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지난 1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장 근처에서 분신을 시도한뒤 2주만인 15일 숨진 허세욱(54)씨가 직장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담아 작성한 유서가 공개됐다.

15일 `한미FTA 무효 민중민주 노동열사 허세욱 동지 장례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허씨는 자신이 일하던 서울 H운수의 동료들에게 "모금은 하지 말아주세요. 전부 비정규직이니까"라고 당부했다.

동료들이 넉넉하지 않게 생활하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던 허씨가 직장 친구들에게 남긴 마지막 배려로 보인다.

그는 "내가 죽으면 화장을 해서 전국의 미군기지에 뿌려서 밤새도록 미국놈들 괴롭히게 해주십시오. 효순ㆍ미순 한(恨) 갚고 (미군 기지에 유해를 뿌려서 내게 될) 벌금은 내 돈으로 부탁한다"고 적었다. 대책위는 "허씨가 민노총과 서울 H운수, 가족에 각각 1장씩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씨는 평소 한미FTA 반대 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회원이었던 허씨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앞에서 한미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몸에 피켓을 메고 1인 시위를 벌였다.

16년간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독신으로 살아온 그는 회사에서 노조 대의원으로 오랫동안 일했으며 민주노동당 당원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으로 활동했다.

정기열 민주택시노조 조직부장은 이날 "허씨는 택시 일뿐만 아니라 사회 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며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 효순이ㆍ미순이 추모집회 등에 참가하는 등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정 부장은 "한미FTA와 관련한 신문 기사를 꾸준히 스크랩해 공부 했으며 자신의 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FTA 반대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허씨는 한미FTA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던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뒤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지난 4일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15일 오전 11시23분께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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