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사회 집담회, '소통과 협치를 중심으로' 평가 토론
시민사회, "강기정 시장 6개월..."민주주의적 리더를 원한다"

아래 글은 지난 21일 전일빌딩245에서 광주시민사회가 주최한 '민선8기 출범 6개월 평가 및 2024총선대응을 위한 시민사회 집담회'에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의 지난 6개월 리더십'을 평가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편집자 주)
 

민선8기 강기정 광주시장 리더십 평가 발제문 [전문] 
-소통과 협치를 중심으로 - 
 

1. 7월 1일, 민선 8기 광주광역시정부가 출범한 후 6개월이 되었다.

출범 6개월밖에 안 된 광역자치단체장을 평가하는 것이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에서 민선 8기 광주시를 평가하는 것은 민선 8기 들어, 참여와 자치라는 지방자치제의 근본 가치가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와 행정의 관료화가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2. 시민(사회)과의 ‘소통’과 ‘협치’를 어떻게 이해하는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을 반영한다.

지난 21일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245에서 광주시민사회가 주최한 '민선8기 출범 평가 및 2024총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 집답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참여자치21 제공
지난 21일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245에서 광주시민사회가 주최한 '민선8기 출범 평가 및 2024총선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 집답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참여자치21 제공

이 가치를 필수로 받아들이는가, 선택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소통과 협치의 의미를 어떤 수준에서 이해하는가에 따라, 이를 위해 어떤 실천을 하는가에 따라 권위적 정치를 추구하는 세력인지, 민주적 정치를 추구하는 세력인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 민선 8기 광주시를 평가하는 주된 창은 문재인 정부에서 만들어졌던 자치분권 2.0이다.

이 새로운 기획은 아직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나마 새로운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촛불 시민들의 요구와 한국 민주정치 제도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기정 시장은 문재인 정부 아래서 정무수석을 지낸 인사이며, 자치분권 2.0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누구보다 철저히 내면화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국회의원 3선에, 정무수석까지 지낸 인사가 ‘민주인권도시 광주’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섰을 때, 그에게 자치분권 2.0의 시대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4.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지방분권)과 주민자치(자치분권)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실현된다.

자치분권 2.0은 지방자치제도의 근본적 지향점인 주민자치 전략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제의 획기적 진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를 반영해 자치분권 2.0은 6대 전략과 33개 과제를 제시할 때, ‘주민주권 구현’이라는 전략을 첫 번째로 제시하며, 이전 제도들과의 근본적 차이가 어디에 있는가를 드러내고 있다. 주민주권을 구현하기 위한 7개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주민참여권 보장 (2) 숙의 기반의 주민참여 방식 도입 (3) 주민자치회 대표성 제고 및 활성화 (4) 조례 제·개정의 주민직접 발안제도 도입 (5) 주민 소환 및 주민 감사청구 요건의 합리적 완화 (6) 주민투표 청구 대상 확대 (7) 주민참여예산제도 확대.
 

5. 민선8기 광주광역시는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들여다 보자.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월요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월요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1) [참여예산제 관련] 2022년 125억이 편성되었던 시민참여예산은 올해는 시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단계에서 68억 원으로 축소 편성되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시의회에서 50억 원으로 삭감되었다.

물론 현재 운영 중인 참여예산제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파행을 겪으며, 그 효용감이 떨어져 있고, 기껏해야 광주시와 광주시의회의 예산 줄다리기 희생양이 되어 왔던 역사가 있었지만, 편성과정에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시민참여예산을 삭감한 것은 제도 시행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예산 전 과정, 예산의 편성, 집행, 평가의 전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참여예산제도 본연의 취지는 여전히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정책과 예산 편성 방향에 대한 시민 참여와 숙의 정차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시의회에 시에서 편성한 예산안을 올릴 때, 시민들에게도 예산안을 올려 편성의 적절성을 검토할 수 있게 보장하라는 법적 요구도 지켜지고 있지 않다.

이는 고사하고, 강기정 시장은 2023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민의 대표로 시민을 대신해 시가 편성한 예산의 적절성을 따져 물으라는 시의원들의 권한까지 문제삼으며, 시의원들을 거수기로 생각하는 인식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우리는 이것이 민주화운동에 몸담았던 사람들 일각에서 나타나는 자신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쉽게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태도의 발현은 아닌지, 과거 권위적인 정부와 싸우는 과정에서 민주투사라는 것만으로 정당성을 가졌던 시대의 내면화된 관행의 표출은 아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 [숙의민주주의의 후퇴] 주민자치의 핵심 수단인 시민참여권 역시 민선 7기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시 정책의 중요한 방향타 역할을 했고, 주요 현안에 대한 권위 있는 조언자 역할을 했던 ‘시민권익위’의 역할은 형식적 자문기구로 전락했다.

