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또 다시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세월호의 아픔도 여전히 가슴을 누르고 있습니다.

거기에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나니 억장이 무너지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최악의 시간입니다. 바다에서, 도심 한복판에서, 참사의 반복입니다.

8년전 바다에서 살아남은 열일곱살 아이들이 8년이 지난 스물다섯이 되어 도로에서 희생을 했습니다.

살아도 끝내 죽어야만 하는 죽임의 사슬에 우리는 목이 감기고 있습니다.

이 무참한 슬픔의 나날 숨 쉬는 마디마디가 아파옵니다.

아주 잠깐 열린 해방구 잠시 숨통이었던 그 길을 갔던 내 딸들아! 오랜만에 친구 만나러 간 내 아들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같이 손잡고 그 길을 내려오던 연인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우리의 친구 아들 딸 들입니다.

엄마 손 꼭 잡고 부푼 마음으로 간 15살 소녀도 있습니다. 엄마와 딸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내가 달려갈 테니 조금만 버텨달라고 애원하던 남자 친구 목소리가 아직도 쟁쟁하게 들립니다

숨 쉴 공간이 없어 살려달라는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사방에서 짓누르는 인파의 압력 때문에 손을 놓쳐버린 손들 결혼을 앞 둔 사람 친구를 만나 기위해 해외에서 찾아온 사람

156명은 156가지의 삶과 꿈을 안고 살아가던 우리 형제자매들 이며 우리의 이웃입니다.

쏟아진 물처럼 퍼져 버리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진 사람들

마음은 촛농처럼 녹아내리고 기력은 옹기처럼 말라버린 유가족들의 상실감과 아픔을 누가 어루만져줄 있을 까요

숨이 짓이겨 버린 그날

하늘도 땅도 압사 당하는 거기 옴짝달싹 못하는 비명과 절규의 시간 살려달라는 숨넘어가는 소리 외면하는 사이 숨은 땅바닥에 납작해졌습니다.

그 때 국가 부재하는 숨 막힌 세상입니다.

피묻은 옷, 짝 잃은 신발, 부러진 안경사이로,

널브러진 변명과 책임회피 혐오와 춤추는 괴물들의 광란입니다.

보십시오. “근조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라.” “영정 사진을 쓰지 말라.”

“참사, 희생자라는 용어를 사고, 사망자로 통일 하라.” 말문이 막히고 숨이 막힌 저 권력자들의 야만의 모습을 보십시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 예견됐지만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 어찌 사고인가요? 사고가 아닌 참사입니다.

목숨을 잃은 분들 , 부상당한 분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참사로 인해 사망자가 아닌 희생자입니다.

우리는 태산 같은 분노와 슬픔의 힘을 남김없이 끌어 모아 생명세상 만들어야 합니다.

이제 애도와 추모를 넘어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민들 수 있도록 진상규명과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평생 아픔과 슬픔으로 살아갈 가족과 지금도 병원에서 치료하는 부상자와 그날의 고통을 우리는 연대의 꽃으로 숨 쉬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2022년 11월 5일

광주시민 촛불<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식에서)
장헌권 목사 (광주시민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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