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 환경권 주거권 무시...골프장 추진 중단하라”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입장문 발표

지리산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구례 시민사회와 종교단체는 20일, 지리산 기슭에서 벌어진 산림 훼손을 멈추고 골프장 건설 추진을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은 "전남 구례군이 과거 골프장 예정지인 산동면 관산리 일대에 21ha가 넘는 대규모 임목 벌채 허가를 내주고, 3월 23일 민간사업자와 골프장 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자락에 소나무 1만그루가 잘렸다"며 "산림 훼손과 수질 오염,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주민 주거권 침해 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골프장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아래 입장문 전문 참조)
 

무차별 대규모 벌채, 알고 보니 골프장 예정지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지리산 자락 21ha가 1만그루의 소나무가 벌채된 현장. 이 곳은 지리산국립공원지역으로부터 200여미터 거리로 골프장 건설 예정지로 지목돼 반대여론이 일고 있다.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제공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지리산 자락 21ha가 1만그루의 소나무가 벌채된 현장. 이 곳은 지리산국립공원지역으로부터 200여미터 거리로 골프장 건설 예정지로 지목돼 반대여론이 일고 있다.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제공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은 입장문을 통해 “골프장 예정 부지의 30%인 16개 필지(축구장 30개 규모)에서 모두베기 벌채가 자행돼 수십 수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가 무차별적으로 베어지고 있다”고 심각한 산림웨손을 지적했다.

또 “벌채지는 국립공원 200여미터 거리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포함한 울창한 숲을 파괴하고 무단으로 경사지 절·성토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벌채지를 더 확대하지 말고 원상복구 단계를 속히 밟으라"고 요구했다.

현재 벌채가 이뤄진 산주와 구례군은 "재선충 예방을 목적으로 소나무 등을 베고 편백을 심겠다고 수확벌채 허가를 받은 땅"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구례 시민사회는 "구례군이 과거 골프장 개발을 추진하다가 산림 훼손 우려와 주민 반대로 무산된 곳으로 지리산골프장 건설 예정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례사람들은 “생태·자연도 1등급은 생태 경관이 수려하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자연환경 보전과 복원을 우선하도록 자연환경보전법에 명시돼 개발계획을 세우거나 환경영향평가에 활용해야 한다"며 "이번에 대규모 벌채를 통해 아예 그 증거를 사전에 인멸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022년 산림자원법(36조)이 바뀌어 10ha 이상 대규모 벌채는 사전타당성 조사, 20ha 이상 벌채 시엔 민관합동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시행일이 오는 6월인 것을 고려하여 시행일 전에 벌채를 끝내려는 속셈”이라고 구례군의 행태를 의심하고 있다.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제공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제공

특히 “이런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피하기 위해 행정지원과 수확벌채란 미명으로 골프장 건설의 장해물인 숲을 사전에 모두 베어내고 있는 것”이라고는 것.

한편 지난 JTBC 취재 결과 골프장 예정지에서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2급인 담비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었다.

또 구례시민단체 자체 조사를 통해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삵의 흔적도 확인되었으며 수만 송이의 자생 앵초 군락지가 발견되었다. 

시민사회는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생명의 보금자리를 경제효과 같은 미사여구에 속아 파괴하면 결국 우리 자손에게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생태 학살 중단을 호소했다.
 

자연재해, 수질오염, 잔류농약 우려에 이어 시행사 자본 조달 능력도 의문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제공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제공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은 “2020년 국지성 집중호우로 구례지역이 30% 이상 잠겨 재산상 큰 해를 입었고 현재까지도 지방하천 보강 등의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산림훼손에 따른 자연재해를 우려했다.

