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변호사

   
지금은 2007년 3월 19일이다. 대한민국 헌법의 아버지들이 1948년 7월 17일 헌법을 제정하고, 그 위임에 따라 민주공화국에 의한 법질서를 확립한 지 59년째에 접어든다.

나는 환갑을 앞둔 대한민국 법체계에서 태어난 아들 또는 손자로서, 과거 1948년 7월 17부터 1948년 12월 1일 사이에 제정된 대한민국 법률 제1호부터 제10호까지 10개의 법률을 추적해 보기로 하였다.

그 중 5개의 법률, 반민족행위처벌법(1948. 9. 22. 법률 제3호, 1951. 2. 14. 폐지), 연호에관한법률(1948. 9. 25. 법률 제4호, 1961. 12. 2. 폐지제정), 한글전용에관한법률(1948. 10. 9. 법률 제6호, 2005. 1. 27. 폐지), 양곡매입법(1948. 10. 9. 법률 제7호, 1950. 2. 16. 폐지), 지방행정에관한임시조처법(1948. 11. 30. 법률 제8호, 1949. 7. 4. 폐지)은 이미 적절한 시기에 폐지되었으므로 추모의 대상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이들 법률은 친일청산, 국권회복이라는 당시의 시대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한시적 필요에 의해 태어난 것이었으므로, 단명하였다 하더라도 그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폐지된 이상 특별히 애석한 감정은 불필요할 것이다.

또 그 중 3개의 법률, 정부조직법(1948. 7. 17. 법률 제1호), 국회법(1948. 10. 2. 법률 제5호), 국군조직법(1948. 11. 30. 법률 제9호)은 그 동안 각 62회, 43회, 8회 개정되어 왔다. 이들 3개 법률의 빈번한 개정이 정부조직, 대의제도, 안보조직 등에 관한 포기할 수 없는 책무를 분명히 하고, 그 책무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효율적 체계를 모색하는 길이었다면 그 개정의 번잡함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법률 제10호는 국가보안법(1948. 12. 1.)이다. 국가보안법은 그 간 11차례의 개정이 있었는데, 그 개정 중 헌법재판소가 상시적이고 현실적인 규범통제의 채널이 된 1987년 이후에 개정된 횟수가 5회에 이른다.

국가보안법은 현재 존치론, 폐지론, 수정론, 폐지 후 대체법률제정론 등 다양한 입법론이 개진되고 있는 바, 위와 같은 다양한 입법론이 다투어지고 있는 법률상황 자체가 환영할 만한 것이라 생각되고, 앞으로 우리 법공동체는 현명한 판단에 따라 국가보안법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가장 주목되는 법률이 사면법(1948. 8. 30. 법률 제2호)이다. 나는 사면법의 연혁에서 ‘제정 1948. 8. 30. 법률 제2호’ 외에 그 어떤 변천과정이 없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법조문을 일별해 보았다.

아직도 유효한 법률 제2호 사면법은 총 27개 조문에서 사면, 감형, 복권에 관한 절차, 효과를 규정하고 있다. 그 법문을 보면 ① 가로쓰기가 정착된 지 오래 되었음에도 아직 세로쓰기를 전제로 한 ‘좌(左)에 열기(列記)’란 문장을 거듭 사용하고, ② 언도(言渡), 이후(爾後), 첨가진달(添加進達) 등 이미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반복할 뿐 아니라, ③ 이미 폐지된 명칭인 검찰관(檢察官), 형무소(刑務所), 형무소장(刑務所長)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초대 겸 현행 사면법의 가장 큰 문제는 (특별)사면의 실질적 요건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사면법은 사면을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대별한 후, 그 절차와 과정을 규율할 뿐, 법공동체 일반의 상식과 법감정을 담보할 만한 특별사면의 요건에 관해서는 전혀 침묵하고 있다.

1993년 이후 특별사면 횟수가 17회, 특별사면자가 4만9천339명에 이른다고 보고된다. 그 중 ‘국민통합’,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으로 실시된 전직 대통령, 다선 국회의원 등 정치인, 거물 경제인, 고위직 공직자 등에 대한 특별사면의 타당성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음에도, 이를 통제할 수단이 사실상 전혀 없는 것은 위 사면법의 규정체계에서 나오는 당연한 귀결이다.

위와 같이 화석화된 법, 사면법에 관한 개정안은 없는지의 궁금증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리다. 과연 국회에서는 2005년 5월 19일 ~ 2006년 3월 20일 사이에 무려 7개의 사면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되고 있었다.

각 개정법률안의 내용은 ① 특별사면 심의를 위한 사면심사위원회의 설치, ② 적용된 범죄유형에 따른 특별사면의 금지, ③ 특별사면을 위한 최소 형기, 추징금 납부 조건의 충족 등을 담고 있는 점에서 대동소이하다. 사실 7개의 개정법률안은 그 내용면에서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위와 같이 실질적 구별이 없는 7개 개정법률안에 서명한 발의자를 합치면 총 86명에 이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면법 개정이 성사되지 않은 이유에 관해, 그 간 특별사면의 가장 큰 수혜자가 사면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의원이었다는 우연(?) 외에는 달리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사면법은 59년간 의원들에게 완벽한(?) 법이었다. 이제 사면법 개정으로 국민들에게도 수긍할 수 있는 법으로 다가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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