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박사, 유학 중 간첩단 사건 연루돼 30년간 고향 못찾아
유럽 중심의 철학 비판한 ‘서양철학의 역설’ 출판기념회 ‘성황’
3일 광주 금남로 5.18기록관에서 환영회 및 출판기념회 개최

광주전남 시민사회 원로, 꽃다발과 큰 박수로 ‘고향방문’ 환영
김성수 박사 “광주가 광주정신으로 세계철학의 요람이 돼야”

“피와 땀이 서려 있는 광주에서 뜨겁게 환영해 주셔서 감개무량합니다. 독일에서 50년 동안 살면서 슬픔이 이어졌지만, 오늘 광주에서 뜨겁게 맞아주시니 인생이 다시 살아난 것 같습니다.”

1936년 전남 화순 출신으로 광주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1970년대 초반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30년 동안 귀국하지 못했던 재독 통일운동가 김성수(87) 박사가 자신이 펴낸 서양철학서를 가슴에 품고 그리운 고향 광주를 찾았다.

김성수 재독통일운동가(87. 철학박사)가 3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에서 열린 '서양철학의 역설' 출판기념강연회장에 자리하고 있다. 김 박사는 1936년 전남 화순 출신으로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 초반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30년 동안 고국을 찾지 못했다가 지난 2003년 한국 땅을 밟았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면서 통일운동과 한독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예제하
김성수 재독통일운동가(87. 철학박사)가 3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에서 열린 '서양철학의 역설' 출판기념강연회장에 자리하고 있다. 김 박사는 1936년 전남 화순 출신으로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대 초반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가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30년 동안 고국 땅을 밟지 못하다 지난 2003년 한국 땅을 밟았다. 현재 독일에 거주하면서 통일운동과 한독문화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예제하

3일 오후 광주광역시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대강당에서 열린 5월과 통일에 헌신한 ‘김성수 철학박사- <서양철학의 역설> 출판기념’ 초청강연장은 1970년대부터 민주주의와 통일운동에 앞장서 온 광주전남 인사들이 행사장 안팎을 가득 메웠다.

김성수 박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요한 볼프강 괴테)대학교에서 ‘동학농민운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수료했지만, 1973년 서울대 법대 최종길 교수와 관련된 ‘유럽 거점 간첩단 사건’ 관련자로 몰려 그해 10월부터 2003년까지 30년간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대신 김 박사는 독일에서 50여년 동안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한반도 자주통일운동에 앞장서 왔다.

이날 광주 출판기념강연 및 환영식은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광주본부,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 5.18유족회, 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 등 단체와 안성례, 이홍길, 박석무, 이강, 서경원, 김정길 등 시민사회 원로인사의 주최와 초청 형식으로 열렸다.

김정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예제하
김정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예제하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출판강연회는 김순흥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연세대 민주동문회 광주지회장. 전 광주대 교수)의 사회로 주하주 가수 식전 노래공연, 서경원 광민회 고문, 김정길 6.15남측위 상임대표와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 황대권 환경운동가의 축사, 박동기 현대사 연구가의 김성수 선생 약력 소개, 민족문제연구소의 공로패 시상, 꽃다발 증정 등으로 이어졌다.

김정길 6.15남측위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이역만리에서 조국통일운동을 하다가 쫓겨다니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고향은 언제나 힘을 주었고 따뜻한 위로와 사랑을 주었다"며 "오늘 이 자리는 단순한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노작 '서양철학의 역설'을 들고 고향에 돌아온 김성수 박사의 금의환향을 열렬히 환영하는 축제이며, 또한 조국을 위해 온갖 고난을 겪은 윤이상 임인식 정규명 선생을 비롯한 해외통일인사들의 숭고한 삶에 드리는 위로와 감사의 의미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김 박사님의 『서양철학의 역설』은 서양철학의 미몽에서 벗어나 우리의 인내천 동학사상, 대동세상과 광주공동체 정신으로 나아갈 것을 밝혀준다”며 “우리는 광주공동체 광주정신의 세계화의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꽃다발 증정식은 광주전남 시민사회단체 대표 수 십명이 무대에 올라 김 박사에게 각각 전달하면서 50년 만에 귀향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광주시민사회단체가 김성수  박사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제하
광주시민사회단체가 김성수 박사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제하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지부장 김순흥)가 김성수 박사에게 공로패와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예제하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지부장 김순흥)가 김성수 박사에게 공로상과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예제하
ⓒ사람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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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공연에서는 바리톤 정찬경이 김 박사가 고국을 그리워하며 평생 애창했던 노래로 알려진 가곡 ‘가고파’, '직녀에게'를 불렀다.
김 박사는 귀향의 소감으로 광주시민사회의 뜨거운 환영에 감개무량하다며 감격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독일유학을 떠나기 전 박정희 독재와 조국통일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며 “유학 과정에서 민주화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심한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었다”고 당시의 유학 초기 고단한 삶을 회고했다.

