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녹지공간

   
  ▲ 2007년 광주천 모습  
 

외국 영화를 보면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울창한 수풀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하며, 책을 읽고 피크닉을 즐기는 도시민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한편으로는 자연이 그리워지지만 도심에서 이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녹지는 좁은 의미로는 도시계획법과 도시공원법에 의해 지정된 도시용도지역의 공원녹지를 가리키지만, 넓은 의미로는 하천과 산림, 농경지를 포함한 개방공간 또는 녹화된 공간을 일컫는다.

광주의 공원 및 녹지현황에 따르면 2004년 9월 현재 공원은 71개의 근린공원, 214개소의 어린이 공원, 3개의 묘지공원 등 총 288개소의 공원이 있으며, 전체 면적은 16.69㎢이다. 공원면적은 행정구역 면적의 8.72%를 차지하며, 2000년 말 기준 광주시 인구 1인당 순수 도시공원 면적은 조성된 공원을 기준으로 5.21㎡이다.

지역별 근린공원 현황을 보면 2000년 말 기준 동구는 3개소, 서구는 17개소, 남구는 9개소, 북구는 18개소, 광산구는 24개소로 서구와 남구의 공원조성율이 저조한 편이다.

녹지는 도시계획법상 무등산, 북구 본촌산단 인근 영산강변 동측, 서구 유덕동 하수처리장 일대, 공항인접지역, 화방산 일대에 분포되어 있으며, 특히 지난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 주거지역은 23.5㎢, 공업지역은 15.6㎢이 증가한 반면 녹지지역은 36.8㎢가 감소했다.

이는 대규모 택지개발사업과 산업단지 개발, 신시가지 조성 등을 위한 용도변경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이처럼 도시개발과 도로건설 등에 의해 잠식된 녹지는 지구 및 지역적 경관의 배경이 되는 구릉성의 지형이 대부분이어서 녹지량 감소 뿐 아니라 경관 구조적 측면에서도 단편화를 야기한다.

더구나 도시중심부에서는 소규모 근린공원 외에 녹지분포밀도가 낮아 녹지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때문에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녹지로 인한 환경공생도시를 구축,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위한 기반조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남대 유우상 교수는 ‘도시와 공원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라 하나’라며, 도시와 공원의 경계를 파기해 도시가 공원이고, 공원이 도시가 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광주시는 공원과 녹지의 양적 증가 노력과 더불어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도시 속 큰 나무 가꾸기, 담장 허물기와 공개정원 조성, 공공기관의 외부녹지공간 개선, 학교 숲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1인당 공원면적을 2004년 12.6㎡, 2010년 13.0㎡, 2015년 13.2㎡로 늘려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2005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천만그루 나무심기 운동을 추진, 조각 숲 띠잇기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낭만과 꿈이 있는 도심 하천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광주천 자연형 정화 및 경관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 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은 무시하고 인간이 보기에 깨끗한 공간으로 반듯반듯하게 정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정화사업이 한창인 광주천의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 1910년대 광주천 모습(광주시립민속박물관 제공)  
 
   
  ▲ 1930년대 광주천 모습(광주시 백년사)  
 
   
  ▲ 1965년 광주천 모습(광주시 백년사)  
 

광주천은 광주도심을 가로질러 흘러가는 영산강의 제1지류이다. 지방1급 하천, 지방2급 하천으로 나누어져 있다.

시가지 서쪽에서 극락천과 합류하여 유촌동에서 영산강으로 흘러든다. 예전에는 백일홍나무가 많은 개울이라 하여 자미탄(紫薇灘)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광주천의 현재 모습은 하천의 건천화에 따라 그 기능을 상실했으며, 수질오염도 심각하다. 또한 고수부지 주차장에 의해 생태계가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 지난 몇 년 사이에 새롭게 들어선 조형물로 인해 경관 역시 크게 나빠졌다.

이에 따라 광주시는 2009년까지 하천용수 확보와 수질오염 조정,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 생태계 복원 등을 목표로 정비사업이 한창이다. 하천수를 취수하여 2급 수질로 여과 후 상류까지 펌핑, 수질오염을 극복하고, 기존의 콘크리트 호안을 자연형 식생호안으로 대체하는 한편 수질정화 능력이 우수한 식물 식재로 수질을 정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여하튼 시의 뒤늦은 노력으로나마 환경이 많이 개선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광주천의 복원은 서울시 청계천 사례를 그대로 모방한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하천 복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

때문에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자연형 생태하천’ 조성을 주장하며 현재의 정비사업의 잘못을 지적했다. 지난해 환경연합이 제안한 정책에 따르면 광주천 정화사업은 하천의 친수기능과 생태기능이 조화를 이룬 생태하천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민간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종합평가와 본격적인 사업이 실시됐을 때 인공적인 시설물을 제척하고 지류하천을 포함한 도심하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중장기 마스터 플랜 수립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쯤에서 지난 1930년대 광주천 사진을 한번 살펴보자. 마치 동양화 한 폭처럼 눈 내린 광주천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하다. 이 모습을 기억하는 광주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변해버린 옛 모습을 되찾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최소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연의 습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주변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공연장을 만들고 공원화하는 것을 생태형 복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포장된 자연은 이미 자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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