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틈새와 경계 넘는 미학적 실천”높은 평가
시집 ‘잃어버린 계절’자전(自傳) ‘조선과 일본에 살다’등 반향

제4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로‘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일본 문단의 거장 김시종 시인이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이강현)과 아시아문학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이경자)는 재일(在日) 시인 김시종을 제4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로 최종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채희윤 소설가를 위원장으로 소설가 방현석, 문학평론가 고명철, 소설가 정지아, 목포대 교수 신정호, 시인 신용목으로 구성된 아시아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김시종 시인은 냉전의 분극 세계뿐만 아니라 국가주의와 국민주의에 구속되지 않고 이것을 해방시킴으로써 그 어떠한 틈새와 경계로부터 구획되지 않는 시적 행위를 실천해 왔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제4회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한 김시종 시인. ⓒ김시종
제4회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한 김시종 재일 시인. ⓒ김시종

아울러 “한반도의 분단에 종언을 고함으로써 남과 북의 민주적 평화통일독립 세상을 염원하는 재일(在日) 시인으로서 정치사회적 욕망을 미학적으로 확장한 점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수상자 김시종 시인은 1929년 부산에서 태어나 어머니 고향인 제주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내던 중 관립 광주사범학교에 진학했다.

제주 4·3항쟁에 참여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지금까지 재일(在日)의 삶을 살고 있다.

그의 문제의식은 우리의 삶을 이루는 유무형의 제도와 대상들, 특히 지배 언어와 피지배 언어 사이에 끼어 있는 존재의 문제로 확장된다.

‘재일(在日)의 삶’이 그의 문제의식의 바탕을 이루는 핵심인 이유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의 일본어에 대한 자의식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재일(在日) 시인으로서 일본을 위한 맹목적 동일자의 삶을 완강히 거부하고, 오랜 세월 아시아의 식민 종주국인 일본 사회에 내면화된 식민지배의 내적 논리에 균열을 낸다.

이를 통해 식민지배의 권력을 내파(內破)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시종의 시적 언어와 일상어는 이와 같은 원대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일본 사회 내부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김시종의 첫 시집‘지평선(1955)’은 재일조선인 사회뿐만 아니라 일본 시단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에세이집‘재일의 틈새에서(1986)’는 제40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본상, 시집‘원야의 시(1991)’는 제25회 오구마히데오상 특별상을 받았다.

시집‘잃어버린 계절(2010)’은 제41회 다카미준상을, 자전(自傳) ‘조선과 일본에 살다(2015)’는 제42회 오사라기지로 상을 각각 수상하는 등 일본 문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시집‘광주시편(1983)’도 발간했다.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압살당한‘자유 광주’를 조금씩이라도 토해내는 것이 일본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문이었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한편 아시아문학페스티벌 행사의 하나로 운영한 아시아문학상은 그동안 행사 준비과정에서 후보 작가를 추천하고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부터는 사전에 수상자를 발표함으로써 독자와 원활한 소통과 축제의 격을 높이고자 했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20 ~ 22일 개최되는 ‘제4회 아시아문학 페스티벌’의 개막행사에서 진행된다.

수상자 김시종 시인에겐 상금 2000만원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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