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는 `정ㆍ관계 인맥을 동원해 상품권 인증업체로 선정되도록 힘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상품권업체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업가 박모(50)씨에게 징역 2년 및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1970년대말 학생운동권 출신인 박씨는 2005년 3월초 H사로부터 `상품권 발행 인증업체로 선정되도록 힘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2억원을 받기로 한 뒤 3월말 H사가 선정되자 2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2억원이 정당한 컨설팅 대가라고 주장하나, 돈을 준 회사가 컨설팅에 특별한 경험이 없는 피고인과 단순한 컨설팅 명목으로 2억원 지급계약을 할 이유가 없고 피고인이 회사를 위해 활동할 수 있던 날은 길게 잡아도 14일에 불과하며, 정상적 대가라면 굳이 돈을 지하주차장에서 받는 방식을 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체적 청탁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나, 피고인이 업체 선정에 관련을 갖는 지위에 있지 않아 공무원에게 청탁하지 않고서는 도움을 줄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인맥을 이용해 힘을 써 주는 대가임이 분명해 알선수재죄에서 요구되는 정도의 구체적 청탁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공정하고 엄정한 절차로 진행돼야 할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사무를 알선하는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 공무의 공정성 및 사회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서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고, 연고ㆍ인맥을 수단으로 삼았다고 인정돼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알선ㆍ로비의 대가를 수수하는 행위가 전혀 타당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게 되면 알선 여부를 불문하고 그 자체로 직무집행의 공정성은 의심받게 된다. 우리 현실에서 로비는 특정 개인ㆍ집단의 사익 추구 도구로 이용됐고, 뇌물공세를 통해 비합리적 결정을 하게 해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돼왔다"며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동종전과가 없고 1억원을 수사개시 전 돌려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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