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수 작가는 오늘날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과 모바일 기기가 생겨난 이후, 수많은 디지털 이미지들이 어떻게 인간과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지 탐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이후 연세대 의류환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에서 fine art를 전공했다.
현재는 광주에 거점을 두고 호랑가시나무 베이스폴리곤에서 그룹전 ‘이름으로부터’와 서울 0갤러리에서 개인전 ‘Face : Face = Familiar : unFamiliar’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그는 휴대전화에서 지워진 사진의 작은 데이터를 추출한다.
기기 속에 사진의 원본은 지워져도 남아있는 썸네일 이미지와 같은 것들이다.
이 데이터를 온라인 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복원프로그램으로 100회 연속적으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치면, 처음과는 다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노이즈를 줄여주고 해상도를 높여주는 이 복원프로그램으로 여러 번 횟수를 거듭할수록 더욱 기이하고 추상적인 이미지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담고 있는 <Memory Clash>(2019)는 디지털 시대의 ‘나’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이다.
또한 지인들의 휴대폰 속 자동 보정 설정으로 함께 수정되어버린 작가의 얼굴을 수집하여 투명한 PVC 천에 프린팅 작업한 <서지수의 타화상＞(2021)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개인의 정체성을 조형화하고자 했다.
■현실과 가상세계와의 간극에서
그는 ‘현실’과 그것이 복제된 ‘가상공간’을 오가며 발견하는 의문점들을 작업의 시작점으로 삼고, 그 간극들을 시각화한다.
현실과 가상공간에서 공존하는 매개체를 정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포착하여 그것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구현한다.
이를 위해 주로 투명한 PVC 천에 프린트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투명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있는 이 매체가 가상공간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매체라고 생각해서다.
PVC는 물리적으로 존재하면서 그 투명함으로 인해 가벼워 보이고, 반대편이 훤히 들여다 보여서 열려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뚫린 곳 하나 없이 단단한 소재이다.
그는 이것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물리적으로 접촉할 수 없는 가상공간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고 본다.
<밀어서 (생소함) 해제>(2022)는 디지털 세계에서 만나는 얼굴 이미지의 낯섦과 익숙함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무작위 합성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얼굴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사이트를 이용하여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익숙한 얼굴 이미지를 다운 받았다.
그리고 그 얼굴들을 재합성하여 누가 봐도 합성된, 기괴하고 낯선 얼굴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번 작업에서는 가상의 얼굴 이미지를 담기 위한 매체로 ‘슬라이딩 퍼즐’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대조되는 두 가지 이미지를 만나게 하는 동시에 모바일 기기의 터치 모션을 연상시키며 동시대 가상공간을 은유하고 있다.
익숙한 얼굴 이미지(배경)와 낯선 얼굴 이미지(퍼즐)의 대조를 통해, 양쪽 모두 디지털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한쪽은 실제 사람처럼 느껴지는 반면, 한쪽은 디지털 이미지로 보이는 아이러니를 구현하고자 했다.
관람객은 슬라이딩 퍼즐을 직접 해보거나 앱을 통해 작품의 가상 얼굴이미지와 자신의 얼굴을 바꿔볼 수 있다.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상공간에 대한 특성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고 해석하기 위해 ‘투명한 소재’를 선택하여 자신만의 변하지 않는 하나의 기호로서 구축해가고, 가상공간을 은유하는 장치로서 ‘슬라이딩 퍼즐’을 선택하는 등 그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그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다.
**윗 글은 월간 <광주아트가이드> 155호(2022년 10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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