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등장하는 사물은 구조화된다. 모든 것이 의도이기 때문이다.

감독 ‘자비에 돌란’의 영화 ‘마티아스와 막심’은 두 남자 사이의 우정과 그 불안한 관계에 대해 그리고 있다.

두 주인공 마티아스와 막심의 불안한 심리는 영화 안에서 여러 상징으로 묘사된다. 비주얼리스트인 자비에 돌란이 영화 안에 장치해놓은 미쟝센들을 살펴본다.

ⓒ마티아스와 막심
ⓒ마티아스와 막심

 

마티아스와 막심이 영화 안에서 입고 등장하는 옷의 색깔은 그들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파란색은 이성애를, 붉은색은 동성애를 상징한다.

마티아스는 줄곧 파란색 계열의 옷만 입는다. 때로는 상·하의 모두 청으로 된 옷을 입으며 일명 ‘청청 패션’을 하고 등장한다. 하지만 단 한 씬에서만 예외인데, 막심과 키스신을 찍는 동안에는 빨간 스웨터를 입은 채다. 

막심은 파란색 옷과 빨간색 옷을 번갈아 가며 입는다. 자신의 동성애적 기질을 숨겨야 하는 때에는 파란색 옷을 입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빨간색 옷을 입는다.

영화 안의 예로, 막심은 이모를 만날 때는 빨간색 티를 안에 입고 그 위에 파란색 티셔츠를 겹쳐 입는다. 파란색 티셔츠 밑으로 빨간색 티가 삐져나온 것이 보이는데, 이렇게 자신의 붉은 색을 파란색으로 덮음으로써 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마티아스와 막심
ⓒ마티아스와 막심

 

마티아스는 자신의 외모를 파란색으로 숨기지만 막심의 얼굴엔 붉은 반점이 있어 결코 자신의 기질을 완벽히 숨길 수 없다. 

이렇게 구조화된 색의 정체성은 여러 방식으로 묘사된다.

마티아스와 막심이 서로의 정의되지 않는 사랑을 확인한 날 밤, 길을 걷던 마티아스의 등 뒤로 해가 떠오른다. 이때 점점 밝아오는 푸른 하늘과 붉은 태양이 섞이며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마티아스를 표현한다.

또 다른 상징으로 물이 사용된다. 물은 영화 내부에 감정을 나타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마티아스가 막심과 키스신 촬영을 해야함을 인정하고 나서 그가 누운 물침대는 심란하게 흔들리며 앞으로 시작될 마티아스의 정체성 혼란을 암시한다. 

막심과의 키스신이 끝나고 마티아스는 수영을 하러 나간다. 이 시퀀스는 오분 가량으로 마티아스는 물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며 자신의 혼란속에서 헤엄친다.

ⓒ마티아스와 막심
ⓒ마티아스와 막심

 

푸른빛으로 빛나는 물이 그의 몸짓에 흔들리는 장면은 대부분 클로즈업 되어 그가 해결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나타낸다.

물은 비가 되어 마티아스와 막심의 관계를 이끈다. 마티아스의 감정이 결국 폭발하고, 그와 막심이 서로를 애틋하게 사랑하는 시퀀스에선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그간 참아온 감정들이 소나기처럼 내리지만 비는 금새 멈추게 된다.

ⓒ마티아스와 막심
ⓒ마티아스와 막심

 

감정을 물로 표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에서 프레드는 옛 연인 로렌스가 자신에 대해 쓴 사랑 시를 읽는다. 그때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 프레드는 흠뻑 젖게 된다. 이러한 연출 또한 물밀듯 오는 감정의 쓰나미를 맞는 것으로, 이는 동일한 미쟝센으로 보인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자비에 돌란이 늘 그래왔듯 수많은 미쟝센들을 담고 있지만, 가장 구조화된 상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파랑, 빨강 색 뿐만 아니라 몬트리올과 토론토와 같은 지역성 또한 대비되는 상징들로 구조화시켜 감독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했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감독 자신이 직접 주인공으로 참여함으로써 영화의 정체성을 증폭시키고, 그의 작품세계에서 통일된 예술적 가치를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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