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수사진 "10분의1 초과 여부 발표안해..기준도 애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 2002년 대선 당시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총지휘했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노무현 대통령이 `내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더 썼다면 그만 두겠다'고 말했는데 검찰은 10분의 2, 10분의 3을 찾아냈다"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다.

지금 검찰을 떠나기는 했지만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가 이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맡았던 인사들은 일제히 수사 결과를 발표할 당시 검찰이 `10분의 1' 초과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해 송 전 총장과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송 전 총장은 20일 한 대학 강의에서 "대통령이 불법 선거자금을 썼다고 말했고 한나라당도 `차떼기'했다는 말이 있어서 불법 선거자금 수사를 했다"며 "검찰이 (노 대통령이 언급한) `10분의 1'을 안넘기려고 대통령 측근 수사는 안하고 야당만 수사한다는 말이 나와 어떻게 하든지 더 많은 돈을 찾으려고 했고, 그래서 10분의 2, 3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 전 총장은 이날 저녁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의 내용이 `사법의 현안 과제'였고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얘기하면서 (대통령 등 대상을 불문하고) 그만큼 눈에 불을 켜고 엄정하게 수사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송 전 총장은 `검찰 관계자가 10분의 1 초과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 처음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확하게 액수를 기억하지 못해 10분의 2, 10분의 3을 찾아냈다고 했지만 10분의 1을 넘긴 점은 확실하며 당시 검찰이 그렇게 발표했고, 언론도 모두 그렇게 보도한 점으로 미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한결같이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10분의 1'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수사를 맡았던 핵심 관계자는 "영장 기각 횟수도 그렇고, 송 전 총장이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은 개개인이 받은 액수만 발표했으며 일부 언론이 합산해서 `10분의 1.7'이라고 기사화했었다"고 강조했다.

수사팀에서 활동한 한 변호사도 "2004년 5월 최종 발표 때 `10분의 1' 초과 여부나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 당별 대선자금 액수를 따로 집계해 발표하지 않았고, 대신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다는 정도만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측근이나 당원들이 받은 것을 어떻게 포함할 거냐, 일부 개인적으로 받은 것을 당 차원에서 받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등 기준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정치인과 기업인 등을 수사했던 현직 검사도 "측근들이 개인적으로 받은 돈을 포함하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며 "측근들이 받은 것까지 다 포함하면 8분의 1정도로 나오지만 그 가운데 과연 어느 정도까지를 청와대나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볼 것이냐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10분의 1'에 대한 판단은 순전히 정치적인 것인데, 검찰이 나서서 그것까지 판단할 바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한 뒤 결과를 발표했고 정치권도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봉합한 사안을 전직 검찰 최고위 간부가 다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편 송 전 총장이 강연에서 공판중심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용훈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수입을 거론한데 대해 "송 전 총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제이유 주수도 회장 사건을 수임했다가 비난이 일자 사퇴한 사실을 상기할 때 앞뒤가 맞지 않다 보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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