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1명 유신체제 교육 비판한 우리교육지표 선언 기려

인문대 1호관 앞 건립, 5권의 책과 새싹 역사․학문․5월․교육의 상징

유신체제의 전체주의적 교육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들며 민주화 운동에 도화선을 제공했던 전남대 교수들의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전남대학교 내에 들어선다.

우리의 교육지표 사건이란 1978년 6월, 전남대학교 교수 11명이 ‘국민교육헌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우리의 교육지표’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가 구속․해직됐던 사건을 말한다.

이 선언문은 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사건으로 대학에서 해직됐던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가 작성했으며, 당초 전국 50여 명의 교수들이 참여하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전남대학교 교수 11명만의 서명을 받은 채 외신에 발표됐다.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송기숙 명노근 김두진 김정수 김현곤 배영남 안진오 이석연 이홍길 홍승기 교수와 최근 타계한 고 이방기 교수 등 11명.

이들은 “오늘날 교육의 실패는 민주주의에 뿌리박지 못한데서 온 것이며 국민교육헌장은 그러한 실패를 집약한 본보기”라면서 “행정부의 독단적 추진에 의한 제정 경위 및 선포절차 자체가 민주적 교육의 근본정신에 어긋나고, 국가주의 교육사상을 짙게 풍긴다. 부국강병과 낡은 권위주의 문화에서 조상의 빛난 얼을 찾는 것은 잘못이며 민주주의에 굳건히 바탕을 두지 않은 민족중흥의 구호는 전체주의와 권력에의 순응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물질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교육, 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교육의 참 현장인 우리의 일상생활과 학원이 인간화되고 민주화되어야 한다 △학원의 인간화와 민주화의 첫걸음으로 교육자 자신이 인간적 양심과 민주주의에 대한 현실적 정열로써 학생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배워야 한다 △진실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대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하며, 그러한 간섭에 따른 대학인의 희생에 항의한다 △3․1정신과 4․19정신을 충실히 계승전파하며 겨레의 숙원인 자유평화통일을 위한 민족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을 한다고 천명했다.

선언문이 발표되자마자 이들 교수들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연행돼 송기숙 교수는 구속되고, 다른 교수들도 대학을 떠나야 했다. 그러나 이들의 연행은 전남대학교 교수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민주화 세력이 침묵을 깨고 연대하는 계기가 됐다.

전남대학교는 암울했던 독재정권 하에서 민주화․인간 교육을 지향했던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이 민주화 운동의 싹을 틔우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교육자들의 사표가 될 만 하다고 보고, 교육지표 사건 기념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민주교육지표 기념모임회가 꾸려지고 지난해 교육지표 사건을 조명하는 학술대회 및 채록 작업이 완료됐으며, 올해 기념 조형물 건립이 추진됐다. 최근 공모를 실시한 결과 총 8개의 작품이 응모됐으며, 이 가운데 장정수씨가 출품한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책 5권을 쌓아놓은 검은 대리석 조형물에 교육지표선언 전문을 음각하고, 11개의 청동 새싹을 장식한 형태다. 검정대리석은 유신체제하의 암울한 대학 상황을, 겹겹이 쌓인 5권의 책은 학문과 대학, 시간의 흐름과 역사, 그리고 5월 광주를, 11개의 새싹은 새로운 교육의 싹을 틔운 11명의 교육지표선언을 상징한다.
전남대는 조만간 당선작에 대한 전문위원들의 보완 작업을 거쳐 최종 안을 확정한 뒤 9천여만 원을 들여 인문대학 1호관 앞 잔디밭에 조형물을 건립할 계획이다.
/전남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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