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판 제3지대'에 대오 흔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열린우리당 내부가 다시 술렁이고 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계기로 제 3지대에서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을 추동하려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대오가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손 전 지사측에 의원 20명이 합류할 것이란 설도 한동안 억눌려 있던 추가 탈당 흐름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0일 `보따리 장수론'을 꺼내들고 손 전지사를 공격한 것이 당내 정서적 반발을 촉발하면서 우리당 내부의 불안정한 기류가 증폭되는 양상이다.

먼저 손 전 지사와의 교감설이 돌고 있는 `전진 코리아'에 깊숙이 관여해온 김부겸(金富謙) 의원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워싱턴에 체류중인 김 의원은 21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출연, 우리당 탈당 가능성에 대해 "단정짓지 말아달라"면서도 "일이 되도록 한다면 어려운 결정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의 `제 3지대 통합론'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김 의원 뿐만 아니라 손 전 지사에 우호적 성향을 보이는 우리당 재선그룹 일부와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도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반(反) 한나라당 전선의 폭이 넓어졌고 앞으로 통합신당과 정계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우리당 밖의 정파들은 "탈당은 시간문제"라며 우리당의 추가탈당 흐름을 연신 자극하고 있다. 민주당 신중식(申仲植) 의원은 오전 SBS라디오 '김신명숙의 SBS 전망대'에 출연, "열린우리당에도 우수한 사람이 많다"며 "제 3지대로의 탈당이 곧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당에서 집단 탈당해 독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당의 추가 탈당은 시간문제"라며 "시간을 말하긴 어렵지만 이런 상태로 가진 않을 것은 불문가지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이 20일 손 전지사를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데 대한 정서적 반감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우리당내 전략기획통인 민병두 의원은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나와 "대통령이 이번 대선정국에서 정치윤리를 담당하는 선생 역할을 하려 하거나 대선평가단장 역할을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균(丁世均) 의장도 "탈당 자체에 대한 평가는 결국 국민 몫"이라고 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했다.

이처럼 우리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지만 손 전지사의 탈당을 계기로 후속 탈당이 당장 현실화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손 전지사 중심의 제 3지대 통합론은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당 탈당그룹과 민주당 일각에서 추진하는 `통합 교섭단체' 또는 `원탁회의' 구성도 탈당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우리당 재선의원은 "손학규가 나왔다고 해서 같이 간다는 것은 우스운 발상 아니냐"며 "개개인이 손 전지사가 나름대로 의미있는 주자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탈당은 별개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초선의원은 "20명 합류설 등은 그야말로 손 전지사 캠프 쪽에서 흘리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판이 제대로 짜여지는 게 우선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 의원의 후속 탈당 여부는 민주당 4.3 전당대회 등을 거쳐 범여권 통합신당의 향배가 일정 정도 가닥이 잡히는 시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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