구례시민사회는 "지난 2006년 9월에 나온 '구례 온천CC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지구는 산간 지역으로 강수량은 110일, 눈 27일 등 기상 조건이 양호하지 않은 곳으로 국지성 호우에 대한 주의가 요망된 극히 위험한 지역으로 진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사업지구는 '영산강·섬진강 수계 물관리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해 오염총량제가 시행되는 섬진E 단위 유역"이라며 "숲 베어내기와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홍수 및 오염 유출량으로 섬진강의 오탁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례시민사회는 골프장 시행사의 사업비 조달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제공
골프장 예정지로 알려진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일대 야산이 최근 소나무 1만그루 벌채로 산림이 훼손돼 있다.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 제공

시민사회는 “시행사인 피아웰니스는 2022년에 설립된 법인으로 지리산온천 운영자 ㄱ씨의 두 아들이 이사로 있는 곳으로 ㄱ씨와 두 아들은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골프장 사업권을 인가받아 8년간(2008~2016), 두 차례나 연기를 거듭한 끝에 골프장 시행의 실효를 상실한 사람들”이라며 “당해년도 자본이 1억 원도 되지 않는 종이 껍데기 회사”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은 “김순호 구례군수는 골프장 건설 업무협약을 즉시 파기하고 군민에게 사죄하라"며 "구례군수는 추가적인 산림 훼손을 막고 원상복구 계획을 수립하여 숲을 살리기 위한 행정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입장문 [전문]

                   골프장 유령에 휩싸인 구례군
- 골프장 건설을 위한 사전 정비작업, 모두베기를 즉시 중단하라

 

구례군은 되살아난 골프장 건설의 유령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구례군은 2023. 3. 24일 ㈜피아웰니스, ㈜삼미건설과 지리산골프장 조성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업무협약의 주요 내용은 산동면 지리산골프장 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협약으로, 산동면 관산리 산53-3 일원 150만 제곱미터 부지에 사업비 약 1,500억, 27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업무협약과 때를 맞춰 마을별 이장단, 부녀회, 청년회, 체육회 및 이름도 생소한 단체들의 업무협약 환영 현수막 400여 개가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이 거리 곳곳에 일시에 걸리고, 관변 단체 격인 지역 단체장 협의회 등이 골프장 건설 지지 선언으로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해당 지역 주민 및 청정 구례를 지향하는 군민의 입과 귀를 막고 있다. 

더구나 한심한 현실은 업무협정 발표를 기점으로 골프장 예정지의 30%인 16개 필지에서 수십, 수백 년 된 아름드리 외 모든 나무를 베어내는 ‘모두베기’ 벌채 작업이 쥐도 새도 모르게 군사작전식의 속도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지리산 국립공원과 불과 약 200m, 마을과는 약 500m 거리의 청정 임야를 벌채 허가 사항과는 달리 40년 이상 된 소나무뿐만 아니라 활엽수림까지 모두 베어내며 작업 차량 진입 및 작업 공간 확보 등의 이유로 무단으로 경사지 절·성토를 서슴지 않고 있다. 

또한 흐르는 계곡물을 메우는 무법천지가 자연으로 가는 길 구례에서 자행되고 있다.

‘모두베기’ 방식의 벌채가 진행 중인 16필지 21만 제곱미터(축구장 30개 규모)에 이르는 벌채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 산림이 포함돼 있고 일부 필지는 전체가 1등급이다. 

생태·자연도 1등급은 생태 경관이 수려하고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자연환경 보전과 복원을 우선하도록 자연환경보전법과 시행령에 명시돼 있고 개발계획을 세우거나 환경영향평가에 활용해야 하는데, 아예 그 증거를 사전에 인멸하고 있는 셈이다. 

향후 골프장 개발 인허가를 위해서도 생태·자연도는 필수 고려 사항인데, 그 숲 자체를 깡그리 없애버리고 있는 형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2022년 말 산림자원법이 바뀌어 10ha 이상 대규모 벌채는 사전타당성조사, 20ha 이상은 민관합동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 시행일이 다가오는 2023년 6월이다.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피하려고 행정지원과 수확벌채란 미명으로 골프장 건설의 장해물인 숲을 시행일 전에 모두 베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차별 벌목이 진행되고 있는 골프장 예정 부지는 지리산국립공원과 최단 인접 지역으로 생태계에 직간접 영향을 주는 곳이다. 

