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전문]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하나?”
좌고우면 말고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한다!

 

대법원에 계류된 미쓰비시중공업 한국 내 상표권 2건(양금덕)‧특허권 2건(김성주)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강제매각) 재항고 사건의 최종 판단이 임박해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지난 달 26일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사실상 판결을 보류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은 뜻을 분명히 밝힘과 동시에, 대법원이 좌고우면하지 말고 신속하게 판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 대법원은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특별현금화명령에 대한 재항고심 결정을 신속하게 해야 한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재판을 신속하게 판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상임대표 이국언)이 11일 오후 광주광역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법원을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재판을 신속하게 판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강제집행 절차를 시작한 지 이미 3년 5개월째다.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의 사건은 지난 4월 19일 대법원에 소송기록이 접수되었고, 오는 8월 19일이면, 4개월이 지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할 수 있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및 제6조는 재상고 이유가 헌법, 명령, 규칙에 위반되었거나, 상고 이유가 없을 때는 심리불속행 기각판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재항고 이유는 일관되게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8년 10월 30일 우리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하여 강제동원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에 포함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주장은 그 이유가 없을 뿐 아니라, 강제집행과 관련한 특별현금화명령 상고심에서 심리할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안은 명백하게 심리불속행 대상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7월 20일 상고 이유 보충서를 통해, 민관협의체가 구성되어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을 미뤄달라고 주장하고 있다(▲첨부-상고이유보충서).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단 한 번도 인정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민관협의체 참여 대상도 아닌 만큼 민관협의체의 활동을 언급할 자격조차 없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더욱이 현재 이 사건 피해자측 대리인 및 지원단체는 위 민관협의체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활동은 이 사건 피해자 측 입장과도 무관하다.

따라서 민관협의체의 활동 여부가 재판절차에 영향을 미쳐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지난 7월 26일 이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아직 내용을 알수 없지만, 민관협의체 등을 통해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절차를 미뤄달라는 취지로 보인다.

놀랍게도 미쓰비시중공업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외교부의 ‘의견서’ 자체가 매우 이례적일 뿐 아니라, 특히 미쓰비시중공업의 주장을 재확인하는 의견서를 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단적으로 우리 외교부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 목소리에 힘을 보탠 반면, 90대가 넘은 고령의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평생을 싸워 대법원 승소 판결을 쟁취했다.

허탈하기 짝이 없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국가로부터는 그 어떠한 도움조차 받지 못했다.

피해자가 도움을 청할 때 외면했던 정부가, 이제 피해자의 권리실현이 임박해진 마당에 끼어들어 재판절차를 미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외교부의 이번 행위는 강제연행으로부터 78년을 기다려온 피해자의 손발을 묶는 또 다른 국가폭력이다.

강조하지만, 대법원은 외교부의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의견서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행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삼권분립의 기본이며, 사법부 독립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외교부의 의견에 흔들리지말고 법과 절차에 따라서 이 사건을 신속하게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
 

2. 대법원은 외교부 의견서를 공개하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오늘(11일)로 외교부가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한 지 16일째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아직까지 그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양금덕, 김성주 할머니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강제집행 절차의 직접 당사자다.

자신의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록들이 제출되었을 경우, 당연히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고, 소송기록 열람 등사 권리는 당사자 방어권을 위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독 이 사건의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들이 모두 빗나가고 있다.

특히 외교부 의견서는 비공개 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외교부 당국자에 의하여 대부분 내용이 공개된 상태다.

즉 공개를 미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대법원의 외교부 의견서 비공개는 2016년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과거 전력에 비춰, 여러 의혹만 가중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의견서 내용의 진위를 두고서 정치적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법원은 정치적으로 제기되는 여러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외교부 의견서를 지체없이 공개해야 한다.
 

3. 정의를 누구한테 돌려줘야 하는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제공

10대 어린 나이에 동원된 피해자들은 이제 인생의 마지막 황혼녘에 서 있다.

이미 원고 3명은 사망하고, 생존자 2명 또한 오늘 내일을 알 수 없는 처지다.

가해자 일본 정부‧미쓰비시중공업의 반인륜 행위는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사건에서 우리가 더 주목하는 것은 과연 한국 정부, 그리고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의 존재가치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다.

새삼스럽지만 정의를 가해자한테 돌려줘야 하는가, 아니면 피해자들한테 돌려줘야 하는가?

그 근본적 물음 앞에 이제 대법원이 답할 차례다.

2022년 8월 11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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