김 박사는 “가끔 고향을 생각할 때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동생들은 잘 있는지 심리적 고통이 컸었다”면서 순간 목이 메이기도 했다.

그는 “다행히 동생들이 저를 원망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하니까 안심했다”며 고향을 찾지 못한 3대 독자이자 장남이었던 개인 심경을 피력하며 울먹였다.

김 박사는 “오래도록 못다한 비교철학 공부를 아내의 지원으로 할 수 있었다”며 부인의 희생과 뒷바라지에 고마움을 전하자 참석자들도 큰 박수로 부인의 노고를 위로했다.

소감에 이어 사회자의 즉석 요청으로 김성수 박사와 사촌여동생 최영자 선생과 함께 또 ‘가고파’를 불러 참석자들로부터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3일 출판기념회에서 김성수 박사가 독일 유학 중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973년 10월부터 30년 동안 전남 화순 고향 땅을 밟지 못했던 당시 심경을 토로하면서 울먹이고 있다. ⓒ예제하
3일 출판기념회에서 김성수 박사가 독일 유학 중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973년 10월부터 30년 동안 전남 화순 고향 땅을 밟지 못했던 당시 심경을 토로하면서 울먹이고 있다. ⓒ예제하

김성수 박사는 <서양철학의 역설>에 대한 일부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해 “서양철학의 기본과 바탕, 특징은 이분법에 기반한다는 것이 본질”이라며 “이에 반해 동양철학은 노장철학과 불교의 관점을 갖고 우리의 동학사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서는)서양철학의 역설이 어디서 오는가? 유럽철학의 근원적 기반과 토대는 어디인가?를 놓고 철학이 문학작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괴테 <파우스트>,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 메리 셀리 <프랑켄슈타인>도 분석했다”고 소개했다.

‘광주정신’에 대해서도 김 박사는 “광주정신은 공동체 정신이자 무등이고 평등이다. 모든 운동, 사상, 이념은 함께 발전해야 한다. 고정되면 안 된다”며 “광주정신은 고착화가 아닌 공동체의 평등, 경제적 조건에 따라 계속 발전시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태 시인도 “서양철학의 기본인 이분법은 찢어짐의 역사이자 철학이다. 김 박사의 <서양철학의 역설>은 이에 대한 안티테제다. 찢어짐의 역사 철학은 더이상 안 된다”며 “독일어로 게마인샤프트의 길을 가야한다”고 김 박사의 입장에 동의했다.

끝으로 김성수 박사는 “현재 세계가 새로운 철학을 갈망하고 있다”며 “광주가 새로운 세계철학의 요람이 돼야 한다”고 당부하며 서평을 마무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념촬영을 한 후 뒷풀이 장소로 옮겨 못다한 환영식과 출판기념회를 이어갔다.

ⓒ예제하
김성수 박사가 사촌동생 최영자님과 함께 평생 애창곡 '가고파'를 부르고 있다.  ⓒ예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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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성수 재독 통일운동가는 독일 유학 초창기 프랑크푸르트 초대 한인회장과 민주사회건설협의회 발기 창립회원(1974년), 코리아코미티 발기 창립회원(1976년), 해외기독자통일위원회의 창립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민주화운동가 통일운동을 실천했다.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에는 전두환 신군부세력의 광주학살 만행과 김대중 사형언도를 규탄하는 단식농성을 전개했다.

단식투쟁은 당시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와 인연으로 이어지며 5.18광주민중항쟁이 유럽 사회에 널리 알려졌고 김대중 구명운동까지 나가는 외교적 성과를 낳았다.

5.1광주민중항쟁 이후 재독 한인들과 김성수 박사는 민건회, 코리아코미티, 노연(재독 광부, 간호원으로 구성된 노동자연맹), 재독 여성모임 단체가 5월민중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현재 김성수 박사는 6·15공동선언실천유럽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독한문화원(Deutsch-Koreanisches Kulturinstitut e.V.)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성수 철학박사(재독통일운동가)가 최근 펴낸 '서양철학의 역설' 표지그림.
김성수 철학박사(재독통일운동가)가 최근 펴낸 '서양철학의 역설' 표지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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