일부 발언에 대해 선거법 9조 위반으로 결정하고, 대통령의 장래 발언행위의 자제를 요청 또는 재촉구하는 것으로 사실상 경고에 해당한다”면서 “선관위가 대통령의 정치적 표현행위를 제한한 데 대해 대통령의 기본권을 제한하며 공권력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관위법 등 현행법상 선관위의 조치에 대해 불복하는 절차가 전혀 없어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소송은 법무법인 ‘시민’이 맡게 됐으며 법인 소속 김선수 변호사(전 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가 이날 오후 노무현 개인 명의로 된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6월 21일, 법률가 노무현이 헌법을 조롱한 헌치일것”

이렇듯 청와대가 대통령 개인의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을 주장하며 헌정사상 최초로 헌법소원을 제한함에 따라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헌법소원 제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끝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통령은 막무가내 억지를 넘어 갈 때까지 가보자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그야말로 못 먹는 감 찔러보자 심술이며 시간끌기, 관심, 지지세끌기의 유치한 3끌작전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나 대변인은 이어 “선관위는 헌법을 조롱하고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각하’라는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고 촉구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후세에 ‘헌법소원’ ‘탄핵’ 등 헌정초유의 희귀한 행동을 한 대통령으로서 기네스북에 오르는 등 가장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서 “이제 역사속에서 6월 21일은 법률가 노무현이 헌법을 조롱한 헌치일이 될 것”고 맹공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노 대통령은 헌법소원의 뜻을 거두고 나머지는 열린우리당에게 맡겨달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 윤호중 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기에 앞서 선출직 공직자이고 정치활동의 자유를 누릴수 있는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이 충돌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국정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이 헌법소원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헌법소원을 취하할 것을 촉구했다.

윤 대변인은 또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민주정부 10년의 성과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대단히 성숙되고 발전되어 있다”면서 “국민들에게는 지금 대통령의 행동이 당연한 대통령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기보다 대통령의 권력으로 군림하려고 하려는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 역시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제기에 반기를 들고 조속히 헌법소원 제기를 거둬들일 것을 촉구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양형일 대변인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치적 논쟁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선관위의 권능이 위축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이 헌법기관이 내린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매우 부적절하다”며 “선관위의 결정에 대통령이 나서서 정면으로 대결하면 앞으로 누가 선거법을 준수하겠느냐”고 헌법소원 제기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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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기자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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