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사제도 유명무실화 입법화 추진에 '나무의사자격증' 반납 주장도

전국에 있는 나무의사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정부가 생활권수목보호를 위해 도입한 '나무의사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산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입법예고 됐기 때문이다.

무자격자에 의한 강한 전정으로 상록수인 개잎갈나무가 고사돼 있다. 김중태 기자ⓒ
무자격자에 의한 강한 전정으로 상록수인 개잎갈나무가 고사돼 있다. ⓒ김중태 기자

국민의힘 김선교의원 등 10인으로 발의된 산립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등록된 나무병원의 나무의사만이 수목진료를 하되, 수목 소유자가 직접 수목 진료를 하는 경우에는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해당 조항을 내세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로부터 관리를 위임받은 관리소장이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나무의사의 처방 없이 공동주택 대지에 식재된 수목을 대상으로 직접 수목 진료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의 산림보호개정법률안이 발의되자 수목생리 등에 수 만 시간을 들여 나무의사 자격증을 획득한 나무의사들은 "생활권 수목 보호를 위해서는 수목대상을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나무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무자격자에서 아파트 수목을 치료하도록 하려는 것은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고 생활권 수목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일선 아파트의 경우 비전문가들의 과도한 전정과 농약의 오·남용으로 인해 아파트내 생활권 수목들이 고사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A아파트의 경우 개잎갈나무 수그루가 과도한 전정으로 고사해 결국 제거됐다.

그런가하면 B아파트의 경우 페녹시계 홀몬성제초제를 잘못 사용해 소나무 수십 그루가 죽어가거나 고사직전에 있다.

선택성 홀몬성 제초제를 잘못 사용할 경우 침엽수의 경우 잎이 뒤틀리며 갈색으로 변해 대부분 고사에 이른다.

활엽수의 경우 신초가 말라 비틀어지면서 갈색으로 변해 결국 고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산림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국회 의사수렴 사이트에는 전국 수백명의 나무의사들이 개정입법에 반대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무자격자가 뿌린 페녹시계 홀몬성 제초제인 MCPA에 의해 소나무 소나무 수십그루가 고사되거나 고사돼 가고 있다.  김중태 기자  ⓒ
무자격자가 뿌린 페녹시계 홀몬성 제초제인 MCPA에 의해 소나무 소나무 수십그루가 고사되거나 고사돼 가고 있다. ⓒ김중태 기자 
멀쩡하던 소나무가 무자격자에 의해 뿌려진 제초제로 인해 잎이 구리처럼 휘어지고 갈색으로 변하면서 죽어가고 있다.  김중태  기자  ⓒ
멀쩡하던 소나무가 무자격자에 의해 뿌려진 제초제로 인해 잎이 구리처럼 휘어지고 갈색으로 변하면서 죽어가고 있다. ⓒ김중태 기자 

포항에서 나무병원을 최근 개업한 신용철 나무의사는 “생활권 수목보호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나무의사제도를 도입해 놓고 생활권 수목이 제일 많은 아파트 수목을 무자격자에게 맡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런 법률개정한이 통과된다면 생활권 수목은 전문가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사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의 김다솔 나무의사는 “아직 나무의사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기도 전에 이런 식으로 팔다리가 잘려 나간다면 나무의사 역할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나무의사와 나무병원은 이름만 남을 수 있다”면서 “나무의사(나무병원)를 통하지 않고도 관리소장 등 비전문가가 수목을 진료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도시의 숲 나무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신수정 원장은 “산림보호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된다면 나무의사제도는 유명무실화된 만큼 자격증을 반납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다”며 이번 법률안 개정에 강력 반발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