종 구성의 변화가 불 보듯 뻔하다.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인 수달이나 2급인 담비, 삵의 서식 흔적이 최근까지 발견되고 있으며 수만 송이의 자생 앵초 군락지가 확인되어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주민과 군민이 우려하는 바는 자연재해 발생에 대한 우려이다.

2020년 국지성 집중호우로 구례 ⅓ 이상이 잠겨 재산상 큰 피해를 보았고 현재까지도 지방하천 보강 등의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06년 9월에 나온 <구례 온천CC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지구는 산간 지역으로 강수량은 110일, 눈 27일 등 기상 조건이 양호하지 않은 곳으로 국지성 호우에 대한 주의가 요망된 극히 위험한 지역이다.

이렇게 자연재해 취약지역임에도 아무런 대비나 공사 안내판 하나 없이 모두베기로 임야를 절개하고 공사 도로를 불법 개설하여 다가오는 홍수기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예상된다. 

또한 해당 사업지구는 <영산강·섬진강 수계 물관리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규정>에 의해 오염총량제가 시행되는 섬진E 단위 유역이다. 숲 베어내기와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홍수 및 오염 유출량으로 섬진강의 오탁도가 증가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대한 충분하고도 과학적인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은 졸속 행정과 개발을 위한 파괴의 표본이 된 부끄러운 상황임에도 구례군은 경제 활성화라는 당근과 반대 주민 배제라는 엄포로 군민의 입과 귀를 막고 있다.

해당 시행사는 누구인가? 지리산온천 운영자 K와 그의 아들들이다. 

지리산온천의 호황기가 끝나고 코로나 비수기가 되고 건물이 낙후되자 미련 없이 문을 닫아 지역민의 원성을 샀던 인물이다. 

더구나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사업권을 인가받아 8년간(2008~2016), 두 차례나 연기를 거듭한 끝에 골프장 시행의 실효를 상실한 사람들이다. 1,500억에 이르는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인허가 사업권으로 기생적 이익을 노린 행위의 결과이다.

이번 경우도 똑같은 의도의 반복이다. 

어떻게라도 골프장 사업권을 허가받아 유휴지나 마찬가지인 임야의 가치를 상승시켜 부당 이득을 보려는 속셈인 것이다. 

시행사인 피아웰니스는 2022년에 설립된 법인으로 두 아들이 이사로 있고 당해년도 자본이 1억 원도 되지 않는 종이 껍데기 회사이다. 사업비 1,500억 조달에 대한 구체적 대안이 없고 외부유입이나 대출이 유일한 방안이다. 

지역민을 위한 정책이나 환경 등에 대한 어떠한 배려나 최소한의 마음도 없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와 같은 상황임에도 무엇을 믿고 누구를 신뢰하여 구례군은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골프장에 심취하여 골프의 ‘G’ 자만 나오면 업무협약을 하고 일제히 현수막 개점을 지시하고 모두베기 벌채 허가를 내준다는 말인가. 주민들의 뜻을 물어 지방자치를 하라 했더니 자치독재를 하는 것이다.

말로는 친환경 구례요, 자연으로 가는 길이라 하면서 행동으로는 생태를 교란하고 멀쩡한 사람 내쫓는 것이 골프장 건설이란 말인가.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구례군수는 골프장 건설 업무협약 즉시 파기하고 군민에게 사죄하라. 

구례군수는 추가적인 산림 훼손을 막고 원상복구 계획을 수립하여 숲을 살리기 위한 행정을 지원하라. 

그것만이 천년만년 흘러갈 구례의 역사와 사람과 동식물에 사죄하는 유일한 길이다. 

집권 자치는 짧고, 잘못된 행정의 죄는 길이 남는다.

2023. 4. 20.

지리산골프장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