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사상 첫 증액 없는 본예산 통과에 강 시장, "화풀이 예산삭감" 비판
광주시의회, "의회 사상 첫 '쪽지예산' 없앴다...강 시장의 분풀이 발언" 반박

광주광역시 사상 첫 '증액 없는 본예산 의결'에 대해 강기정 시장과 광주광역시의회가 대치국면이 형성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회는 14일 오전 본회의에서 내년도 광주시 본예산 이날 7조 1102억원, 광주광역시교육청 본예산 3조 575억원을 각각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이날 시의회를 통과한 내년도 광주시 본예산에는 시의회가 요구했던 5개 자치구 민원 사업 등 이른바 '쪽지예산'이 없었다. 광주시의회 사상 처음이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14일 오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2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해 2023년도 광주광역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을 통해 시의회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14일 오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2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해 2023년도 광주광역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을 통해 시의회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또  집행부가 요구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한 특별회계 823억원 삭감,  시내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 100억원 감액, 옛 5·18묘역(민족민주열사묘역) 성역화조성 사업비 3억9000만원 전액이 삭감됐다. 

시민참여 예산 중 생존수영 교실, 비엔날레 호수공원 펀 시티 조성, 안전하굣길 조성사업은 미반영, 공공자전거 '타랑께' 예산은 전액삭감됐다.  

이처럼 광주시와 광주시의회간 줄다리기 끝에 내년도 광주시 본예산에 민선8기 강 시장 주요공약 정책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 또는 미반영된 상태에서 이날 시의회에서 통과하자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강하게 반발하며 광주광역시의회를 공개 성토한 것.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시의회가 오늘 의결한 2023년 본예산은 의회 예산 심의권의 남용권"이라며 "시의원들이 요구한 예산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시 집행부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 풀이식 예산 삭감'을 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광주시의회의 예산 심사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강 시장은 "민선 8기 주요 공약으로 80년 새벽 청소차에 실려 온 망월동을 외롭지 않게 만들자는 5·18 구묘역 성역화 조성 예산 3억 9천만 원이 전액 삭감됐다"며 "(해당 사업용지는)그린벨트를 푸는 과정에서 시의회와 의견 수렴이 가능한데도 전액 삭감했다"고 잠시 눈물을 보이며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또  "창업 성공률이 높은 광주를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인 '창업 패키지 일자리 예산'도 사라졌다"며 자신의 주요공약사업에 대한 시의회의 예산삭감에 강하게 반발했다
 
강 시장의 작심 발언은 예산심사 과정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4일 오전 광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이 14일 오전 광주시의회 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광주시청 제공

강 시장은 "시의회 예결특위에 증액을 요청한 109건 사업 중 시의회와 집행부가 8건만 부동의 하기로 협의했으나 시의회가 갑자기 생각이 돌변해 집행부가 절실히 요구한 20건의 사업에 대해 '전체를 동의할 수 없으니 일부만 선택하라'는 요구를 했다"고 집행부와 시의회간 밀당 과정을 공개했다.
 
강기정 시장은 "시의회는 그동안 협상으로 의견 접근이 된 예산도 전액 반영하지 않았고 민선 8기의 새로운 공약사업과 시민께 약속드렸던 사업들에 대해서 전액 삭감되거나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강 시장은 "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의회에 있으며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께 전가될 것"이라며 사상 초유의 증액 없는 본예산 통과의 책임을 시의회에 돌렸다.

광주광역시의회도 강기정 시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정무창 광주광역시의회 의장은 본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예산삭감 권한이 있는 시의회는 의회 개원 사상 처음으로 이른바 '쪽지예산' 없이 투명한 원칙을 지켜냈다"고 투명한 예산심사 과정을 강조했다.

정무창 광주광역시의회 의장이 14일 오전 본회의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정무창 광주광역시의회 의장이 14일 오전 본회의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정 의장은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집행부 간부공무원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사업들이 예결위 심사에서 뒤집히고 부동의 됐다"며 지난 6일간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강기정 시장의 '불통'을 간접적으로 지적하고 책임을 돌렸다. 

이어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화와 타협, 상호존중과 소통을 통해 집행부와 시의회 간에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광주시의회의 강기정 시장에 대하 비판은 이날 오후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강도가 높아졌다. 

시의회는 입장문에서 "강 시장의 시의회 비난은 10일 동안 치열하게 진행했던 예산심의 과정을 무시한 발언일 뿐만 아니라, 전후 사실 관계를 왜곡한 분풀이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것.

시의회는 "강 시장은 (본예산심사 기한) 6일 동안의 지난했던 예결위 심사에서 오로지 집행부 예산만을 고집한 탓에 조정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애써 숨기고 있다"며 "상임위 심사에서 집행부 실국장 등 간부공무원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증액예산 사업들도 예결위 심사에서 번복한 장본인이 바로 강 시장"이라고 강 시장을 정면으로 지목했다.

특히 시의회는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더 이상 의회와의 관계 개선은 없다며 선전포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며 "광주시를 이끌고 있는 행정의 수장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언행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집행부 예산은 무조건 옳고 시의회 예산은 틀렸다는, 오직 나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이 깔린 시각이 엿보인다'며 "나의 정치는 선이고 상대의 정치는 악이라는 인식도 엿보인다"고 시의회 개원 후 이례적으로 강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14일 광주광역시의회 본회의 장면. ⓒ광주시의회 제공
14일 광주광역시의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을 의결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시의회는 "강 시장의 눈물이 진정이라면, 행정경험 없는 초보 시장의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시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를 거둬들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점검해보시길 권한다"면서 '증액 없는 본예산안 의결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원칙을 지켜내기 위해 고뇌에 찬 결단을 했던 9대 시의원들을 ‘화풀이식 예산삭감’이라고 폄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 시장을 비판했다.

이처럼 내년도 본예산을 두고 불거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광주광역시의회간의 갈등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강기정 시장의 리더십을 두고 광주시청과 광주시의회 안팎 그리고 지역정치권 등에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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