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암호수 매립, 지하수 유입 방안은 위험한 역주행”

광주광역시의 최대 환경개발 이슈로 떠오른 서구 풍암호수의 이른바‘매립식’ 수질정화방식에 대해 학계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이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와 함께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같은 주장은 천정배 ‘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 이사장이 풍암지역주민자치위원회 등 4개 지역단체와 공동으로 29일 개최한 풍암호 수질개선대책 토론회에서 나온 것으로 학계 전문가들이 풍암호수 수질개선방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견해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날 ‘풍암호, 매립 외에 다른 방안은 없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성기 조선대 명예교수(환경공학)는 ”기계식보다 자연정화방식이 바람직하지만 풍암호 유입수로 1일 1,000톤의 지하수를 확보하는 것은 곤란하고, 물순환 선도도시 개념에 역행한다“며 "풍암호에 대한 지하수 유입 방안이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이용운 전남대교수(환경에너지공학과)는 ”풍암호의 주 수원으로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은 이해관계들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지하수를 유입수로 활용하는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영산강 수질이 개선돼 장래 활용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영산강물 유입 시설을 존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심을 2.84m에서 1.5m로 줄이는 방안은 토사퇴적이 전혀 없을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토사가 적은 양이라도 유입되면 호수의 특징을 상실할 우려가 있어 적정수심에 대한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호수 매립에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조진상 동신대 교수(도시계획학과, 광주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수심이 얕아지면 수온 변화가 심하고 수온이 급상승하면 녹조발생 위험도 커질텐데 이상기온 등으로 녹조발생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수심을 낮춘다고 녹조와 수질오염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수를 하루에 1,000톤씩 뽑아 올리면 1개월이면 30,000톤, 1년이면 365,000톤이 되는데 이렇게 막대한 양의 지하수를 유입시킬 경우 싱크홀이 발생될 위험이 예상되는데 어떤 대비책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지하수 유입 방안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조상열 (사)미래유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광주역 부근의 6만여평 경양방죽을 일제에 이어 1960년대 후반에는 광주시가 태봉산을 헐어 매립하는 우를 범하다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는데, 풍암호의 운명이 경양호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크게 우려 하고 있다“며 ”풍암호를 매립하려는 것은 시민들의 생명권에 대한 침해이다“고 규정했다.

주민대표로 나온 진용경 풍암동 주민자치회장은 ”풍암호수의 원형은 보존해야 하고, 담수량 유지는 호수의 기능뿐 아니라 폭우나 가뭄 소방수 등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매립방식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반적인 환경 상식과 역행하는 수질개선방안이 추진되는 배경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분석과 의혹이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이성기 조선대 교수는 ”수심을 낮춰 담수량을 줄이는 것이 불필요한 일인데도 하려한다면 중앙공원 개발시 잔토 처리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고, 조진상 교수는 ”만약에 민간사업자가 인근 비공원시설 개발부지에서 발생한 토사를 풍암호수 매립으로 사용한다면 사업자측의 수익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와 (주)빛고을중앙개발이 추진하려는 풍암호수 수질개선방안은 토사로 호수를 매립해 수심을 최대 6m에서 1,5m로 낮추고, 담수량은 1/3로 줄이고, 영산강물 유입수를 차단한 후 풍암호 주변에서 관정을 파 지하수을 매일 1000톤씩 유입수로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호남100년살림 민심센터 천정배 이사장은 ”풍암호가 제2의 경양방죽이 되느냐, 광주의 석촌호수가 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현행 영산강물 유입을 통한 수질개선 효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부터 선행한 후 수영대회가 열리는 석촌호수를 롤모델 삼아 맑고 풍부한 수량과 수심을 갖춘 광주시민의 허파같은 호수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는 이날 토론회를 통해 광주시의 수질개선방안의 핵심인 매립방식과 지하수 유입에 대한 학계, 시민단체, 주민들의 견해를 종합해 광주시 등 관계 기관등에 건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