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일 시인, 16일 10.29 이태원 참사 49재 추모제서 낭송

편히 가세요, 기억하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추모시

안오일 시인 
 

그날은 그저
마음의 빗장을 열고
반가운 얼굴 그리운 손길 나누려 했습니다
마스크로 가둬진 시간을 훌훌 벗고
웃음과 설렘으로 모여든 축제의 장이었습니다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손을 잡았던 친구가 연인이 가족이
삶과 죽음의 뒤엉킨 비극의 현장에서
서로를 목격하며 그렇게 쓰러져갈 줄은

꽃이였습니다
희망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곳곳에서 빛나던 그 많은 생명들이
너무도 일찍 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꿈을 찾아
내일을 향해
하루하루 내딛던 젊은 걸음들이
한 마디의 말도 한 순간의 바람도 허락되지 않던 순간,
​거친 바람에 일순간 꺼져버린 불씨처럼
그렇게도 황망하게 사라져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남은 이들의 안타까움과 비통함은
너무도 절절하여 차마 목 놓아 울지도 못합니다
금방이라도 환하게 웃으며 돌아올 것만 같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끝까지 묻겠습니다
하늘에서는 행복하세요
시민들의 발길이 남긴 추모의 글들이
기억의 벽을 채우고 있습니다

​안일과 방관과 무책임으로 인한 희생이 헛되지 않게
정확한 규명과 대책이 이뤄지길 바라는
우리 모두의 바람은
못다 이룬 삶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겠지요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편히 가세요

ⓒ예제하
ⓒ예제하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