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산아 출산 117일만에 분만···자궁목 결찰술 없이 임신유지 세계최장 기록
산모, “의료진의 뛰어난 의술로 아이 살릴 수 있어 너무 감사”

광주의 30대 산모가 쌍둥이 임신 중 한 명의 태아를 유산했지만 생존해 있던 다른 한 명의 태아를 성공적으로 만삭 분만해 화제다.

특히 사산아 출산 후 자궁입구를 묶는 자궁목 결찰술 없이 남은 태아의 만삭 분만 사례는 매우 드물어 학계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남대학교병원(병원장 안영근)에 따르면 김보미(30)씨는 지난 6일 오전 전남대병원 분만실에서 임신 38주만에 제왕절개술을 통해 3260g의 건강한 남자아이를 분만했다.

김씨는 당초 시험관 시술을 통해 이란성 쌍둥이를 임신했다.

하지만 임신 20주 2일 째에 복통이 심해 전남대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로 전원 후 치료했지만 다음날 태아를 덮고 있는 양막이 파열돼 첫 번째 태아의 양수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이에 전남대병원 의료진은 두 번째 태아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임신 20주 4일 째 양막 파열된 태아를 선택 유산시키는 시술을 시행, 결국 21주 2일 첫 번째 태아가 사산됐다.

이 때 태반은 자궁 안에 남긴 채 첫 번째 태아의 탯줄을 절단하고 봉합해 임신을 유지시켰다.

주치의인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김윤하 센터장은 “보통 이란성 쌍둥이 임신 중에 생존 주수인 24주 이전에 양막이 파열된 태아를 기술적으로 선택 유산 시킨 후 임신을 유지해 남은 태아를 만삭 분만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특히 김씨의 첫 번째 태아의 경우 입원 당시부터 자궁입구가 많이 벌어져 양막이 돌출돼 있는 상태여서 매우 힘든 상황이었고 두 번째 태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선택 유산시키는 방법이 최선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에도 김씨는 조기분만 진통이 지속돼 자궁수축억제제를 사용하면서 항생제 치료를 지속했다. 결국 김씨의 건강 상태가 안정되어 임신 34주 2일이 되자 퇴원했으며, 임신 38주에 제왕절개술을 통해 남자아이를 분만했다.

김씨는 “처음엔 가벼운 복통으로 다니던 산부인과를 갔는데 갑자기 위급하다며 구급차타고 전남대병원으로 전원될 때 쌍둥이를 다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절망적이었다”며 “하지만 김 센터장님의 빠른 판단과 뛰어난 의술 덕분에 한 명의 아이라도 살릴 수 있었다. 의료진들의 배려로 건강하게 퇴원한 만큼 아이(이우주)의 이름대로 우리 사회에 큰 역할 할 수 있게 잘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사산아 출산 후 자궁목 결찰술 없이 117일이 지나고 만삭 분만한 경우는 아직 세계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없을 정도로 어렵고 드문 기적 같은 경우였다.”며 “산모와 남편이 의료진을 믿고 잘 따라줬으며, 이로 인해 두 번째 태아가 잘 버텨줘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앞으로도 산모와 태아의 건강한 분만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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