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좌장역할… 정치권 “150만명이 무슨 산악회” 비판 집중

[데일리서프라이즈 이준기 기자]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자신의 사조직인 ‘희망세상 21 산악회’에 대한 검찰 수사로 한바탕 곤욕을 치루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한 파장이 캠프까지 번질 태세다.

검찰은 지난 19일 ‘희망세상 21 산악회’ 회장인 김문배 씨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에 들어갔고, 이들을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과 기부행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 집중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검찰이 지난 18일 사무실 6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캠프 내에서 만든 경선준비용 문건이 나왔다는 것. 이 문건에는 박 전 대표 측을 노린 여러 전략들이 열거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희망세상 21은 이재오가 주도?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캠프에서 산악회로 보낸 내부회의 문건에는 회원수 증가계획 등 구체적 활동계획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까지 150만명까지 회원수를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사안까지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아직 산악회와 캠프와의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은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이른바 ‘이명박 죽이기’의 일환이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검찰의 조치가 초고속으로 추진되고 있고,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수사의 ‘시점’과 ‘속도’가 너무 미묘하고 석연치 않다”며 “왜 하필 한나라당 경선과 검증 공방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중앙선관위에 수사를 의뢰한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불과 사흘 만에 전례 없이 초고속 수사가 진행되는지 의심스럽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한나라당 후보들에 대해 상처를 주기 위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시장 측 박영규 공보특보도 이날 논평을 통해 “박근혜, 손학규, 정동영 등도 다양한 형태의 지지그룹이 존재한다”며 “희망세상 21에 대해서만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누가 봐도 형평에 맞지 않으며 특정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특보는 이어 “검찰은 ‘이명박 죽이기’ 공작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기획편파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청와대는 정권연장 음모에 검찰을 끌어들이는 구태의연한 정치공작적 발상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여권 총공세, 박근혜는 묵묵부답?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접어든 이 전 시장에 대해 범여권은 “이때다” 싶은 심정인지,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특히 ‘희망세상 21 산악회’의 검찰수사가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열린우리당은 “등산화 정권이 IMF를 초래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YS)을 모시고 있는 이 전 시장의 경제를 망치는 제2의 등산화 정권이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민병두 수석부의장은 지난 19일 “YS한테 배웠는지, 제2의 민주산악회 같은 것을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규의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불법 타락선거가 있을 경우에 신속하고도 엄정한 수사와 법의 집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양형일 중도통합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사건의 핵심은 ‘희망세상 21 산악회’가 선관위의 불법 선거운동 조사를 거부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불법행위 조사를 공작정치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은 더 이상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150만명이라니 이게 무슨 산악회인가”라며 “150만 대군으로 산을 점령하려는가. 이 인원이 인왕산 올라가면 발 디딜 틈이나 있겠는가”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면한 최대 라이벌인 박 전 대표 측은 그간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검증공세를 일단 자제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재원 대변인은 이날 “범여권의 공세는 야당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려 여권을 결집시키고, 노 대통령이 선거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다목적 계산 아래 진행되고 있다”며 범여권과 노 대통령을 겨냥했을 뿐, 이 전 시장에 대한 공격은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측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이미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범여권과 노 대통령의 타깃이 자신으로 바뀔지 모르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섣불리 나섰다 범여권의 ‘재집권 전략’에 놀아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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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기자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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