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윤 대통령, 일본에서 훈장 받고 싶어 안달하나!

-  합의도 뒤엎는 판에 ‘한국 先 발표 일본 後 호응’ 무지몽매
- ‘배상’은 제쳐둔 채 재원 마련에 일본 ‘기여’ 표현은 치욕적

 

한일관계 개선을 구실로 일본의 비위를 맞추려는 윤석열 정권의 저자세 행태가 차마 눈 뜨고 못볼 지경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우리가 해법을 발표하면 일본 측에서도 성의 있는 호응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동시에 합의문을 발표하는 건 아니고, 우린 우리대로 하고 일본은 일본대로 하고 그런 식으로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26일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강제동원 해결방안을 비판하고 있다. ⓒ예제하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26일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강제동원 해결방안을 비판하고 있다. ⓒ예제하

즉, 한국이 먼저 해법을 발표하면 일본이 추후 그에 호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또 “정부안을 발표한 다음에 정부가 어떻게 노력해왔고 부족하지만 이런 정도의 해법이 나왔다는 것을 원고와 소송대리인 한 분 한 분께 설명해드리면서 이해와 동의를 구하겠다”면서 가해국이 아닌 피해국 한국이 먼저 해결 방안을 발표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참으로 몰상식한 얘기다. 때린 사람 대신 맞은 사람이 먼저 해법을 내 놓는 게 세상 어디에 있나? 

가해자 일본 피고 기업과 가해국 일본 정부는 가만히 뒷짐 지고 있고, 피해국 정부가 먼저 해법을 발표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법치’인가?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국익’인가?  

한국이 먼저 선 조치하면 일본이 추후 호응이 있을 것이라는 것도 순진함을 넘어 무지몽매한 짓이다.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뒤엎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일본 정부는 2015년 참혹한 강제노역 장소 군함도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전모를 사실 그대로 기술하라’는 요구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 현재 어떻게 됐는가? 

국제사회와 한 약속마저 헌신짝 버리듯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이행 경과 보고서를 버젓이 유네스코에 제출하고 있지 않는가?

2015년 한일 외무장관 ‘위안부’ 합의는 또 어떻게 됐는가?

10억 엔을 지급하고 난 뒤,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죄할 뜻이 있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아베 전 총리는 “(그럴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며 피해자들을 오히려 모욕하지 않았는가?

이렇듯 국제사회와 한 약속도, 양국 외교 당국자 간 합의도 손바닥 뒤집는 마당에, 한국이 먼저 조치하면 나중에 일본이 이에 호응할 것이라는 것은 무슨 근거인가? 

한마디로 순진하다 못해 무지몽매한 짓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본은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적반하장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이 먼저 조치하면 추후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일방적 기대감이자 망상일 뿐이다. 

정부의 기대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앞뒤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먼저 한국 대법원 판결에 승복하는 것이다. 

승복해도 지킬까 말까 하는 마당에, 판결을 원초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추후 호응을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언어도단이자 근거 없는 주술적 행위나 다름없다.

외교부 당국자가 재원 마련을 언급하면서 일본의 ‘기여’를 언급한 것도 수치이자 외교적 망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일본 기업의) 사과와 (재원 조성 과정에서의) 기여라는 성의 있는 호응 조치에 대해 (일본 측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며 “일본 기업의 기여와 사죄에 똑같이 무게를 두고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조하지만, 미쓰비시 등 일본 피고 기업은 대한민국 최고법원의 판결에 따라 ‘배상 의무’를 져야 할 대상이지, 피해자를 위해 ‘기여금’으로 ‘선의’를 베풀 위치가 아니다. 

그런데 ‘배상’ 의무를 이행하라는 말은 제쳐 놓은 채 우리 외교 당국자가 ‘기여’를 언급하다니 이런 치욕과 망신살이 또 어디에 있나?

언제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해 ‘기여’를 언급한 적 있나? 만약 언급한 대로 일본이 ‘기여’하면 피해자들이 엎드려 일본에 절이라도 하란 말인가?

의지 없는 것도, 더 나아가 능력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앞장 서서 피해자들의 자존심을 뭉개고 일본 정부 마름 역할이나 하는 짓은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가 무엇에 쫒겨 양금덕 할머니의 훈장마저 가로채 가면서 이렇게 다급하게 서두르는 것인가? 윤석열 정권이 일본에서 훈장 받고 싶어 안달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멈춰라.

2022년 12월 28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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