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 기자간담회,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학살 주범"
국립5.18묘지 참배, 전씨 입던 코트로 묘비 닦으며 '사죄'
5.18유가족, "고맙다.광주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해 달라"
"제 할아버지 전두환씨가 5·18 학살의 주범이다.“, "추악한 죄인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고, 사죄할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27)씨가 3월 31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리셉션홀에서 5.18단체와 만남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두환을 '5.18학살주범'으로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전씨 일가가 처음으로 5.18가해자를 인정한 발언이다.
이어 전씨는 국립 5.18민주묘지 방명록에는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거듭 사죄하고 5.18민중항쟁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추악한 죄인에게 따뜻하게 대해 주고, 사죄할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삶을 의롭게 살아가면서 제가 느끼는 책임감을 볼 수 있도록,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회개하고 반성하고 살아가겠다”고 울먹이며 광주와 5.18에 대해 참회했다.
이어 “제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할아버지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고 사과했다.
5.18에 대한 인식의 전환 계기로 전씨는 "지난해 말 부터 미국 현지에서 다니던 교회를 통해 5·18의 진상을 알게 됐다"며 전우원씨 친모만이 광주 사죄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씨가 5.18유가족에데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자 오월어머니들은 눈물로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 광주를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해달라"며 전씨를 안았다.
전씨는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5.18단체 대표단과 5.18기념공원 추모공간을 찾은 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했다.
민주의문에 도착한 전씨는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헌화와 참배를 마친 전씨는 묘역을 찾아 고 전재수 희생자 묘비,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무릎을 꿇고 정성껏 묘비를 닦기도 했다.
묘역을 둘러본 전우원씨는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 이렇게 와 뵈니 제가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 뿐이다. 앞으로도 이게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죄행보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전씨를 맞이한 5.18단체 회원들과 유가족들은 "전두환은 사죄를 하지 않고 사망했지만, 손자라도 사죄해 그나마 다행"이라며 "전씨의 사죄 행보가 생존 중인 다른 가해자들에게 양심선언의 계기가 돼 진상규명에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