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물증 확보의 어려움으로 다소 교착 상태에 빠졌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의혹 수사가 새 증거 출현 조짐이 보이면서 부쩍 뒷심을 내고 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북창동 S클럽의 폐쇄회로(CC)TV 녹화 자료 등 물적 증거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데다 보복폭행의 목격자 신원 파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김 회장 부자의 혐의 사실을 뒷받침할 물증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근거 자료는 보복폭행의 마지막 현장인 북창동 S클럽의 CCTV가 녹화된 하드디스크.

당시 현장에서 김 회장 부자가 S클럽 종업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흉기로 위협하는 등의 장면이 하드디스크에 담겨 있다면 `때린 사실이 없다'는 김 회장 부자의 진술이 모두 거짓으로 증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 당일 CCTV 녹화 내용은 이미 저장 기간이 지났으나 경찰은 전문가를 동원해 하드디스크 정밀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통해 사건 관계자들의 위치를 추적하는 통신 수사도 상당 부분 진척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이동통신업체의 협조로 김 회장의 비서와 경호원, 운전기사 등 40여명의 휴대전화 사용내역과 위치정보를 넘겨받아 이들의 사건 현장 방문 여부를 면밀히 조사 중이다.

특히 납치ㆍ감금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청계산 공사장에서 이들이 사건 당일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관련자들의 `알리바이' 주장은 깨질 가능성이 높고 사법처리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청계산에 끌려간 시간대에 기록된 휴대전화 송수신번호 목록에 한화 측 관계자 번호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고 통신 수사를 통한 이들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만 김 회장 개인 명의로 가입된 휴대전화가 없다는 점에서 김 회장 본인이 청계산 등 폭행 현장에 있었느냐를 밝히는 데는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기대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경찰 자체 평가가 내려졌던 김 회장 자택 압수수색에서도 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을 끈다. 경찰은 자택에서 압수한 운동화, 등산화, 운동복, 점퍼, 승용차 안에서 나온 흙과 나뭇가지 등의 분석을 통해 김 회장 본인이 청계산에 직접 갔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들 압수품에서 채취한 흙이 청계산 공사장의 토질 성분과 일치할 경우 "청계산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김 회장의 진술은 뒤집힐 수 있다.

또 이날 오전 추가 압수수색이 실시된 한화그룹 회장 집무실에서 나온 자료속에 김 회장의 알리바이를 깨뜨릴 만한 물증이 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물적 증거의 수색뿐 아니라 보복폭행 장면을 모두 본 제3의 목격자 추적도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김 회장 차남의 친구 A씨가 청담동 G주점, 청계산 공사장, 북창동 S클럽 등 모든 폭행현장에 동행했다는 피해자 진술에 따라 전담팀을 별도로 구성, A씨를 찾아내 김 회장 부자의 직접 폭행 여부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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