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가탐방은 전통 산수화라는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다채로운 색감으로 그려내고 있는 김단비 작가를 만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평소 몽상하는 것을 즐기고, 판타지 영화와 만화를 좋아하는 그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들을 꿈을 통해 이루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은 어떤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거나 비판하는 것보다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마음 속의 어떤 풍경을 담아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 전통 산수의 재해석

김잔비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김잔비 작가. ⓒ광주아트가이드

201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는 작품 시리즈이자 전시 제목이기도 한 ‘별유천지’는 인간 세계, 현실 세계와 대비되는 또 다른 공간의 세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 『산중문답』에서 나온 말이다.

이는 마치 신선이 사는 듯한 느낌의 자연공간이나, 현실의 세속적인 세태와 다른 이상적인 세계를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이와 유사하게 ‘유토피아(utopia)’ 또한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로서 ‘이상향’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된다.

초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2017~2018년 <별유천지> 연작에서는 산세와 뭉게구름으로 공간적 깊이감을 만들어내고, 화려한 색채를 통해 꿈의 세계에 와있는 듯한 부유하는 공간을 창조하고자 했다.

그는 겸재 정선이 한강 일대를 그린 화첩인 『경교명승첩』을 재구성하는 등 조선시대 산수화의 이미지를 차용함으로써 과거 전통 산수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고자 했다.

재료적으로는 한국화 재료를 사용하되, 매니큐어를 이용해 화면 위에 마블링을 만들어내어 마티에르를 주는 방식으로 재료적 실험을 시도했다.
 

산수와 이미지, 조합된 풍경

2020년부터는 민화와 산수화의 괴석이나 파도와 같은 이미지를 차용하여 형상화하거나, 실제의 자연 풍경들을 부분적으로 참고하여 그려낸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조합하여 그만의 풍경을 완성한다.

그가 만들어내는 각각의 이미지들이 조합된 풍경은 아름답지만 낯선 세계로 이끈다.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부유하는 그만의 세계는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색감과 어우러져 오늘날의 새로운 관념 산수를 보여준다.

그는 장지에 바로 작업하지 않고 광목천에 장지로 배접한 후 작업한다.

또 에스키스를 여러 번 수정하여 구도를 잡고, 작업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잘라내거나 폐기한다.

그는 작업에서 구도와 색구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한다.

김단비 작가-별유천지(別有天地)_광목에채색,금박_40x40cm.2022. ⓒ광주아트가이드
김단비 작가-별유천지(別有天地)_광목에채색,금박_40x40cm.2022. ⓒ광주아트가이드

최근 들어서는 작품 안에 이국적인 느낌의 관상용 식물인 ‘파초’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을 넣거나,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담기도 한다.

2022년작 <별유천지>를 보면, 실제의 식물을 그려내지만, 산과 자연물의 크기가 역전되어 나타나는 등 현실 세계의 모습과는 이질적인 요소가 더 강화되었다.

이렇듯 여러 이미지들이 조합된 풍경은 그것이 더욱 현실이 아닌 ‘이상향’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을 때가 어쩌면 가까운 미래일지도 모른다.

완전한 자연이라는 것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는 지금, 그의 작업은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상향’으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장소’로서의 의미로 말이다.

최근 그의 고민은 작업 주제와 매체의 확장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위로 받고,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자연이 주는 힘을 믿는 듯 하다.

앞으로의 활발한 활동과 작업에 있어서의 또 한 번의 도약을 응원하고 기대해본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57호(2022년 12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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