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복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달밤, 국도 1번』이 ‘문학들시인선’으로 출간됐다. 고향 장성 인근은 물론 담양, 화순, 순천, 벌교, 장흥, 강진, 진도 등 남도 땅 곳곳이 등장하는 이번 시편에는 ‘꿈’이라는 부제가 각각 붙어 있다. 길 위에서 부르는 꿈의 노래인 셈이다.

이효복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달밤, 국도 1번' 표지그림. ⓒ문학들 출판사 제공
이효복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달밤, 국도 1번' 표지그림. ⓒ문학들 출판사 제공

“유년의 길목에 마주하던 미인바위/갈애//살아온 생이 머문 허연 밤/아무도 보지 못한 곳에 너는 피어 있다”(「갈애바위-꿈 16」).

“살아온 생이 머문” 흔적들, 이제는 “아무도 보지 못한 곳에” 피어 있는 기억을 되살려 현재의 시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일, 그것이 이번 시집에서 엿볼 수 있는 이효복 시인의 시 쓰기이자 꿈꾸기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장소에 하나의 인물 혹은 사건이 겹칠 때 그곳은 슬픔, 분노, 위로 등의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서정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비가 내려요/여기서 비를 맞아요/그 비 내게로 와 함께 눈물 흘려요/함께 비를 맞아요”(「팽목항-꿈 31」)

“아직도 그 밥알이 날 노려보고 있어/아직도 그 총검이 날 겨냥하고 있어/아직도 그 눈빛이 날 지켜보고 있어”(「저녁노을미술관-꿈 47」)

“페북에 올라온 부고를 듣는다” “새벽같이 차려 낸 밥상의 조기 한 마리 눈에 선하다/생굴을 넣지 못해 자꾸만 맛이 없어 미안타던 미역국”(「명발당-윤정현-꿈 51」)

꿈꾸기를 통해 슬퍼하고 분노하며 위로하는 것. 시인은 그것을 “다 타버린 잿더미” 속에서 “빛을 창조”(「시인의 말」)하는 일이라고 적었다. 개인사는 물론 역사적 사건들의 현장인 수많은 공간들은 시인의 꿈과 맞물려 구체적이고 특수한 심상의 장소로 거듭나게 된다. 그것은 “장소에 대한 정보의 기록에 붙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장소로부터 환기되는 다양한 정서를 개방하고 자유로운 꿈의 형식으로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백수인 문학평론가)

독자는 시인의 꿈을 통해 일상의 공간이 특별한 장소로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효복 시인은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6년 『시문학』에 「눈동자」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를 다 가져오지 못했다』를 펴냈고, 국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