시민사회와의 오랜 숙의 끝에 탄생한 협치 조례와 이에 기초한 협치 위원회 역시 유명무실화 되었다.

하계 아시안게임 유치, 복합쇼핑몰 유치와 같이 광주시의 미래를 그릴 때, 큰 영향을 미칠 굵직한 의제를 다룰 때, 정책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성공적 추진을 위한 동력을 만들 숙의 기반의 논의는 사라지고 이를 형식적 여론조사가 대체하고 있다.

10년 전에나 유효했을 공청회 개최 여부가 이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부여받는 만능키처럼 악용되는 움직임도 다시 생겨나고 있다.

시의회가 제동을 걸어 잠시 멈춰선 아시안게임 유치 공론화의 경우 광주시의 입장은 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생략했던 공청회를 열어 그 근거를 채우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청 제공
ⓒ광주시청 제공

이는 시민사회와 시의회가 시의 막무가내식 행정에 제동을 건 근본 이유를 여전히 무시하는 태도에 불과하다.

시민과 시의회의 요구는 숙고를 통한 충분한 검토이다.

전·일방 부지 개발과 관련한 광주시의 매뉴얼도 우려되는 바가 크다. 협상 기간을 6개월이라 못박고 진행되는 협상, 이해당사자인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 협의는 민간기업과의 협상 완료 이후에야 진행되는 점,

시민과 시의회에 논의 과정 참여가 강제성이 없는 진행상황의 보고 및 의견수렴 정도로 약화된 점,

민관협의회 구성 과정에서 애초에 시민사회가 추천했던 인사를 깐깐하게 문제를 따져 시 공무원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재추천을 요구했던 것,

공식적 대표성을 가진 시의회의 몫이 애초에 배제되었던 것 등 숙의형 논의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존재했던 잡음도 시민주권을 강화하는 지방자치제의 새로운 방향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주민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모습인지 강기정 시장은 돌아보기 바란다. 주민참여(협치, 거버넌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협치는 단순히 시민 의견을 듣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3) [월요 대화] 강기정 시장이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월요대화’는 협치의 유효한 수단인가?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다지 유효한 수단은 아니다.

시민단체협의회가 경험했던 ‘월요대화’는 협치의 수단으로는 여러 면에서 부족한 것이었다.

하나하나가 심층적으로 논의할 만한 의제들에 대한 단순한 의견 청취와 시장의 답변, 피드백 약속이 있었으나 3개월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인 광주시의 태도, 2개월 정도의 주기로 만나 지속적으로 소통하기로 했던 약속의 미이행, 특정 분야의 시민들과는 만남 자체도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을 종합할 때, ‘월요대화’는 거버넌스의 유효한 수단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는 권위적인 정권 시절이나 봉건 왕정 시절의 선한 리더가 보이면 좋을 소통 방식이지 시민들의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민주주의 시대의 민주적 리더에게 어울리는 소통 방식은 아니다.

(4) [안전한 광주를 위한 민관협의체] 덧붙이면 ‘월요대화’를 통해, 후속 작업을 약속했고, 약속이 이행되지 않아, 세 차례에 걸쳐 공개질의를 진행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소통을 위한 만남을 회피하고 있는 사안도 있다.

안전한 광주를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한 시의 답변이 그것이다.

민선 7기에 두 번의 참혹한 사고를 거치며 만들어낸 안전을 위한 제도와 매뉴얼, 이를 보완하고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민간협의체 구성 약속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

시민설명회나 공청회를 거쳤는가의 여부로 시 행정의 정당성을 평가받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행정의 잘못된 결정에 대한 면죄부를 얻기 위해 시민들을 끼워 팔기 하는 시대도 지나갔다.

이제 문제는 실질적이고 충분하게 함께 논의하고 결정했는가에 있다.
 

6. 민선 8기 핵심관계자는 민선 7기에서 쓸데없이 시민(사회)과의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힘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을 잃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놀라운 말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민선7기에서 전국적 성공을 거두었거나, 의미를 가졌던 현안들의 상당수는 시민들과의 협치의 결과물이다.

탄소중립 2045선언과 기후위기 시민운동, 광주도시건축선언, 광주형일자리사업, 중앙정부의 시행령에까지 영향을 미친 광주시의 안전대책, 전·일방 부지 개발의 밑그림 등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전국적인 수준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던 많은 정책들이 주민을 정책 결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며 만들어낸 협치의 결과물이었다.

민선 7기에서 부족했던 것은 시장의 추진력이 아니라 협치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민선 8기에서는 그나마 민선7기에서 만들어진 협치의 기반조차 무너뜨리고, 귀닫고 눈감고 소신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가며, 불통의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은가?

민선8기 광주시는 “우리는 성군이 아니라 민주주의적 리더를 원한다”고 한 말을 기분 나쁘게만 받아들이지 말고, 새로운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2022년 12월 21일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