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집 강아지 이름

친구집 강아지 성열이

친구가 강아지 한 마리를 얻어왔다.

손녀를 주기 위해서다.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뭐라고 지어야 할지 의논을 한다.

‘아무렇게나 지라구.’ ‘맞아 아무나 부르도록 지으면 되지.’

며칠 후 전화를 했다. ‘강아지 이름을 성열이라구 지었네.’ ‘뭐라구?’ ‘아무나 부르도록 지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 성이 유가니까 강아지 이름은 유성열이야.’

이제 강아지 이름도 유성열이다. 좋다. 유성열. 그게 어디냐.

사람들은 그래도 성열이가 뭐냐고 할지 모르나 성열이면 어떠냐. 성열이가 욕도 아닌데. 안그래?

친구의 짓궂은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긴 내 마음도 비슷하다.

그래서 친구집 강아지는 유성열이가 됐는데 문제는 다음부터다.

강아지 이름이 윤성열이라고 동네에 잘못 퍼진 것이다.

어른들은 그냥 허허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동네 꼬마들이 강아지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댄다는 것이다.

성열아!! 성열아!! 심지어는 경례를 부치며 대통령 각하 님! 하는가 하면 강아지가 똥이라도 싸면

히야. 대통령이 똥쌌다.고 놀려댄다.

이웃 동네에서는 성열이 구경까지 오는 일이 생겼다.

거기서 끝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성열아. 임마 잘 해!! 애비 욕 먹이지 말구. 건희는 잘 있느냐.’

윤석열이 아니고 유성열이라고 해명을 해도 통하지가 않았다.

동물농장에서는 취재를 온다는 연락도 왔다. 인터넷 기자들도 취재를 하겠단다.

성열이는 유명인사가 됐다. 동네 파출소에서도 연락이 왔다.

문제가 커지면 시끄러우니 강아지를 각별히 단속하라는 것이다.

친구는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정치를 좀 잘 했으면 왜 강아지까지 곤욕을 치르겠는가.

그러나 강아지 성열이 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성열아 하고 이름을 부르면 꼬리를 치고 쪼르르 달려 와서 안긴다.

개가 무슨 죄가 있는가.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미안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구경오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했다.

안되겠다 싶었다.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입양자를 구해봤지만 워낙에 유명한 인사가 돼서 원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재수 없다고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핀잔까지 주는 사람도 있다.

가만 있자. 그럼 안락사를 시켜? 안될 말이다.

무슨 잘못이 있다고 안락사를 시킨단 말인가.

무당한테 가도 뾰족한 방법이 없단다.

겨우 한다는 소리가 ‘천공’을 찾아가라는 것이다.

후유. 또 천공이냐. 천공이 만병통치인가.

얼마 후 친구는 이사를 갔다. 물론 성열이도 따라갔다.

그러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렇게 성열이 이름 소동은 끝이 났다.

그럴까. 끝이 난 것일까. 두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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