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권 기업 대상, '워크빌리지 러스틱타운' 등 운영
곡성 귀촌 5년차 “귀촌이 더 나은 인생의 선택지 될 수도”

물리적 장벽 없는 인터넷 세상 ‘팜앤디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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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군 심청마을 워케이션 센터 앞 계단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는 김지회씨. ⓒ광주인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 연구원이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 김지회(35)씨.

김씨는 현재 전남 곡성에서 친구들과 함께 팜앤디협동조합을 운영하며 5년째 살고 있다.

특이한 경력 소유자이면서 최신 트랜드인 워케이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그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졌다.

'워케이션'이란 휴가지 등에서 거주하며 회사의 업무도 보고 힐링도 즐기는 새로운 근무 트렌드다.

지난 17일 그의 일터이기도 한 곡성군 심청마을 워케이션 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삶의 현장' 세 번째 손님이다.

곡성 심청마을은 곡성군의 기본 숙박 시설이지만, 워케이션에 걸맞게 산으로 둘러 쌓인 휴식 공간과 집중 일 처리 업무공간이 마련된 워크빌리지 러스틱타운(기업전용 워케이션 마을)으로 탈바꿈된 변화의  공간이다.

김지회씨는 한국에서 대학까지 나온 후 실리콘밸리 개발자로서 1년 6개월이란 미국 시간을 경험했다.

하지만 곡성에 먼저 정착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빠른 나이인 30세부터 농촌 재생사업에 눈을 돌렸다.

왜 꼭 곡성이었냐는 질문에 "친구가 있어서 선택했다"는 다소 썰렁한 답변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다며 그저 웃는다.

그는 현재 친구 부부와 같이 팜앤디협동조합을 창업해 일하고 있다.

팜앤디협동조합에 대해 김씨는 “경쟁력 있는 삶의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뉴 로컬을 만들어 가는 로컬 벤처사업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로컬 시장의 문제를 파악하고, 기획, 디자인, SW 개발 등 다양한 적정기술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다.

즉, 대행 맞춤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다.

또 다른 일은 서울ㆍ경기에 있는 선도 기업들이 기존 근무 방식에서 벗어나, 로컬에서 일정 기간 동안 일하고, 휴식하고, 살아보는 워케이션 서비스인 러스틱타운을 연결해주고 운영도 한다.
 

■ 지난해 70여 기업에서 300여 명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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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의 상징인 러스틱타운의 집중일처리 공간(왼쪽)과 라운지 내부 모습. ⓒ광주인

이후 곡성의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이용해 기업인들이 휴가가 아닌 상시적으로 내려와 휴가와 일을 병행하는 워크빌리지(기업마을)로 곡성을 알리는 큰 비젼도 가지고 있다.

2022년엔 그들에게 다소 특별한 해였다.

서울 경기 대기업을 대상으로 러스틱타운 행사를 런칭했다.

70여 기업에서 300여 명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카카오, 현대아산나눔재단, 대학내일 등 잘 알려진 기업들도 참여해 호응을 이끌었다.

이와 별도로, 팜앤디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청춘작당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전국에 있는 청년 100여 명이 참여한 귀촌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이 중 20여명이 곡성에 다시 살고 있어 성과를 입증해 냈다.

김지회씨는 “팜앤디협동조합도 열심히 했지만, 곡성군 인구정책팀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젊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 들여주고 실행에 옮겨준 행정의 보이지 않는 지원과 혜택 덕분이었다”고 겸손함을 내비쳤다.

'청년작당'이란 프로그램은 전국의 청년들이 곡성에 모여 곡성의 관광지, 문화, 소기업, 농장 등을 방문해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지역민들은 젊은이와 함께 활력 넘치는 곡성을 만드는 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 씨는 “활력을 기반으로 젊은이들이 초창기에 살아갈 수 있도록 곡성군에서는 쉐어하우스나 귀농의 집 등을 통해 많은 행정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행정을 통해 먼저 알아보고 지역에서 살아보기를 적극 추천했다.
 

곡성군의 ‘쉐어하우스’ ‘귀농인의 집’ 등 정착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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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회씨의 미국 실리콘 밸리 시절(왼쪽)과 하루를 마감하며 편안히 쉴 수 있는 곡성 심청마을의 한옥과 초가집 풍경. ⓒ광주인

그 역시 귀촌을 결심하면서 곡성군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도 궁금했다.

