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사람 위한 교육' 아닌 '돈 위한 교육' 선택한 윤석열 정부, 만 5세 조기취학정책 즉각 철회하라

- 검증되지 않은 조기 산업 인력 배출을 위해
- 교육부 자신들이 발표한 놀이 중심 2019 누리과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적 행태

- 지나친 입시경쟁과 선행학습으로 아동 학습의지 약화시키는 한국교육의 고질적 병폐 강화
- 유아는 놀이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져야 할 고귀한 주권자, 그 권리를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된다.

 

2022년 6월 7일 국무회의,

윤석열 대통령 “교육부는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전 교육부와는 다른 기준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

2022년 7월 29일 교육부 대통령 업무 보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성인기에 비해)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 “교육부는 미래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사회부처이자 경제 부처임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광주인 자료사진
ⓒ광주인 자료사진

교육부를 경제 부처로, 교육을 산업 인재 양성의 도구로만 인식하는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고려할 때 교육부의 초등 입학 연령 1년 하향 정책은 취업 연령을 한 살 낮춘다는 경제적 목적만을 위해 놀이로 관계 맺고 성장하는 유아의 발달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폭력이다.
 

〇 교육부 자신들이 발표한 놀이 중심 2019 누리과정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적 행태

특히 이번 교육부 초등 입학 연령 1년 하향 정책이 유아 발달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고 있다는 점은 이번 정책이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강조한 2019 누리과정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하게 증명된다.

2019누리과정은 아동이 놀이를 통해 관계를 맺고 배움을 키우며 성장해간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아동의 놀이 호흡과 흐름을 존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교육과정 속에서 아동들의 놀이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유의하며 자연스럽게 놀이와 배움과 성장이 물 흐르듯 상생 통합하여 아동의 학습 의지와 창의성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누리과정에서는 ‘놀이 도중 화장실에 가는 것을 허용하는 등 일상생활이 융통성 있고 유아 주도적으로 이뤄지도록 할 것’, ‘실내에서도 유아의 신체 움직임을 지나치게 통제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수업 시간 동안 자신의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는 초등학교의 교육과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또한 공립유치원의 한글 교육에 있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말과 글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권장하지만, 한글 자음을 따라 쓰는 등 학습 위주의 교육은 금지한다.

유아 발달 단계상 철자 교육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공립 유치원은 대부분 한글·영어 교육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누리과정은 교사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아동들의 배움에 대한 호기심과 의지를 꺾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가운데, 아동을 능동적으로 관찰하며 아동 스스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충족하고 학습의지를 키워가도록 지원해야 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번 교육부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 1년 하향 정책은 앞으로 만 5세 학생들을 지금의 만 5세 학생들보다 1년 이상 빠르게 더욱 강도 높은 학습과 교육에 노출시키는 정책으로서 교육부가 스스로가 발표한 놀이 중심 누리과정의 취지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적 정책이며 아동들의 발달 권리와 학습의지를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〇 지나친 입시경쟁과 선행학습으로 아동 학습의지 약화시키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 강화

게다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 1년 하향 정책은 지나친 입시경쟁과 선행학습으로 공부에 대한 호기심과 학습 동기를 꺾어버리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를 강화시킬 수 있다.

한국 교육은 그동안 지나친 입시경쟁과 선행학습으로 학생들의 학습 의지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필즈 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필즈 상 수상 기념 강연 및 해설 강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교육을 받을 때 수학은 충분히 매력을 주지 못했을 때가 많았다."라며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소중한 학창 시절을 공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잘 평가받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피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 시험 성적은 높았지만 학습 태도와 내적 동기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학 과목에 대한 학습 태도를 지수(조사대상국 평균 0.00)로 살펴보면, 수학을 공부할 때 느끼는 흥미나 즐거움을 뜻하는 ‘내적 동기’ 관련 지수는 -0.20으로 조사대상 65개국 가운데 58위 수준이었다.

수학을 왜 공부하는지를 평가하는 ‘도구적 동기’에서도 한국 학생의 점수는 -0.39로 꼴찌에 가까운 62위 수준이었다.

특정 수학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을 뜻하는 ‘자아 효능감’이나 자신의 전반적인 수학 능력에 대한 믿음을 뜻하는 ‘자아개념’ 역시 각각 –0.36(62위)과 -0.38(63위)이었다.

허준이 교수의 기자회견 인터뷰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모두 한국 교육이 아동들이 충분히 배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의지를 키워나갈 시간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아동들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산업 인력 조기 배출이란 경제적 목표를 달성코자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에게 1년 선행학습을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조차 모른 채 공부에 내몰린 학생들의 학습의지는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〇 유아는 놀이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져야 할 고귀한 주권자, 그 권리를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된다.

유아는 유치원에서 친구와 놀이를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해야 할 권리가 있다.

유아는 놀이를 통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져야 할 고귀한 주권자다.

국가와 사회는 유아에게 유치원에서 충분히 놀이하면서 성장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긍정적으로 깨닫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유아를 경제적 관점으로만 보고 놀이할 수 있는 1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빼앗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은 유아교육에 대해 모를 뿐 아니라 유아를 존중하지 않고 경제적 논리로만 대하는 이 정부의 빈곤한 교육철학을 드러낼 뿐이다.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화 정책은 학부모, 유치원교사, 초등교사, 학계 등 모든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반대하는 정책이다.

인간을 성장시키는 교육정책은 오랜 시간 심사숙고해서 연구하고 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한 후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 후 실시해도 늦지 않다.

박순애 장관은 교육계와 온 사회를 뒤흔드는 만 5세 조기취학 정책에 대해 당장 국민에게 사과하고, 계획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만약 그러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교육을 모르는 교육부 장관의 사퇴만 재촉하게 될 것이다.

2022년 8월 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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