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부담스럽다” “모교수의 성희롱논란” 등으로 지금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은 진통중이다. 전남대가 진통중인 것이 아니라 광주문화중심도시건설이 진통중이다. 시쳇말로 떡고물이 많은 탓일까. 잡음이 끊임없다. 급기야 학생들은 휴학과 수업거부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고 시민들은 꼴불견인 문화판을 손가락질로 외면하고 있다.

문화전문대학원에서 벌어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서막에 불과한 것인가. 상징적인 표지물 기능을 둘러싼 설계변경문제는 시기를 놓친 뒷북치기논쟁의 전형이다. 공모작을 선택할 때 거론되었어야 할 이야기가 아니던가. 추진위원장을 둘러싼 잡음도 후진정치의 전형으로 얄미워 보인다.

지분과 계파간의 속 좁은 이해관계 탓인가. 이권을 둘러싼 치열한 헤게모니쟁탈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수 계산인가. 문제의식을 제대로 엮어내지 못한 꼼수 철학의 부재인가. 그렇다면 광주시민이 만들어야 할 아시아문화는 어디로 가고 아시아적 문화중심은 어디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인가.

1985년 광주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할 때 “5·18 무마책과 무관하지 않다”던 소문이 뒤숭숭하게 머리를 채워온다. 일련의 사태는 아시아를 향한 문화중심도시건설이라는 구호와 걸맞지 않는 사태인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잘 못 꿴 단추이다. ‘아시아문화중심’이라는 단어만 사용하면 문화중심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 않는가.

경제지수만 골몰하는 광주시, 문화운동 세력만 앞세우는 문화관광부, 학문적 진작은 부재하고 생색만내는 문화전문대학원도 모두 하찮은 빈대 잡는 일로 초가삼간 태우려는 격이다. 이즈음 힘겨루기 샅바싸움의 구경꾼이 되어있는 시민사회운동은 왜 침묵만 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광주시예산의 반년분에 해당하는 7000억이라는 거대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일까.

문화도시건설 앞에 솔직해지자. 초심을 회복하기 위해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무엇을 위한 문화중심도시 건설인가’를 총론부터 검토하고 ‘구호로 맴도는 아시아문화중심건설’이 아닌 중장기적인 새 이정표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은 다른 문제제기가 아니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생명혼과 민족혼을 담는 인류적 가치가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지역은 인권과 민주정신이 숨 쉬는 곳이다. 이 지역은 남도의 ‘한’이 정의와 평화로 승화된 땅이다. 아시아인들의 가슴에 문화를 지필 수 있는 것은 생명평화를 지향하는 문화를 담았을 때이다. 얄팍한 상업적인 한류가 아닌 아시아인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광주정신으로 거듭나야 한다.

광주정신을 고급스럽게 성숙시키는 것이 사상문화운동이다. 광주문화중심도시 건설의 갈등을 해소하는 근본적인 열쇠는 정신적 가치를 일굴 때이다. 그 철학은 억압의 땅에서 예술로 승화된 그 생명력을 담아갈 때 발현되는 것이다. 그것은 생명문화사상이다. 생명사상을 상표로 하는 문화도시 건설이 광주의 문화중심도시 항로의 나침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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