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인 공공재산 놓고 ‘아귀다툼’

 학교부지 이설과정에서도 이익금 놓고 설왕설래 
  이사회도 ‘멋대로’ 운영하다 임시이사체제로 관리

공공용 학교재산을 놓고 아귀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이전 과정에서 발생된 비자금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분쟁의 이면에는 또 다른 실체는 없을까? 이 분쟁에서 학부모 학생 동문 지역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들만의 ‘떡고물 잔치’로 끝나야만 하는가?

광주광역시 소재 송암학원(진흥중․고교)이 정식 이사회를 둘러싼 가족, 외부인간 분쟁으로 임시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파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속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암학원의 분쟁은 고 조규진 설립자의 큰 며느리 임 모씨(막내딸)와 설립자의 부인(큰 딸, 둘째, 셋째 아들, 둘째 딸) 그리고 류 모씨(41세)간 학원 이사회 구성 등을 둘러싼 다툼으로 귀결된다.


▲ 학교부지 이설과정 불법
이번 사건은 송암학원이 2004년 말 진흥중․고를 북구 운암동에서 광산구 신창동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쉬쉬하던 내부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고 조규진 이사장의 큰 며느리 임 모씨가 지난해 8월 진흥중․고교 이설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며 법인, 학교 관계자들을 광주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임씨는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2002년 10월께 학교 이설 과정에서 법인 관계자 누군가가 부동산 소개업자 김 모씨의 명의로 빌려 개인 소유 임야(298㎡)를 실제 1억5천만원에 매입했음에도, 2억5천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위장해 1억원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또 송암학원은 학교 이설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금(수익용 기본재산) 18억5천만원을 빼돌려 2004년 11월 광주시 서구 화정동 소재 6층 건물을 불법 매입한 것으로 광주시교육청 감사에서도 드러나기도 했다.

현행 사학법상 사학 법인의 건물과 채권 매입 등 수익용 재산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육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고, 2개 이상의 감정 평가사의 감정을 받도록 한 규정도 어겼다.

당시 광주시교육청은 수익용 기본재산의 변동사항을 보고할 것을 수차례 종용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감사를 실시해 이 같은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2005년 9월께 잉여금 18억 5천만원의 원상복구 조치 명령을 내렸다.

현재 문제의 건물 등기부등본에는 지난 2005년 12월 ‘유한회사 미화’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 가족 간 이견은 무엇인가?
송암학원 사태의 근원은 법인경영을 둘러싼 가족 간 앙금에서 비롯됐다.  고 조규진 이사장 생전 큰 아들인 조 모씨가 27년 여간 사실상 학교 경영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큰 아들이 사망하자 그동안 독점적 경영을 해왔던 큰 아들 가족과 시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간 관계가 서먹서먹해지고, 6년여간 왕래가 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 조규진 이사장의 둘째 아들 조진현씨는 “아버님이 족벌적인 학교운영을 싫어해 큰 형님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학교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큰 며느리와 시어머니(둘째아들 포함)는 고 조규진 이사장의 건학이념을 받들어 학교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고 조규진 이사장이 류우홍 씨로부터 차입한 18억5천만원에 대해 큰 며느리 임씨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고(故) 조규진 이사장의 부인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은 채무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씨는 “류 씨가 가지고 있는 차용증이 고 조규진 이사장이 쓰러지기 1달여전에 작성됐지만, 이사장의 친필이 없는데다 계약 이행 전 이사장이 의사결정을 못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어서 계약을 인정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고 조규진 이사장의 부인 입장을 대변하는 둘째 아들 조진현씨는 “아버님의 채무가 여러 경로로 학교에 투자 된 것을 알고 있다”면서 “차용증에 어머님까지 날인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경영권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해 류우홍 씨는 “일부 가족들이 고 조규진 이사장의 채무를 상속받지 않기 위해 상속포기각서를 썼다”면서 “채무는 나몰라라하고, 잿밥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사람으로서 할 짓이냐”고 꼬집었다.


▲ 이사회도 자의적으로 부실 운영 드러나
법인 이사회도 부실하게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기관인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2005년 11월 이후 열린 3차례의 이사회 의결에 대해 의결 정족수 미달 등의 이유를 들어 ‘무효’하다고 행정결정을 내린다.

교육당국에 의해 무효결정이 내려진 세 차례 이사회 회의 중 그 첫 번째 이사회는 2005년 11월 25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 조규진 이사장이 갑자기 쓰러진 바람에 4일이 경과한 29일에 이사회를 열게 된다. 이사회 운영 규정상 ‘7일전에 이사회 일정을 공표해야한다’는 관련 규정에 어긋나 이사회 성립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문제의 이사회를 살펴보면 2005년 11월 29일과 2006년 2월에 열린 이사회에서는 각각 3명의 이사가 사임하고 3명의 이사가 위촉됐다. 이어 2006년 4월에 열린 이사회에서는 1명의 이사가 교체 된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감사에서 ‘당시 선임된 이사 6명은 의결정족수 미달 등으로 임명 절차가 합당하지 못하다’며 무효결정을 내린다.

검찰에 송암학원의 비리를 고발한 설립자 큰 며느리 임씨도 이사회 무효와 관련, 고발장에서 “진흥중 배 모 행정실장이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하여 법인 이사 등록에 사용하는 등 사문서를 위조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시 교육청은 수차례행정절차를 통해 정상화를 촉구하다가 올해 1월15일 8명의 임시 이사진(이사장 오성태 전 광주과학고교장)을 파견하는 등 송암학원 파행사태를 본격적으로 개입하기에 이른다. /장철호 기자
▲ 지역사회 역할은
송암학원은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학 명문학교다. 잘 알려진 고교 야구외에, 대입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년전 교사채용을 조건으로 돈을 받은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바 있다.

이어 고(故) 조규진 이사장이 별세하고 가족들간 내홍을 겪으면서 ‘문제의 사학’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학생, 학부모 더 나아가 광주시민일 것이다. 지난 15일 광주시교육청은 송암학원에 임시이사 8명을 파견하고 학교 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임시이사회는 특히 법인 회계, 매점 운영, 직원채용 등에 문제는 없는지, 학교의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지를 신속하게 파악해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해결해야한다. 송암학원은 향후 5년이내에 80%이상의 교원이 퇴직하게 된다고 한다. 사학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채용 비리가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송암학원 한 관계자는 “사학법인의 재산은 개인 소유가 아니고, 공익재산임을 인식해야 함에도 가족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역사회가 송암학원 정상화를 위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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