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生) 고생! 쌩쇼!(Live Show!)
'제5회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

김철웅(56)씨는 한 달에 사나흘 정도 환청에 시달려 잠을 못자고 꼬박 날을 새곤 한다.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으며 꾸준히 약물치료도 하고 있고 정신재활시설에서 활동하며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여러 목소리의 환청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불청객인 환청이 찾아오는 밤이면 환청과 다정하게 대화도 시도해보고 때로는 소리 질러 화를 내기도 하며 환청을 이겨 보려고 사투를 벌이곤 한다.

그러나 김씨는 이런 남모를 고충도 이제는 당사자연구를 통해 동료들에게 털어놓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동료들과 함께 환청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김씨는 오는 29일에 자신의 고생 경험을 역할극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소화누리, 요한빌리지, 송광정신재활센터,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오는 29일 오후 1시부터 서구문화센터에서 ‘제5회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를 개최한다.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는 일본 정신장애인공동체 ‘베델의 집’에서 1993년부터 매년 진행 중인 “환청·망상대회”를 모티브로 하여 기획된 행사로, 광주지역에서는 2018년 처음으로 개최되었다.

환청·망상은 정신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증상이다. 

그러나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낙인으로 증상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아 혼자서 고통을 감당하다보니 사회적으로도 고립되고 병도 심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광주지역 정신건강증진시설과 장애 당사자들이 이런 악순환을 방지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동안 감추어왔던 ‘병’을 ‘내 놓고 드러내는’ 행사를 마련하였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가 그것이다. 

자신의 솔직한 삶의 고민과 이야기를 정신장애 동료들과 가족, 지역주민들에게 드러내 놓고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광주지역뿐만 아니라 청주정신건강센터(청주),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서울) 등에서 활동하는 당사자 11명이 참여해, 정신질환으로 인해 겪는 고충과 어려움, 이를 극복하고 있는 과정을 공개한다.

조유경(51)씨는 이번 행사 중 정신고생 페스티벌에 ‘환청과 함께 걸어가는 인생역경’아라는 고생명(이름)을 스스로 짓고 이번 대회에 참여한다. 

조씨는 “환청이나 증상에 대처하는 방법은 약물 보다 동료들과 하나가 되어 깊이 있고 진솔하게 고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회복이 되는 것 같다”며, “다양한 경험들을 갖고 있는 당사자들의 증상과 고생 등을 듣고 있으면 병에 대한 깊은 이해심,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최귀순(60)씨도 동료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최씨는 그동안 자신을 ‘짜잔한(못난) 사람’이라 표현해 왔다. 

최씨는 “전에 비해 기분이 새롭고, 다른 일들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맴돈다. 잘 살아 봐야겠다는 희망이 솟구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소화누리 유미희 사무국장은 “정신장애인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질병이나 고생의 이름을 스스로 붙이는 자체가 병의 전문가이자, 고생의 주인공이 되는 일이다. 

자신의 고생을 유쾌하고 다채로운 형식으로 선보이는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는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스스로 만든 축제의 장이다. 

이 대회에서 역할극으로 선 보이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지역주민에게 전하는 자신의 경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자신과 동료들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미희 소화누리 사무국장은 또한 “정신장애인 지원자로서 당사자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 했지만 5년 동안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를 준비하면서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겪는 고생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지역주민들도 정신장애인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으로 진행하며, 유튜브 채널(소화누리)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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