김씨는 귀촌 결정 후, 곡성에서 운영하는 ‘귀농인의 집’을 통해 주거지원을 받아 크게 준비할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과 겹쳐 새롭게 정착하는 마음으로 준비했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 걱정과 우려가 많았지만 아버님의 설득으로 나중엔 부모님들이 저를 끝까지 믿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말도 전했다.

그는 현재 농촌 주택개량사업을 통해 친구와 함께 마을에 집을 지어 살고 있다.

2018년 6월 귀촌을 시작, 곡성에서 벌써 5년을 보낸 김지회 씨.

그가 처음 귀촌을 결심할 때, 왜 농촌 재생에 관심을 가졌는가가 여전히 궁금했다.

김 씨는 “이 역시 친구의 도움이 컸다. 현재 팜앤디협동조합을 함께하는 친구가 항상 시골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그걸 좀 더 세련되게 구체화 하다보니 워크빌리지 러스틱타운으로 구체화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크빌리지 러스틱 타운의 경우도 기획사업으로 머리가 좀 아프고 스트레스도 쌓일 것 같은데 해결책도 물었다.

김씨는 “스트레스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조합원들과 해결을 모색하고 풀어나가는 커뮤니케이션과 주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있어 큰 어려움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결혼도 했고 자녀를 둔 부모가 됐다.

어깨가 더 무거워질 나이다.

이젠 자신의 일을 하면서 자녀 보육과 교육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외국 교육의 경험이 있는 그가 과연 도시교육을 쉽게 포기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자녀들이 크면 도시교육 공간으로 보낼 건지?
 

■ "시골 교육, 무시하면 안 된다” "희망을 본 곡성미래교육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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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회씨가 말했던 자존감 있는 곡성군미래교육재단 프로그램.
숲속 창의 수업(왼쪽)과 청소년관현악단 꿈놀자 앙상블의 연주 모습. ⓒ광주인

김 씨는 “시골에서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이야기 해 보면, "한 번도 곡성에서 학교 다닌 것에 대해 불만족하거나,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한 것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오히려 도시 학교에서 불만족하거나 불행함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했다.

그의 교육 가치관은 ‘지역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로 표현될 것 같다.

특히, 그는 곡성군미래교육재단을 언급했다.

교육지원청과 별도로 곡성군에서 곡성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중심 프로그램을 통해 자립심과 곡성의 자연, 그리고 자존감을 키우는 곡성의 교육브랜드임을 강조했다.

지역민과의 교감이나 소통에 대해서도 그는 코로나 전에는 마을 벽화 활동, 어르신들 대상 체험활동 등을 운영해 마을과의 유대를 쌓아나갔다고 언급했다.

지역에서 살기 위해서는 마을과 마을 구성원과의 관계를 만들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부분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더불어, 다른 귀촌인들과의 유대관계는 어떻게 형성하고 있는지에 대해, 김 씨는 회사에서 청년 귀촌 100일 프로젝트, 청춘작당을 3년간 운영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청춘작당'을 통해 귀촌하게 된 청년, 팜앤디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만나게 된 귀촌 청년 등을 바탕으로 청년 커뮤니티를 형성해 소통의 끈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귀촌 귀농 귀어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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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생활이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며 곡성 심청마을의 휴식공간을 설명하고 있는 김지회씨. ⓒ광주인

아이가 태어나면서 큰 병원에 가야 할 때 불편한 점에 대해선 조금은 불편하지만 광주, 순천 등이 가깝고 생각보다 큰 병원까지는 대략 50여분 정도 소요돼 이동엔 큰 불편이 없다고 한다.

청년세대 이다 보니 다양한 문화향유에 대한 불편한 점에 대해서도 광주나 순천 등 주변 도시권이 1시간 이내여서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도 혹시, 도시권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은 남아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까지 크게 도시에 가야겠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외부에서 보았을 때, 지역과 도시의 장벽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 지역에서 살 때 이동도 크게 어렵지 않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도시의 편의도 누릴 수 있다”고 긍정적 답변을 내놨다.

그는 귀촌귀농귀어을 결심했다면 “먼저 지역 행정기관과의 사전 접촉 후 먼저 살아보기를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도시에 사는 친구들에게 곡성 생활의 정착을 권유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김씨는 “모든 친구들이 지역생활을 만족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역에서의 삶의 가능성을 닫아두는 것보다, 지역에서의 삶을 실제 경험해 보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는지, 고려해 본다면 더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귀천 선배로서 조언했다.

농촌에서의 삶이 도시 삶의 도피가 아니라, 더 낫고,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하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인터뷰 내내 보여줬던 하는 일에 대한 김지회씨의 자부심이 곡성지역 활력의 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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